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이현경 기자] 1. 눈을 감는다. 2 입을 벌린다. 3. 혀를 내민다 4. 혀를 학 접듯 굴린다.
위 과정을 보고 어떤 장면이 연상되는가. 이 글을 접한 후 이성과의 입맞춤 상황이 저절로 떠오른다면 당신은 이미 연애와 이성에 눈을 떴다고 여겨도 무방하다.
위는 2009년 방송한 MBC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글로 배운 키스' 에피소드에 등장한 내용이다. 대학 시절 서툰 연애에 스트레스를 받은 오현경은 책으로 사랑법을 배운다. 하지만 활자식 연애 코치는 실전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 채 황당한 상황만 낳았다. 이 장면이 방영된 이후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동시에 '글로 배운 ○○' 등의 많은 패러디까지 낳으며 숱한 화제를 일으켰다.
지난 8월부터 시작해 꾸준하게 인기를 얻고 있는 JTBC '마녀사냥'에서도 연애코칭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유세윤은 "연애 코칭 책들이 나온다는 건 연애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아니겠냐. 사랑을 배워서라도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는 거네"라고 말했다. 알고 보면 많은 이들이 사랑을 하고 있고, 잘하고 싶은 욕구는 더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솔로탈출에 대한 바람은 더 크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최근에는 사랑과 연애에 고민인 이들을 위해 '책'이 아닌 'TV' 매체가 연애 상담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마녀사냥’을 시작으로 tvN ‘김지윤의 달콤한 19’ 그리고 이의 연장선인 ‘로맨스가 더 필요해’ Trend E ‘오늘 밤 어때’에 이어 MBC에서 파일럿으로 선보인 ‘연애고시’까지. 작년부터 꾸준히 케이블과 공중파 방송은 연애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이 같은 프로그램에 시청자가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세대별·성별 공감대 형성

‘마녀사냥’의 구성을 살펴보면 많은 이들과 ‘연애’에 대해 이야기하겠다는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1부 코너 ‘그린라이트를 켜줘’에서는 4MC(신동엽, 성시경, 유세윤, 허지웅)가 사연 소개와 함께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조언을 건넨다. 특히나 ‘마녀사냥’이 주목 받은 이유 중 하나는 이원 생중계를 통해 일반인이 많이 모인 번화가를 찾아 이들을 연애 상담에 동참시킨다.
‘마녀사냥’ 정효민 PD는 본 프로그램이 연애 코칭으로 분류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연애 코칭을 지향하지는 않는다. 다만 연애를 소재로 한 이야기를 다양한 입장에서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진 2부 ‘그린라이트를 꺼줘’에서는 연애칼럼니스트 곽정은, 모델 한혜진, 방송인 홍석천과 함께 앞서 1부에서 나눴던 이야기를 심도 있게 다룬다. 이때 방청객과 함께 하는 이유도 사연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그대로 들여다 볼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정효민 PD는 “연애에 답이 어디 있겠는가. '마녀사냥'은 사랑을 바라보는 남녀의 시각 차이가 아닌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우선이다. 여자는 남자를 그리고 남자는 여자에 대해 궁금해한다. 물론 이와 다른 경우도 있다”면서 “'마녀 사냥' 내에 성시경과 허지웅은 남성적 토크이고 유세윤은 이에 비해 감성적이다. 또 2부에서 한혜진, 홍석천을 따로 패널로 두는 이유도 다양한 시각과 더 풍부한 개인의 경험을 녹이기 위함”이라고 했다. 덧붙여 그는 “더 많은 이야기와 고민을 나만 생각하는 게 아니고 함께 수다를 떨어줄 사람이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 현실과 밀접…다양해진 채널(인터넷, 모바일), 구체적 해결책 제시

이 점을 보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tvN ‘로맨스가 더 필요해’(이하 ‘로더필’)이다. 이렇듯 ‘연애코칭’ 프로그램이 하나의 붐으로 자리잡았다. 이에 대해 문태주 PD는 많아진 방송 채널수를 이유로 꼽았다. 그는 “패션도 마찬가지고 방송계에도 큰 흐름이 있다. 특히 지금은 공중파 3사뿐만 아니라 케이블채널, 종합편성채널이 생기면서 시청자는 과거에 비해 다양한 콘텐츠를 받아 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시청자에 큰 호응을 받는 프로그램이 생기면 방송계에서도 이를 눈여겨 보고 기회를 잡는 것이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로더필’이 다른 연애 코칭 프로그램과 다른 점은 다양한 연령대의 패널이다. 배우 이창훈, 라미란, 방송인 조세호, 홍진호, 가수 레이디제인, 영화 감독 봉대만, 개그우먼 이국주와 MC 전현무, 박지윤이다. 세대별 미혼· 기혼 남녀의 조합이 특징이다. 이에 맞게 방송의 구성은 세 코너로 이뤄져 있다. ‘연애 it 수다’에서는 사연으로 받아보는 연애 고민 상담이 오가고 ‘우리 결혼해도 될까요’에서는 좀 더 현실적인 고충을 다룬다. 그리고 ‘썸톡 고시’는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춰 연애 전 밀당(밀고 당기기)관계인 ‘썸남’ ‘썸녀’에게 대해야 하는 태도를 알려준다.
폭넓은 주제로 실생활에서도 헤아릴 수 있는 팁이 풍성해졌다. 이에 대해 문태주PD는 “누구나 연애 전문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자기만의 색깔이 있다. 그리고 ‘로더필’에서 세대별 공감을 바라보고 있는데 사실 남녀의 차이를 더 큰 의미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세대 차이를 두고 보자면 2030세대에게 익숙할 수 있는 기술적 장치로 판단할 수 있다. 코너 ‘썸톡 고시’에서는 젊은이들이 쉽게 쓰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이용한 적절한 대처를 알아봄으로써 연애 코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로더필’의 김지윤 연애연구소 소장과 ‘마녀사냥’의 연애칼럼니스트 곽정은 역시 프로그램의 중추 역할을 한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연애 전문가의 조언은 패널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 한 단락으로 정리하는데 기여한다. 시청자는 자신과 공감하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처와 상황 판단에도 궁금증이 있기 때문에 이를 충족시킬 수 있다.
더 나아가 연애코칭 프로그램의 영상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전달된다. 특히나 젊은 세대는 모바일을 접근도가 높아 언제 어디서든지 유용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어 용이하다. 이 점이 진지하지만 유쾌하게 풀어가는 실용 연애 코칭 프로그램에 시선이 가는 이유다.
◆책보다 훨씬 더 와 닿는 현실적인(솔직한) 이야기
연애는 현실이다. 사실적이면서 사생활이기 때문에 공개적인 부분에 한계가 있다. 특히나 방송은 적절한 수위가 필요하기 때문에 조절이 필수다.
‘오늘 밤 어때’는 달달한 러브의 달인들이 직접 연애의 비법들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내세우며 19금 방송을 고집했다. 솔직해서 좋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일각에서는‘지나친 토크’ ‘민망한 이야기’라는 비판도 있었다. 주제부터 세다. ‘성인용품 중독에 빠진 여자친구’ ‘외국인 남자친구에게 매너 없다며 잠자리를 거절당한 여자의 사연’ 등이다. 이 외에도 ‘차를 좋아하는 여자친구’ ‘명품에 빠진 여자친구’ 등의 평범한 수위의 주제도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보기 불편한 주제들의 경우는 시청자에게 외면 받았다. 적절한 수위라는 것은 시청자가 보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정도라는게 ‘마녀사냥’ 정효민PD의 말이다. 한편 '마녀사냥'에서는 낮져밤이, 낮이밤져, 낮이밤이, 낮져밤져 등의 공식 질문을 지정해 연애방식의 화끈한 공개로 신선함을 안겼다. 여기에 ‘19금 토크의 강자’ 신동엽의 재치도 프로그램의 재미를 끌어 올린다. 이에 대해 정효민PD는 “신동엽은 야한 개그를 하지만 밉상이 아니다. 이 이유는 한국의 정서를 제대로 읽기 때문이다. 대놓고는 말 할 수 없는 민망한 이야기를 부끄러운 듯 할 말은 다 하는 게 그가 대중과 공감할 수 있는 이유다”고 답했다.
입소스(ipsos)와 로이터가 공동으로 전 세계 15개국 1만8000여명을 대상으로 벌인 ‘행복지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애 중인 사람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78%로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의 행복비율 67%보다 11%포인트 높았다.
재정적 이유로 연애, 결혼, 취업을 포기하는 3포세대가 등장했다는 안타까운 소리도 들리지만 우리는 여전히 연애와 사랑 ‘안정감’에 배고픈 상태다. 지친 상황속에서도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자신에게는 응원을 보내야하지 않을까.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