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종달 기자]골프가 생각한대로 딱딱 맞아 떨어지면 뭐 더 바랄 게 없다. 파4홀에서 파온에 2퍼트로 홀아웃 하는 거 말이다. 드라이버도 잘 치고 아이언도 정확하고 퍼팅까지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스코어는 좋을 것이다.
하지만 재미는 있을까. 골프로 밥 먹고 사는 프로골퍼라면 다르다. 아마추어는 ‘지지고 볶아야’ 제 맛이다. 삐끗한 샷에서 ‘쌍소리’가 나와야 사람 냄새가 난다.
야구는 득점을 내는 게 최선이다. 그러면 골프의 최선은 뭘까. ‘파’다. 파5홀에서 두 번째 샷을 홀에 집어 넣는 알바트로스는 9회말 2사 후 만루 홈런과 같은 것이다. 2사 1루에서 3루타는 롱버디퍼트의 성공과 느낌이 비슷하다.

1사 2루의 스코어링 포지션에서 적시타에 의한 득점은 파온 후 2퍼트로 파를 잡는 느낌일 것이다. 그린 주변에서 절묘한 어프로치로 볼을 홀에 붙여 파를 잡았다면 도루에 의한 득점에 비유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야구에 홈런이라는 게 있지만 중요한 것은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를 내보내는 것이다. 즉, 2, 3루에 주자가 있어야 단타 하나로 득점이 가능하다.
골프에서 스코어링 포지션은 볼을 그린 또는 그린 주변까지 갖다 놓는 것이다. 골프는 ‘파’가 최선이라고 했다. 파를 잡기 위해서는 파온을 못해도 그린 근처까지는 볼을 떨어뜨려야 한다. 예를 들어 파4홀에서 2타 만에 최소한 볼을 그린 주변까지 갖다 놔야 3온 1퍼트로 파 찬스를 잡을 수 있다.
주말골퍼들이 거리거리 하는데 다 이유가 있다. 투수에게 잡히는 투수 앞 땅볼로는 1루 진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골프도 동반자보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100야드 이상 차이가 나거나 토핑 등 미스샷이 나오면 볼을 스코어링 포지션에 갖다 놓기 힘들다. 골퍼들이 ‘비거리 타령’을 하는 것은 다 스코어링 포지션 때문이다.
차라리 OB를 내면 할 말이 있다. OB는 스윙은 제대로 된 것이다. 방향이 틀렸을 뿐이다. 하지만 토핑과 같은 미스샷은 변명의 없지가 없다. 또 위안 삼을 것도 없다. 잘 알아둬라. 골퍼가 비참해 지는 것은 바로 이때라는 것을.
[뉴스핌 Newspim] 이종달 기자 (jdgolf@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