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 변경을 마무리하면 우리은행과 비협약채권의 채무재조정 협상을 벌인다고 했었는데 성과가 없었던 것이죠.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이유가 없는거고. 아무튼 결과적으로 금호산업 정상화에는 좋을리 없습니다."
금호산업의 한 채권단 관계자는 20일 "비협약채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금호산업의 회생에 적잖은 난관이 있을 것"이라며 이같은 견해를 나타냈다. 워크아웃이라는 것이 기업도 살리고 채권단 피해도 줄여보자는 건데 채권단 내부 갈등으로 그 의미가 무색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도 했다.
지난해 말 금호산업의 조속한 정상화 실현 차원에서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의 갈등 봉합을 위해 99개 채권금융기관 중 절반 이상이 산은의 손을 들어줬다. 주채권은행은 우리은행에서 산은으로 변경됐고, 부천 중동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을 두고 벌어진 두 은행의 갈등은 해소된 듯 보였다.
하지만 한번 곪아터진 상처는 완전히 도려내지 지지 못했던 셈이다. 이번에는 우리은행이 금호산업의 베트남 현지법인 금호아시아나플라자사이공(KAPS) 설립과 관련해 빌려준 대출 회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갈등이 또 불거졌다.
자본잠식 해소와 경영정상화를 위해 분주한 금호산업에게는 당연히 부담이 커지게 됐다. 양대 채권은행 간 갈등구도는 경영상황은 물론 자금 운영 전반에도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 산은-우리은, 비협약채권 두고 줄곧 의견 대립
20일 금호산업과 채권단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이번 금호산업 예금계좌 가압류는 KAPS 지분매각 때부터 예견된 부분이다. 산은과 우리은행이 지난해 7월부터 금호산업의 부천 중동 PF사업장 분양 수입금 배분을 놓고 갈등을 빚어오던 과정에서도 이 비협약채권은 줄곧 의견이 대립해 왔다.
오히려 갈등은 더 증폭된 양상이다. 이번 산은과 우리은행의 갈등은 양보없는 강경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금호산업 예금계좌를 가압류하자 산은은 소송전도 불사한다는 각오다. 법적으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는 우리은행의 논리를 바꾸기 위해서는 소송만큼 효과적인 대처법이 없다는 게 산은의 생각이다.
채권단 일각에서는 산은이 이번 건에 대해 소송전에 들어가면 금호산업 관리 책임과 중동 PF사업장 문제 등으로 소송의 확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소송전이 불붙으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상장폐지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자금 확보가 절실한 금호산업에게는 다시 장기간 돈줄이 막히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자금난 해소가 힘들어지면서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놓일 수도 있다.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영업력 타격도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금호산업의 한 내부 관계자는 "회생의 불씨를 겨우 살려놨는데 제대로 불을 당겨보지도 못할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며 "채권단이 협의를 잘해서 회사가 정상화로 가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우리은행이 산은에 개설된 금호산업의 예금계좌에 대해 가압류를 진행한 것은 협의보다는 권리행사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미다. 비협약채권을 협약채권에 준해 출자전환을 해야된다는 산은의 일관된 주장에 대한 일종의 반격카드로도 읽힌다.
사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산은과의 갈등 국면에서도 비협약채권 상환에 강한 의욕을 보여왔다. 당장 상환이 어렵다면 KAPS 주식에 대한 후순위 담보 잡아야겠다며 채권단 동의를 요청했었다.
비협약채권은 워크아웃이 진행되면서 채권단과 협약되지 않은 채권이다. KAPS 관련 우리은행 채권은 채권단인 우리은행이 보유한 것이기는 하지만 형식상 SPC(특수목적법인)가 대주이기 때문에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협약채권에 속하지 않는다.
현재 금호산업의 비협약채권은 4234억원으로 파악된다. 워크아웃이 개시된 이후 9616억원의 비협약채권 중 784억원을 출자전환하고 채권단 신규자금 지원 등으로 4598억원을 상환한 상태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은 KAPS 자본금 납입 용도로 신용공여한 590억원, 금호트러스트 신용공여 900억 등 1490억원 가량의 비협약채권을 가지고 있다. 협약채권이 아니니 당연히 워크아웃과 상관없이 상환 및 담보 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KAPS의 590억원은 지난 19일이 만기였다. 금호트러스트 900억원 만기도 오는 4월 도래한다. 우리은행은 이 비협약채권에 대해 연 5%의 금리를 메겼다가 지난해 산은과 부천 중동 PF사업장 갈등이 불거진 이후 3개월마다 리볼빙으로 6.7%의 금리를 적용 중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에 매각한 KAPS 721억원(지분 50%) 매각대금 중 일부를 상환해 가겠다는 것. 금호산업이 직접 상환해줘야 하는 만큼 이를 위해 계좌 압류를 진행했다는 게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 산은, 우리은 채권 출자전환 요구 중
산은은 하지만 우리은행의 비협약채권은 출자전환 등으로 다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맞서고 있다. 금호산업의 효율적인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자산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채권 회수로 빠져나갈 자금을 묶어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출자전환이 이루어지면 금호산업에게는 자본금이 늘어나면서 재무구조가 크게 좋아지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산은은 지난해 우리은행과의 갈등 연장선에서 "우리은행이 대승적 차원에서 비협약채권을 출자전환하는 등 채무재조정에 동참해야 한다"며 채권단 동의를 이끌어내려 애를 썼다.
금호산업 회생을 위해 계열사와 개인채권자까지 채무재조정에 동참하고 있는데 우리은행이 금호산업에게 비협약채권의 상환이나 담보를 요구하는 것은 워크아웃 기본정신인 형평성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논리였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산은과 우리은행의 갈등으로 금호산업의 정상화가 잘못되면 그동안 채권단의 노력도 물거품이 된다"며 "자산매각과 감자 등으로 자본잠식을 벗어나는 상황에서 이번 양대 채권은행의 갈등 구도는 금호산업의 운영 불안감만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원만한 합의를 당부했다.
한편, 오는 21일 열릴 예정인 금호산업 채권단 실무자협의회에서 산은과 우리은행은 이런 문제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타협점이 찾아지지 못하면 산은의 소송전 돌입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