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유로존 채무 위기가 정점에 도달하고 있다. 그리스는 사실상 부도상태이고, 포르투갈과 아일랜드 역시 최근 '투기' 등급으로 떨어졌다. 스페인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재정 및 금융 우려를 강화하면서 자금시장 접근성을 잃을 위험에 처했다. 게다가 이탈리아에 대해서도 금융시장에서 압력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12년까지 그리스의 공공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60%를 돌파하고,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채무 구조조정이 아니라면 시장에서 빠르게 사라지는 수밖에 없다. 지금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 그리고 유럽재정안정기구(EFSF)의 합작 구제금융으로 모든 도덕적해이가 초래될 위험에 처해있다. 독일부터 시작해서 유로존의 유권자들은 모두 이에 대해 반대할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그리스 국채 만기를 연장하자는 프랑스의 제안은, 그리스에 대해 너무 높은 이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점에서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또 국채 조기상환(바이백)은 공공자원을 막대하게 소진하는 길이다. 상환을 할수록 채권자들이 보유한 잔존 채권 가치가 급격히 늘어나서 이익은 그리스가 아니라 채권자들에게 더 많이 돌아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그렇다면 유일한 현실적이고 합당한 해결책은 질서정연하게 시장에서 결정되는 그러나 강제적인 그리스 채무 구조조정"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자국 은행들이나 외국계 은행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끼치지 않으면서 어떻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가 하는 데 있다.
이에 대한 답은 아마도 우루과이, 파키스탄, 우크라이나 그리고 여타 신흥시장 경제국 등의 국채 위기 해결책을 모방하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들 나라들은 기존 채무를 세 가지 특징이 있는 새로운 채무로 질서정연하게 교환하는데, 이는 액면가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만기는 20년~30년의 장기로 하되 금리는 현재의 유지 불가능한 시중금리보다 낮게 설정하고 기존 이표에 비해 근접하거나 그보다 낮게 하는 것이다.
그리스 국채 액면가치를 줄이지 않는다고 해도 만기를 연장하는 것만으로도 현재가치 기준으로 보면 막대한 채무 부담을 더는 것이 된다. 30년 뒤의 1유로는 지금 1유로 가치에 비해 훨씬 더 작다. 더구나 만기연장으로 인해 앞으로 수십년 동안 재융자 위험이 사라진다.
또 액면 가치가 유지되는 채권은 은행과 보험사 그리고 연기금 등 채권단에게도 당분간 가치를 100% 평가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대차대조표 상의 대규모 손실을 배제할 수 있게 한다. 이에 따라 위기의 전염 위험이 줄어들게 된다.
신용평가사들은 이런 부채스왑을 일종의 '이벤트 리스크(사실상 디폴트)'로 간주할 수 있지만, 그 기간은 몇주 정도의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루과이의 경우 국가신용등급이 2주 동안 '선별적 디폴트'로 떨어졌지만, 부채스왑이 잘 이루어지고 난 뒤에는 등급이 다시 회복되었으며 공공채무가 지속가능한 수준까지 줄었다. 유럽중앙은행(ECB)이나 여신은행들도 몇 주 정도는 이런 상황을 견딜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더구나 이런 부채스왑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 과거 경험으로 볼 때 만기까지 계속 채권을 들고가는 투자자들은 대부분 액면 채권을 수용했으며, 시가평가를 하는 투자자들은 더 높은 금리가 붙은 할인채(즉 표면가치가 더 낮은 채권)를 원했다.
루비니는 또한 금융 전염 사태를 막는 최선의 길은 범유럽 차원의 유로존 금융기관의 자본 강화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유럽재정안정기금과 같은 공공 자원을 활용하는 것으로 그리스나 여타 채무 우려 국가들에게가 아닌 자국 혹은 유로존 금융기관들에게 증자 자금으로 투입되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ECB는 무제한적인 유동성을 공급해야 할 것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대한 금융시장의 압력과 같은 위험을 줄이려면 이들 나라는 재정긴축과 구조개혁을 밀고 나가야 한다. 또한 이들은 EFSF 재원이 더욱 크게 확대되거나 유럽 공동채권을 발행하는 것 등 양 유럽의 재정 통합을 높이는 길을 견주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루비니는 유로존은 주변국의 경제 성장을 도모할 수 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제가 성장하지 않고서야 어떤 재정긴축이나 구조개혁도 사회적 불안과 지속적인 정치적 역화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성장를 도모하기 위해 ECB는 금리 올리는 것을 중단하고 다시 완화정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루비니는 유로존이 부분적으로는 완화 통화정책을 통해 유로화의 평가절하를 유도하고 지역 경제의 경쟁력을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로존 전반의 재정이 위축되지 않도록 독일은 재정 긴축 계획을 연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그는 충고했다.
그는 "지금과 같이 유로존이 근근히 문제를 풀어가는 접근 방식은 불안정하고 불균형적이며 문제 해결을 뒤로 미루는 것이어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루비니는는 경제와 재정 그리고 정치의 보다 강력한 통일성을 이루고 성장과 경쟁력을 회복하면서 질서정연한 채무 구조조정과 함께 유로화도 완만하게 평가절하되어야 한다면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무질서한 디폴트 사태와 금융 위기 그리고 종국에는 유로존 통화동맹의 붕괴를 목도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herra7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