[뉴스핌=노희준 기자] 은행권이 통장발급 거절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 신설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포통장 방지 차원에서 통장발급을 까다롭게 하자 일선 창구에서 마찰이 증가한 데 대한 명쾌한 '정리근거'를 요청한 것이다. 당국은 사적 계약인 통장발급을 거부하는 데 별도의 법적 근거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금융권 어려움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장발급은 금융기관과 개인의 사적 계약이다. 때문에 은행은 자체 판단으로 대포통장 개설 등으로 의심되는 통장개설 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은행이 단호하게 통장개설을 거부하는 게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통장발급 절차가 까다로워지긴 했지만, 최장 한달까지도 걸리는 외국에 비해 국내 통장발급 절차는 간단하고 또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 인식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또한 사안이 계좌개설 거부이기에 민원 발생 소지가 다분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한 시중은행은 대포통장 근절 정책을 강력히 시행하기 직전 분기별 통장발급 관련 민원이 16건에서 시행후 분기별 관련 민원이 67건으로 4배 이상 급증하기도 했다. 당국이 민원평가에서 통장발급 관련 민원은 제외했지만, 민원인이 '불친철, 대응 불량' 등으로 사안을 바꿔 또다른 민원을 제기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통장발급을 거부하면 된다고 하지만, 여전히 창구에서 직원이 단호하게 통장발급을 거부하고 대처하기는 쉽지 않다"며 "선언적이라도 법에 관련 조항을 담아두면 그를 근거로 은행 내규를 만들어 창구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규정화할 만한 문제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통장개설은 금융회사와 개인이 맺는 사적 계약으로 지금도 은행 자체 기준에 따라 거부하면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금융기관을 타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의심거래 고객을 선별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금융기관이 법에 기대 편하게 일을 하려는 것"이라며 "금융기관이 주인의식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자금세탁 방지에 정통한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단순히 의심계좌는 아예 계좌 자체를 거부할 수 있다는 기준은 국제기준으로도 도입되지 않을 정도로 논란이 있는 부분"이라면서도 "현실적으로 금융기관이 우위에 있는 외국과 달리 이렇다 할 법적 근거가 없는 국내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통장발급을 거부하기 쉽지 않다. 민원이나 소송 등으로 금융기관이 힘들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