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한 사장의 이런 발언은 하이닉스가 SKT 품에 안기길 바라는 정부나 채권단의 의중을 대변하는 듯하다. 재무상태나 신용등급 등 객관적 수치에서 SKT가 더 우월하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SKT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AA(안정적)인 반면 STX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안정적)이다. 실제 STX가 하이닉스 입찰에 참여한다고 나섰을 때 시장전문가들은 STX의 재무상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신용등급 하락을 논하기도 했다.
물론 하이닉스를 주춧돌 삼아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자하는 간절함은 SKT와 STX가 크게 차이가 없는 듯하다. 다만 수조원에 달하는 대형 빅딜을 감당할 능력이나 국내 수출의 한 축인 반도체 사업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SKT를 지지하는 마음은 당연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현대건설 매각을 떠올리기도 한다. 예상 밖으로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자 뒤늦게 이를 되돌리면서 겪었던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유 사장이 미리 의중을 내비췄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SKT는 여전히 매각방식에 불만을 토로했다. 유재한 사장의 발언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구주에 대한 프리미엄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
유 사장은 "하이닉스 구주 매입에 대한 가점이 없다"고 못박으면서도 "구주지분 인수비율이 다를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의 총액을 기준으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구주매입비율이 높을수록 가산점을 주는 형태는 아니지만 구주매입비율이 적으면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유 사장은 시가가 1만원인 주식 2주를 매각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A후보가 1주를 2만원에 사겠다고 하고, B후보는 2주를 3만2000원(주당 1만6000원)에 사겠다고 할 경우 주당프리미엄은 A는 1만원, B는 6000원이다.
그런데 B후보가 매입하기로 한 2주 가운데 1주를 시가로 계산해서 제외한 뒤 비교하면, A가 2만원에 산다는 1주를 B는 2만2000원에 사는 셈. 1주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이 A는 1만원, B는 1만 2000원으로 달라진다.
이를 하이닉스 입찰에 대입해보면 A후보는 구주 7.5%를 주당 3만원, B후보는 10%를 주당 2만 9000원에 사겠다고 했을 때 주당인수가격은 A후보가 높고, 인수총액은 B후보가 앞서는 상황.
그러나 B후보가 사기로 한 10% 중 2.5%를 프리미엄이 없는 시가로 제외하고 7.5%에 대한 가격만 비교하면 주당인수가격도 B후보가 높아질 수 있다.
물론 재무적투자자(FI) 비중이 높을 경우 감점을 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은 분명 SK텔레콤에 유리하다. 다만, 이 부분은 이미 STX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STX관계자는 유 사장의 기자간담회에 대해 "FI 비중이 많은 참가자에 감점을 주는 것은 원래 있었던 것"이라면서도 "객관적인 수치로는 SKT가 우위에 있지만 STX가 가진 강점을 생각하면 뒤지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아직까지 누가 승자가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CJ제일제당의 대한통운 인수전 승리에서 볼 수 있듯이 SK그룹(최태원)과 STX그룹(강덕수) 오너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 같다. 특히 객관적으로 상대적 우위에 있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의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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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안보람 기자 (ggarggar@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