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승환 기자]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한국은행 4월 금융통화위원회가 향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진단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의 발언은 다소 중립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소수의견 출현과 0%대까지 내려간 물가상승률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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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미소 짓고 있다. <김학선 사진기자> |
지난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4번째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의 1.75%로 동결했다. 한명의 금통위원이 '인하' 소수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동결에 대해 시장의 컨센서스에 벗어나지 않았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다만 소수의견이 출현한 점을 들어 향후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예상돼온 수정경제전망의 전망치 하향조정에 대해서도 다소 비둘기파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총생산(GDP)성장률 전망치가 3.1%로 시장의 예상치와 비슷했던 반면 물가상승률이 기존 1.9%에서 0.9%로 대폭 조정됐기 때문이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원은 "성장률만 놓고 보면 3.1%만 유지되어도 일부 기대감이 컸던 시장에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러나 물가가 예상을 하회하며 저물가에 따른 한은의 고민이 깊었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진단했다.
소수의견이 제기된 데 대해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비록 1명의 금통위원이지만 연속 금리인하를 주장했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경기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향후 지표에서 뚜렷한 개선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금리인하 주장은 이어질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금통위에서 나타난 이 총재의 스탠스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성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날 이 총재는 국내 경제의 점진적인 개선에 기대감을 나타냈고, 현재의 금리수준이 실물경기를 충분히 뒷받침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과거 경기개선 표현이후 금리인하가 단행되어 왔는데, 이번에도 인하의 시그널을 준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 총재는 "제발 그렇게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고 답하며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데이터 디펜던트(Data dependent)'를 재차 언급하고, 수출부진을 우려하는 등 향후 경제 지표에 따라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의 여지가 있다는 점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에 따른 시장의 과도한 기준금리인하 기대감을 진화하기 위한 의중으로 풀이했다. 더불어 앞으로 경제 상황에 따른 추가금리 인하 가능성도 충분히 열어 놓았다고 평가했다.
공동락 코리아에셋 연구원은 "3월에 기준금리가 인하됐다는 점에서 통화당국은 가능한 추후 행보를 예측할 수 있는 단서나 시그널을 주기보다는 현 경기 여건을 평가하고 판단하는데 주력하려는 인상이 역력했다"고 밝혔다.
이외에 4월 금통위에서 눈여겨 볼 점으로 ▲엔/원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부진 우려 ▲정부의 재정정책 역할 강조 ▲미국 수준의 실질금리 발언 등이 꼽혔다.
아울러 채권 시장 전문가들은 금통위 이후 채권시장 전망에 대해 당분간 강세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4월 금통위에서 향후 경기 전망에 따른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 놓음에 따라, 기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이월. 지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얼 현대증권 연구원은 "물가상승률이 빠르게 상승 반전하지 않는 이상 시장의 롱심리는 여전히 정책 기대감을 가질 확률이 높다"며 채권 매수심리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추가 정책금리 인하가능성으로 5월 금통위까지 채권시장은 재차 강세시도할 것"이라며 "최근 외국인의 장기 매수를 감안한다면 절대금리 부담에도 10년 국채도 동반강세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6월에 추가 금리인하가 예상됨에 따라 채권시장의 강세기조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 총재가 향후 경기 지표에 따라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을 강조함에 따라, 경기 흐름을 살핀 후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혁수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은 총재가 '데이터 디펜던트'를 언급한 바와 같이 경제지표 개선 여부에 따라 추가 인하 기대가 상존하고 있는 만큼 한은 전망과 실제 경제지표의 부합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홍섭 삼성증권 연구원도 "아직 불확실한 하방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반영하면서 추가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하여 동참하기 보다, 내달 금리동결 가능성이 높고 그 동안 국내외 경기 흐름을 확인해 가는 것이 낫다"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