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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연 빙그레 전 회장. |
최근 김호연 빙그레 전 회장에 대한 빙그레 관계자의 말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6년만에 등기이사로 복귀한 뒤 열흘이 넘게 이렇다 할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취임사는 고사하고 현재까지 공식 직함도 갖지 않은 상태다.
갑작스럽게 복귀를 선언한 김 전 회장의 ‘침묵’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24일 식품업계 및 빙그레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현재 빙그레 사옥이 아닌 충정로에 위치한 개인 집무실에서 조용히 개인 업무만 보는 중이다. 경영활동은 고사하고 대표이사나 회장의 직함을 달지도 않았다. 현재 그의 빙그레 공식 직함은 ‘사내이사’ 뿐이다.
빙그레 내부에서도 김 전 회장의 복귀로 인한 다양한 전망 부상했었지만 현 시점에서는 거의 사그라지는 분위기다.
사실 김 전 회장의 경영복귀는 업계에서도 돋보이는 사례였다. 최근 대기업 오너들의 등기이사 사퇴가 잇따르는 가운데, 유독 김 전 회장만 등기이사 복귀를 선언한 탓이다.
시기적으로도 절묘했다. 빙그레는 지난달 남양주 공장의 폭발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해 안전관리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고 지난해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3.8% 줄어드는 등 실적악화를 겪고 있다.
김 전 회장이 복귀한 뒤 대대적인 조직정비가 이뤄지리라는 관측이 나온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하지만 업계의 예상은 빗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기대와 달리 김 전 회장의 침묵은 깨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는 주주총회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경영복귀 이후에도 이렇다 할 행보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전 회장의 이번 복귀를 ‘정계 은퇴선언’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김 전 회장은 2008년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회장직을 내려놓고 천안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바 있다. 그가 국회의원으로 보낸 시간은 2010년 재보선에 출마해 당선된 뒤 2년 정도다.
이 과정에서 돋보인 것은 그가 대표적 친박인사로 분류됐다는 점이다. 김 전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경선 과정에서 국민행복 총괄본부장을, 중앙선대위에서 종합상황실 부실장을 맡았다.
때문에 그가 정부나 정치권에 일체 직함을 맡지 않았음에도 아직까지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계의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전 회장에게 지원사격을 부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 전 회장이 이 시점에 경영복귀를 선언한 것은 정치권에서 은퇴했다는 의사를 보다 분명히 어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실제 김 전 회장은 대선이 끝난 이후 재단법인 김구재단의 이사장만 맡았을 뿐 정치적인 활동에는 일체 나서지 않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은 이전 회장을 맡았을 때도 대부분의 업무를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본인은 이를 보고 받거나 조언하는 정도로만 경영에 관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 조용한 성격이라 경영 복귀 이유가 무엇이든 이같은 기조가 변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