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서정은 기자] "임기 100일에 한국거래소의 선진화 전략을 담은 계획을 내놓겠습니다." 지난해 10월 1일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기자들에게 이같이 약속했다.
약속을 지키려는 욕심이 과했던 것일까. 9일 최경수 이사장을 두고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패착'이라고 평했다.
최 이사장은 이날 오전 "한국거래소를 '글로벌 빅7'로 도약시키겠다"며 정규시장 거래시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포함한 '거래소 선진화 전략'을 발표했다.
아이디어는 직관적이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열리는 정규시장 거래시간을 늘리면 자연스레 거래량도 늘어나지 않겠냐는 계산이다. 다른 국가들도 거래시간이 늘었다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역풍이 만만치 않다. 거래시간 연장이 그렇게 쉽게 결정된 사안이 아니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시장 시스템, 근로자들의 업무시간을 뒤바꿀 수 있는 방안을 아무 협의 없이 내놨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며 "거래소의, 거래소에 의한, 거래소를 위한 방안일 뿐"이라고 비꼬았다.
서태종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매매거래 시간 연장은 거래소와 정부 간의 의사 결정만으로 결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업계의 임직원과 함께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고 선을 그었다.
최경수 이사장은 취임 이후 줄곧 거래소 선진화 태스크포스(TF)에만 집중해왔다. 수많은 기자들이 인터뷰나 티타임을 요청했을 때도 "100일 선진화 전략을 발표한 이후에 하겠다"고 막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한국거래소 임직원 19명, 학계전문가 5명, 그리고 금융투자업계 달랑 4명. 거래소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될 수 밖에 없는 TF가 증권업계의 문제가 뭔지 근본적으로 되짚었을 리 만무하다.
베일에 싸여있던 거래소가 시장과 소통하는 방안을 내놓지 못하자 시장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거래소는 급히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이고 금융위와 협의된 바 없다"고 보도해명자료를 내놓았다. 이미 체면을 구길대로 구긴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3월 신제윤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4대 기획단(TF)'를 급히 꾸렸다. 그렇지만 4대 TF는 지난해 정치권과 지역의 반대에 한 발자국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문제의 핵심은 뭔가에 쫓기듯이 급하게 일방적으로 몰아붙인데 있었다.
거래소도 비슷한 실수를 범했다. 공공기관 정상화, 자본시장 활성화, 선진화 전략 등 모두 좋은 취지로 추진하는 일이지만 급하게 먹으면 체하기 마련이다.
[뉴스핌 Newspim] 서정은 기자 (lovem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