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축제는 반나절에 그쳤다. 이탈리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사임이 확정되면서 글로벌 증시와 채권 및 외환시장은 축포를 울렸지만 투자심리가 냉각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7.00%를 뚫고 올랐다. 이는 심리적인 저항선일 뿐 아니라 자본시장에서 이탈리아의 자금 확보를 봉쇄할 수 있는 분기점이라는 측면에서 시장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도 구제금융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장의 불길한 예측이 점차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 시장은 왜 ‘10년물 7%’에 주목하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7%는 지금까지 유로존 부채위기에 불을 당긴 수치였다. 그리스뿐 아니라 앞서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에 구제금융과 사실상 정부 기능 마비를 불러온 시발점이 바로 7% 수익률이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7%를 웃돌 경우 파장은 투자 심리 위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채 발행 비용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존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신규 국채를 발행, 매각해야 하는 유로존 주변국이 조달 비용 상승으로 자본시장 접근이 막히면서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수순이 반복됐다.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요청한 것은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7%선을 넘어선 후 불과 3주 만이었다.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국채 수익률이 6%를 넘었을 때 이미 시장은 자금 조달에 적신호가 켜졌고, 6% 선을 지속하거나 7%를 웃돌 경우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로렌스 분 유럽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며 “국채 수익률이 7~8%에 이른 상황에 이탈리아가 시장에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진단했다.
◆ 伊 국채, 신용시장선 이미 ‘정크’(Junk)
9일 런던금융시장에서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7.41%까지 치솟았다. 유로존 가입 이후 최고 수준이다.
최근 ECB가 채권 매입을 대량 늘리지 않았더라면 수익률은 이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높은 수준으로 올랐을 것으로 시장 전문가는 예상했다.
이미 민간 자본은 이탈리아 국채 투자를 회피하고 있고, 자금줄이 막히면서 부채위기를 더 악화시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시장은 이미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모습이다. 파생상품 결제소는 이탈리아 국채에 대한 마진콜 기준을 상향, 거래 비용을 상승시켰다. 일단 국채 수익률이 7%를 돌파한 만큼 당분간 걷잡을 수 없는 상승 기세가 지속될 것으로 시장 관계자는 내다봤다.
문제는 이탈리아의 충격파가 앞서 EU의 지원을 받은 주변국과 차원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른바 '대마불사(Too big to fail)'라는 꼬리표에 이탈리아의 실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탈리아의 기존 부채 규모는 1조 6000억유로(2조 2000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아일랜드의 부채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큰 규모다. 이탈리아가 디폴트를 모면하기 위해서는 매년 수천억 유로에 이르는 자금을 신규 조달해야 한다.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액만 3000억유로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자들이 이탈리아에 자금줄을 대주지 않으면 결국 구제금융에 기대야 하지만 유럽중앙은행(ECB)과 EU의 자금력으로는 부채 위기를 풀어낼 묘안이 없다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판단이다.
◆ 伊 디폴트, 글로벌 금융시장에 ‘재앙’
EU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지원으로 이탈리아를 구제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적인 자금 수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EFSF의 자금을 당근으로 제시해 민간 자본을 유인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EU 정책자들은 민간 투자자들에게 손실 리스크가 제한적이라는 확신을 줄 수 있다면 이 같은 전략이 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이미 유로존 국채 투자 손실로 실적이 크게 악화된 만큼 왠만한 당근으로는 매수 심리를 자극하기 어렵다는 것이 투자가들의 지적이다.
이탈리아가 디폴트 상황에 치닫게 되면 유로존 전체의 운명이 벼랑 끝 위기로 몰릴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이 또 한 차례 붕괴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바클레이스 캐피탈의 줄리안 캘로우 유럽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이탈리아의 채무조정은 유로존 경제에 재앙을 일으킬 것”이라며 “유로존의 극심한 경기 침체와 함께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도 커다란 하강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투린대학 경제학과의 마리오 디아글로 교수는 “이탈리아가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은 긴축안이 현실성 없는 빈껍데기나 다름없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긴축을 통한 부채 상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특파원 (higrac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