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산업부] 삼성 현대차 등 국내 주요 5대그룹이 내년 경영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비상경영에 준하는 경영전략을 짜고 있다. 다만 투자와 채용만큼은 올해 수준을 가급적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을 비롯한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포스코그룹(POSCO)등 국내 5대 그룹들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다고 판단, 경영전략을 신중히 수립 하고 있다.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2013년 경영 환경에 대해 설문한 결과에서도 62%가 올해보다 내년이 더 안좋을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그룹의 올해 투자는 48조원 수준이었다. 따라서 내년에는 이보다 비슷하거나 다소 줄어든 규모의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전자 IT 부문의 경우 이미 나와있는 투자계획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설비투자의 경우 차세대 라인의 완공시점은 다소 조절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반도체 시황에 따라서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가져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고용의 경우도 삼성은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 삼성그룹과 같은 거대 기업집단이 신규 고용을 크게 줄인다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고용은 당장 큰 수익을 내고 있는 IT전자 부문과 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인 신수종 사업 등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삼성은 2년 전 오는 2020년까지 이같은 신사업 분야에 23조3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상황 및 국내 경제 흐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아직 내년 투자 및 고용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해 결정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확대에 나서고 있는 현대차그룹도 내년 경기상황을 어둡게 내다봤다.
특히 내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자동차연구소에 따르면 내년 전세계 자동차 수요는 8080만대로, 올해(7815만대)에 비해 3.4%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이는 2011년(4.8%)과 2012년(5.9%)의 성장세보다 낮은 것으로, 유럽발 재정위기가 지속되고 신흥시장의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는 올해(155만대)에 이어 내년(153만대)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 경영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3분기 IR에서 “해외에서의 제값받기, 품질개선, 고급차종 판매 확대 등 질적성장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직 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미래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와 고용도 계속될 전망이다. 올해의 경우 현대차그룹은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14조1000억원)와 고용(7500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SK그룹도 내년 경영환경이 전체적으로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아직 계열사별로 구체적인 내년 사업계획이 수립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경기가 악화되면서 이에 따른 전략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최고경영자들은 경제연구소의 각종 지표와 자료를 심도있게 응시하며 사업 방향을 조율 중이다. 투자규모, 채용 등도 올해와 비슷하거나 줄어들 가능성도 염두해 두고 있다.
SK그룹은 지난달 29일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SK 경영진 30여명이 참석한 CEO 세미나에서도 글로벌 경제침체 장기화 등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효과적으로 대비하면서 각 계열사 중심의 지속적인 글로벌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그룹 경영 시스템을 진화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최 회장은 세미나에서 “이제는 각 사 중심의 수평적 그룹 운영체계를 통해 3차 도약을 해야 할 시점이 됐다”며 “이를 위해 지주회사 전환 이후부터 줄곧 고민해 온 각 계열사 중심의 성장 플렛폼을 진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SK그룹 관계자는 “내년은 올해보다 어려운 경영환경이 많이 반영될 것”이라며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에는 위험요소가 적지 않다. 위험요소를 감안한 투자계획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LG그룹도 내년 세계경기가 저성장 국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실물경제 위축과 브릭스로 대표되는 신흥시장의 성장 둔화에 따라 유럽과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고 고객가치를 선반영한 시장선도 상품 개발과 새로운 성장시장 모색을 통해 글로벌 경쟁을 리드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LG는 지난달 31일부터 LG이노텍과 LG실트론 등 전자부품 계열사를 시작으로 약 한달 간에 걸쳐 올해 사업성과를 점검하고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업적보고회를 추진 중이다.
업적보고회에서 논의될 LG 각 계열사의 내년도 사업계획은 각 사업부문별로 시장선도 상품 출시 계획과 이를 위한 선제적인 R&D 투자 계획, 또 OLED TV 디스플레이와 같은 분야에서 선도적 사업자로 도약하기 위한 계열사간 시너지 제고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담게 될 것으로 보인다.
LG 각 계열사는 업적보고회 결과를 토대로 12월 중으로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환율 상승 등 국제 금융시장 불안 재점화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해 환리스크를 비롯한 빈틈없는 재무 관리의 필요성도 중요해진 만큼 대비를 철저히 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투자규모는 구체적인 방향이 잡히지 않았지만 올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조율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의 올해 투자규모는 16조4000억원이다.
다만 불황 장기화에 대비해 LG는 차세대 먹거리 육성을 위한 R&D투자 확대 기조를 계속 유지할 방침이다. LG는 올해 R&D에 4조9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이는 5년 전인 2008년 R&D투자액 2조8000억원에서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며, 지난해 4조3000억원보다 6000억원이 늘었다.
포스코 역시 내년도 경기상황을 여타 그룹과 비슷하게 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의 변화상황에 실시간 대응하는 시나리오경영을 하고 있어 내년도 경영계획은 현재 시점으로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포스코는 경기부진 심화를 가정하는 S4 시나리오에 맞춰 경영계획을 짜고 있는데 내년에도 S4나 조금 완화된 S3 정도의 시나리오에 맞춘 경영계획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포스코 투자수준은 연결기준 올해 수준인 8.4조 정도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도 포스코 채용 계획은 다음달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올해 포스코 패밀리 기준 6600명을 채용한 바 있다. 관련 업계는 포스코가 내년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채용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양창균 기자 (yang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