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수연 기자] 지난 26일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는 시중 은행장들과의 협의회를 통해 미국 양적완화 종료에 따른 금리 상승에 대비한 국내 은행들의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때 김 총재가 언급한 것이 바로 90년대초 북유럽 3국의 금융 위기 대응책이다.
그는 "90년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금융위기시 은행의 대차대조표를 적절하게 조절했기 때문에 경제를 빨리 회복할 수 있었고 일본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비슷한 시기에 자산 버블에 따른 위기를 겪은 두 국가의 대처 방안을 보면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신속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정리를 통한 금융기관 건전성 강화의 여부가 이 핵심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북유럽 3국은 신속한 조기 조치를 통해 3~4년만에 위기를 탈출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일본은 안이한 초기 대응과 통화정책의 실기로 장기간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스칸디나비아 3국의 개혁…부실채권 충당금↓
스칸디나비아 3국(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는 지난 1990년대 초반 금융기관의 부실화로 인한 혹독한 금융위기를 겪었다.
3국은 부실채권을 신속하게 처분해 충당금을 낮추는 등 대차대조표의 관리를 통해 금융기관 건전성 강화를 도모했고 위기를 탈출했다.
1980년대 후반 스칸디나비아 3국에서는 부동산 가격 거품이 형성되고 금융자율화가 도입되면서 부동산 관련 가계대출 붐이 형성됐다. 당시 은행 대출의 절반 가량은 건설과 부동산에 집중돼 있었다. 은행의 경쟁적인 가계대출에 따른 부실채권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90년을 전후로 글로벌 경기침체, 유가하락, 구소련연방의 붕괴 등으로 실물경기가 둔화됐다. 이때부터 금융기관의 부실화가 슬금슬금 부각되기 시작했다.
현대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유럽 3국의 부동산 가격은 1980년대 후반 최고점 대비 5~6년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당연히 담보가치도 하락했다. 금융기관이 부실채권으로 인한 해외차입에 어려움을 겪는 등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북유럽 3국은 정부 주도하에 공적자금투입, 부실금융기관 지원, 유동성 지원, 부실채권 정리 등 구조조정에 빠르게 착수했다.
무엇보다도 신속한 대응으로 금융위기의 심각성과 정부의 지원에 대한 정치권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재정자금을 투입해 즉각적으로 부실자산을 매입했고 금융기관 채무에 대해 국가가 보증을 선언했다.
예를들어,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경우 공적자금 투입으로 은행의 BIS 비율을 늘렸다. OECD의 자료에 따르면, 스웨덴 은행의 BIS 자기자본 비율은 당시 금융위기 때 10.7%에서 3년 후 19.2%까지 늘었다.
한편, 중앙은행은 자금경색을 막기위해 유동성 공급을 단행했다. 건전은행에 의한 매수합병과 구제자금을 지원하는 방법을 병행해 부실은행을 정리하는데 힘을 쏟았다.
◆ 일본, 밑빠진 독에 물붓기…'부실채권'
90년대 일본도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자산 담보가치의 하락을 겪었다.
북유럽 3국과 달리 일본 당국은 초기에 부실채권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했고 부실은 금융기관에 집중됐다.
일본 정부는 부실채권 처리보다는 경기대책에 중점을 두고 경기회복을 꾀했다. 은행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기 보다는 부실채권을 자회사 등으로 이관해 처리를 연기시켰다.
결국 부실채권 누적→금융시스템 불안→신용 경색→실물경제 위축→디플레이션→자산가격 하락→부실채권 증가의 악순환이 계속되며 장기 침체의 길로 접어들었다.
일본 은행들은 92년부터 10년간 총 82조엔에 달하는 부실채권을 처리했지만, 장기간 경기침체와 기업의 수익성 악화 등으로 금융기관의 부실화는 오히려 증대됐다.
초기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대응을 하지 않은 결과로, 은행들의 수익성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부실채권의 처리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끝이 보이지 않았다. 지난 20년간 계속된 위기설로 시달렸고 '잃어버린 20년'의 장기 불황이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뤘다.
산은경제연구소 곽경탁 연구원은 "일본의 당시 경기대책이 부실채권 처리나, IT 등 신산업 육성에 쓰이지 않고, 자민당 지지자인 건설업계나 농민의 수입을 늘려주는 공공사업에 투입됐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