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기석 기자] 국내 원/달러 환율이 사흘째 급등하면서 1185원대까지 상승, 7개월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외국인들은 17일째 주식시장에서 순매도를 유지했으며, 5월 들어 누적 순매도 규모가 4조원에 다다랐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스페인의 재정위기 심화 등 유로존 재정위기가 재점화되면서 국내 외환금융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에서 이틀째 코스피지수가 반등하면서 1800선대가 지지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도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역외세력들이 주식을 팔고 판 돈으로 달러를 사는 거래가 지속되고 있으며, 국내 주식펀드 관련 헤지성 매수 역시 강하게 유입되고 있다.
◆ 원/달러 환율 1185원선 7개월 최고치 재경신, 외인 주식 매도 지속될 듯
2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85.50원으로 전날보다 5.00원이 상승, 종가기준으로 지난해 10월 6일 1191.00원 이후 7개월여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반면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코스피지수가 1824.17로 전날보다 9.70포인트, 0.53% 상승하며 이틀째 상승, 1800선의 지지력이 강화됐다.
다만 외국인들은 이날도 1327억원을 순매도, 지난 5월 2일 이후 17일째 순매도를 지속했다. 누적순매도 규모는 4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도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비치고 있다. 올해 연초 10조원 이상 유입됐던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현재 처분되고 있는 과정이나 아직 절반 가량에 못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경우 국회의원 재선거가 오는 6월 17일에 있을 예정이라서 아직까지 시일이 상당히 남이 남은 상황이고, 또 급진좌파연합인 시라자가 지지율이 1위로 앞서가고 있어 긴축 완화,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그동안 사뒀던 주식을 처분하고 있는 와중이기 때문에 단기 반등 외에 불확실한 대외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하락변동성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인 것이다.
동양증권의 이중호 스트래티지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10조원 넘게 유입됐던 연초 자금의 청산이 진행 중"이라며 "유입된 외국인들의 자금규모가 많고 해외의 경제변수가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외국인 매도가 언제 멈출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기획재정부 외환시각 내부 변화, 박재완 장관 ‘자제 모드’ 전환
이에 따라 외환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의 외환시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일정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당초 원/달러 환율이 1130원에서 1150원선으로 넘어가면서 “펀더멘탈에 비해 주식 및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과도하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1170원 이상으로 넘어가면서는 “빈번한 발언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모드로 뚜렷이 전환하고 있다.
현재의 위기 상황이 앞으로도 상당시일 지속될 수 있고, 특히 앞으로 1~2개월 안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주식을 파는 상황에서 자칫 외환시장에 환율의 하향안정화를 도모할 경우 외국인들한테만 불로소득만 더 줄 뿐 시장 방향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5일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은 과천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제유가가 다소 안정이 되고 있어 다행스럽다”면서도 “그렇지만 유로존 위기 재연 등으로 시장이 혼란스러운 상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재완 장관은 “최근 외부 강연이나 현장체험 등 여러 곳에서 환율 등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여기에 한마디 한마디 하다보니 매일같이 환율에 대한 발언을 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말했다.
이어 박 장관은 “매일같이 환율에 대해 대답을 할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일희일비하게 되고 시장이나 국민들한테 장관이 발언할 만큼 위험스러운 상황이 아니냐는 오해를 줄 소지가 있다”며 “외환시장에 대해 당분간 말 수를 줄이겠으니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등 앞으로 1~2개월 사이 유럽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며 "1~2개월 내에 벌어지는 일이 하반기 경기나 시장 상황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장관은 “경기의 경우에도 대외 불확실성으로 하방위험이 큰 상황이므로 현재는 정책여력을 비축하는 시기로 보고 인위적인 부양책은 삼가겠다”며 “부동산대책 역시 정부로서는 할만큼 다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장관은 “그리스의 총선 결과에 따라서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유럽이 현재의 혼란에서 벗어나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위기를 잘 대처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 외국인 매도기 환율방어 개입 자제 필요, 외국인 자본이득 보전 역기능
유로존 위기 등으로 위험자산을 처분하는 이른바 ‘디레버리징’(De-leveraging) 국면에서 주가 하락기이므로 그동안 주식을 사서 획득했던 자본이득(Capital-gain)이 줄어들 수 있으나, 정부가 나서서 환율상승을 막을 경우 외국인들의 자본이득을 보전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또 외국인이 주식을 지속적으로 더 팔게 남아 있는 상황이라면 정부의 인위적인 달러매도개입이 외국인들한테 안정적으로 주식을 팔 기회를 주기 때문에 외국인 매도는 오히려 멈추지 않을 수 있다.
외국인들이 주식에서 먹고 외환에서도 먹는 결과를 초래해 외국인들의 매도를 편하게 해주고 이익도 희사하면서, 오히려 자본유출입을 조장하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차후 외국인들이 한국시장에서는 주식투자 리스크 없는 무위험 이익을 향유하도록 잘못된 버릇을 들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아울러 국내 외채 수준이 외국인들의 국채 투자로 높아지고 있지만 대외순채권도 늘어나고 있고 단기외채도 줄어드는 가운데 외환보유액이 3000억달러 이상 늘어난 상황이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매도에 대해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주식투자야 어차피 상승할 때 이익을 보고 하락할 때는 손해를 보는 것인데 그리고 매수하여 외국자본이 급유입될 때도 있지만 반대로 급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주식에서 얻은 이익을 외환에서 손해볼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함으로써 경고의 메시지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내 물가가 아직 2%대 수준에서 큰 무리가 없는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다소 정체상태를 보이거나 약보합 상태를 보이고 있고, 여기에 수출증가율이 정체된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국내 기업들한테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소폭의 리스크를 반영하는 수준의 환율 상승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외국계 은행의 한 고참 딜러는 “원/달러 환율이 사흘째 오르면 1185원대로 급등하기는 했지만 종가기준으로 보면 5원 가량 상승한 정도”라며 “유로존 위기가 급박한 상황에서 하루 5~10원이면 1%도 안되는 수준이기 때문에 과도한 개입으로 무리수를 두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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