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성장 기조에 맞는 보수경영 전략 펼쳐
[뉴스핌=양창균 김홍군 기자] 경기불황의 그늘이 깊어지면서 재계가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한 모드로 전환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주요 대기업의 곳간에 쌓이는 현금이다. 재계가 무수익자산 매각이나 사채발행등을 통한 현금확보에 주력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사실상 위기경영 시나리오에 돌입한 국내 주요 그룹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사채발행부터 사옥매각까지 각 그룹별 상황에 따라 현금 확보 전략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투자 역시 소극적인 자세로 바뀌고 있다. 투자비용도 아껴 현금을 쥐고 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경기불황의 깊이를 모르는 현시점에선 보수적인 경영전략이 최선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활화산 같은 유로존 재정위기와 함께 글로벌 경기의 중심 축인 G2(미국, 중국)의 성장률 둔화까지 겹치면서 대기업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내년 전망도 불투명한 만큼 일단 현금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부터 현금성 자산을 적극적으로 확보했다. 올 상반기 현금성 자산이 20조9173억원으로 전년도 상반기 12조4192억원에 비해 68.4% 증가했다. 10대 그룹중 증가율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르노삼성의 지분 매각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르노삼성은 현재 프랑스 르노그룹이 80.1%, 삼성카드가 19.9%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르노그룹측이 지분을 매각할때는 삼성카드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르노그룹 지분 매각과 함께 삼성카드도 보유 지분을 현금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내년 경영환경 전망이 밝지 않다고 보고, 성장보다는 내실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내년 경영전략을 짜고 있다.
올해 7755만대이던 전세계 자동차 수요는 내년 8032만대로 3.6%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건설이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지난 3월 1000억원에 이어 추가로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SK그룹도 계열사별로 내년도 경영환경에 대비하고 있다. 이중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는 사옥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SK텔레콤은 서울 중구 남대문로 5가에 위치한 SK그린빌딩(SK남산빌딩)과 장안동 사옥과 구로 사옥등 3 곳을 매각키로 결정했다.
이와함께 SK텔레콤은 회사채 발행과 보유주식처분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회사채의 경우 올해들어 현재 추진중인 글로벌 본드를 포함해 모두 3건이다. SK텔레콤은 또 보유한 포스코 지분도 매각키로 했다.
SK네트웍스 역시 사옥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현재 서울 명동 본사 사옥과 강동구 성내동, 목동 등에 보유한 건물을 매각하는 방안을 타진 중이다.
포스코도 경기불황으로 실적이 악화되고,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등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자산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 호찌민시의 주상복합건물 다이아몬드 플라자와 창원 대우백화점, 부산 서면의 주상복합쇼핑몰인 센트럴스퀘어 일괄 매각을 위해 이랜드 등 국내외 투자자에게 매수의사를 타진중이다.
입찰 마감은 다음달 초로, 일괄매각이 무산될 경우 분할 매각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포스코는 100% 지분을 보유한 포스코특수강을 연내 상장하고, 비주력 계열사 구조개편을 추진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 4월 SK텔레콤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지분을 팔아 5800억원을 확보했으며, 대우인터 소유의 산둥시멘트와 교보생명 지분도 각각 750억원과 1조2000억원에 매각해 현금을 늘렸다.
LG그룹도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주력계열사인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11월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회사채를 통한 현금을 조달하고 있다. 지난 9월에도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3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지난해 1조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던 LG디스플레이도도 2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STX그룹 역시 STX유럽 자회사인 STX OSV 지분매각에 이어 STX에너지 지분 중 일부를 일본 오릭스에 매각키로 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추진중이다.
STX메탈과 STX중공업을 합치는 등 계열사 교통정리를 통한 경영합리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그룹도 지난 7월 말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있는 사옥을 코람코자산운용에 팔았다. 매각금액은 2262억원이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 책임연구원은 "내년 경기는 저성장은 과하지만 2000년대 중반에 비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요가 회복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성장세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저성장 기조에 맞춘 보수적인 경영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기본전략에 충실하면서 선두기업으로 나갈 수 있는 사업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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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양창균 기자 (yang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