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김홍군 기자]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불참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현대그룹과 범현대가의 경영권 다툼이 일단 수면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해 현대그룹에 맞설 지분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경제적 이유를 들어 참여를 포기했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독일 쉰들러그룹이 최근 제기한 소송결과에 따라 현대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11일 현대상선 유장증자에 불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투자대비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경제적 판단에 따라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11~12일 197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청약을 받는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상선 지분은 23.7%(현대중공업 16.4%, 현대삼호중공업 7.3%)이다.
현대건설(7.7%)과 KCC(2.6%), 현대산업개발(1.4%) 등 현대그룹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현대중공업과 입장을 같이해 온 범현대가 기업들의 유상증자 참여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이들 기업들까지 유상증자에 불참하면 범현대가의 현대상선 지분율은 35.4%에서 32.9%로 2.5% 포인트 낮아진다.
반면, 현대그룹은 실권주를 일반공모를 거쳐 직접 인수하거나 우호세력이 넘길 경우 지분율이 현재 44.4%에서 최대 47.0%까지 높아져 양측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유상증자 불참으로 범현대가와의 지분격차를 벌일 수 있는 기회를 잡은 현대그룹이지만, 지배구조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쉰들러 소송이 진행중이어서 절대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쉰들러홀딩스는 지난달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현대상선 보통주와 현대증권 우선주 관련 파생금융계약의 만기연장이나 신규 계약을 금지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쉰들러홀딩스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35%를 소유한 2대 주주로, 현대그룹의 경영권 방어를 뒷받침했던 재무적 투자자(FI)들과의 파생상품 계약에 딴지를 걸고 나선 것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06년 현대중공업과의 경영권 분쟁 이후 케이프포춘ㆍNH농협증권ㆍ대신증권 등과 파생상품 계약을 맺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을 확보했다.
FI들에게 연 6~7%의 이자를 보장해 주는 대신, 이들이 보유한 17%의 지분을 우호지분으로 확보하는 효과를 누린 것이다.
그러나 시황악화로 현대상선 주가가 약세를 보이며 파생계약 관련 평가손실이 크게 불어났고, 이에 불만을 품은 쉰들러 측이 파생계약 금지 소송을 제기하며 경영권 분쟁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재무적 투자자들과 맺은 파생상품 계약은 올해 말 NH농협증권을 시작으로 2015년 사이 종료된다.
전문가들은 현대엘리베이터가 파생계약 연장을 하지 못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현대그룹 경영권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현대글로벌→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로지스틱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쉰들러가 소송에서 승리하면 현대상선의 경영권 방어력이 약해지면서 현대그룹의 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며 “이는 현대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범현대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