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문형민 김기락 정탁윤 손희정 기자] 원/달러 환율이 3년만에 1050원 밑으로 떨어지자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출품인 반도체, 자동차 등에 대해서는 우려가, 원료 및 원자재 수입이 많거나 외화부채가 많은 업종에서는 웃음이 새어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수출기업들도 결재통화 다변화 등으로 대응책을 마련했고, 수출시장에서 경쟁자인 일본의 엔화 가치도 동반 상승하고 있어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일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한때 전 거래일 종가보다 5.6원 내린 1048.90원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27일에도 환율은 3년 만에 장중 1050원선이 붕괴된 것.
이날 소비자물가가 7개월 연속 4%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국내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것이 원/달러 환율 내림세의 이유로 분석됐다.
일각에서는 외환 당국이 물가 상승을 우려해 환율 하락을 용인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미국 의회의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낙폭은 제한될 전망이다.
외국계 투자은행과 국내 증권사와 민간연구소 등은 올해안에 원/달러 환율이 1000원선 아래로 내려갈 수 있고, 내년에는 더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있다. 환율은 지난 2008년 4월 28일 999.6원(종가) 이후 네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 현대기아차, 우려되지만 엔고로 상쇄
환율 변화는 자동차 업계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상반기 중 사상 최대의 판매량과 실적을 기록했지만 하반기에 환율에 발목을 잡히지 않을까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에대해 현대기아차는 환율변동에 따른 시스템경영과 결재통화 다변화로 대비하고 있어 환 리스크가 자동차 수출에 걸림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과거에는 달러 베이스로 결재했으나, 지금은 각 공장이 들어선 국가의 화폐, 유로화, 달러 등 결재 방식을 다변화했다는 설명이다.
원화강세가 지속되면 현대·기아차 환율에 의한 이익 규모가 줄어들지만, 경쟁국인 일본 엔화도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어 상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원화강세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낮아질 가능성은 있으나, 엔고가 일본차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완충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재록 기아차 재경본부장은 기업설명회에서 "하반기 환율이 1030원 수준이 되면 힘들겠지만 이익은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철강·식음료·항공 등 환율하락 "긍정적"
철광석과 유연탄 등 원재료를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하는 포스코 등 철강업체에게 환율 하락은 단기적으로 호재다. 물론 장기적으로 자동차 등 후방산업이 타격을 입으면 수요부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포스코는 제품 수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외화를 유연탄과 철광석 등 주요 원료 수입물량 결재에 사용하는 내추럴헤지(natural hedge) 방식으로 환율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만큼 환율급락이 도움이 되기도 하겠지만 장기적으론 수요 부진 등 득실을 계산해봐야 한다"며 "이번 환율급락에 대해 장기적인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밀가루, 설탕 등을 거의 100% 수입에 의존하는 식음료업체들은 환율 하락을 반가워하고 있다. 원재료 수입비용 감소에 따른 이익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원재료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물가상승을 이유로 제품가격 인상을 제지당해야하는 처지였다. 환율 하락에 따라 그나마 숨통이 틔이게 됐다는 것.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하반기에 예상 환율 1046원, 연간으로는 1070원을 예상하고 있다"며 "내수기업이다 보니까 곡물이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원/달러환율이 더 내려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업계도 환율 하락을 단기 호재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사들은 외국인 수요보다 국내 여행객 의존도가 높은 만큼 환율 하락으로 내국인 관광객의 해외여행 증가에 따른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또 연간 지출비용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항공유 구입비와 항공기 리스료, 해외지사 운영비 등이 달러로 결재해야하므로 환율 하락으로 재무제표가 그만큼 좋아질 수 있다. 항공기를 구입 또는 빌리면서 발생한 외화부채 원리금 부담도 환율 하락으로 줄어든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연간 이익이 58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76억원 가량 개선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업계는 원화강세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달러부채가 58억달러 수준이어서 환율이 10원 변동 시 약 58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항공업계는 환율 하락 시 외화표시 부채 부담을 덜 수 있고, 한국발 해외여행자수가 증가하는 효과가 있어서 환율 하락 국면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경우 완성품은 수출하지만 원자재와 부품은 수입하는 것이 많고, 주고받는 돈이 달러 외에 유로화와 신흥국 통화 등으로 이미 다변화돼 있어 환율 영향이 복잡한 편이다.
삼성전자는 원가절감과 물류 효율화, 구매처 다변화, 재고 및 채권 등의 미세관리를 통한 경쟁력 강화로 환 영향을 최소화시키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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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문형민 김기락 정탁윤 손희정 기자 (hyung13@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