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가 시행한 장기대출(LTRO)에 폭발적인 수요가 몰리면서 은행권 유동성 가뭄을 실감하게 했다.
21일(현지시간) ECB는 523개 은행이 총 4892억유로(6440억달러)의 3년 만기 장기 대출을 제공했다. 이는 금융업계 애널리스트가 예상했던 3000억유로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번 대출은 지난 8일 ECB가 새롭게 제시한 유럽 신용시장 안정화 방안 가운데 하나로, ECB가 만기 1년 이상 장기 자금을 공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대출 금리가 기준금리와 동일해 은행권 조달 비용이 사실상 거의 발생하지 않는 셈이다. ECB의 현행 기준금리는 1.0%다.
RBS의 자크 카일록스 유럽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ECB의 장기 대출은 리먼 사태 당시와 같은 신용경색을 차단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내년 채권 차환 발행 물량이 상당 규모인 데 반해 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에 ECB가 급한 불을 진화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딜로직에 따르면 유로존 은행권이 내년 1분기 조달해야 하는 자금은 2000억유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권이 눈앞에 닥친 위기를 모면한 셈이지만 시장은 오히려 불안하다는 표정이다. 이날 장 초반 강세 흐름을 보였던 유로와 주변국 국채가 대출 집행 결과에 대한 소식이 전해진 후 약세로 돌아섰다.
카일록스는 “유로존 부채 문제가 이번 대출 규모로 완전히 가리기에는 너무 크고 깊다”고 말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ECB가 제공한 대출 가운데 순수한 신규 자금은 1900억~2000억유로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했다. 단기 자금을 장기 자금으로 소위 재활용한 부분이 절반 이상 차지한다는 얘기다.
또 은행권이 자본적정성 강화와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압박에 시달리고 있어 대출 자금의 실물 경기 유입은 지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데 업계 전문가의 의견이 모아졌다.
한편 이날 런던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0.9% 상승했던 유로는 뉴욕외환시장에서 현지시간 하락 반전, 유로/달러가 1.30달러 선으로 밀렸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특파원 (higrac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