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 사태 속 남미 정세 완화 노림수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과 오는 2월 첫째 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콜롬비아를 향한 군사적 압박과 거친 발언으로 긴장이 고조됐던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대화 의지를 표명하면서 양국 관계에 급변이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글을 올려 "오는 2월 첫째 주 백악관에서 콜롬비아의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과 회담하기를 고대한다"며 "이번 만남이 콜롬비아와 미국 모두에게 매우 잘 풀릴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하지만 코카인과 기타 마약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일은 반드시 중단(STOPPED)돼야 한다"며 마약 차단을 거듭 강조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 7일 두 정상 간 약 1시간가량 진행된 전화 통화의 후속 조치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통화 직후 "페트로 대통령의 전화와 말투(tone)에 감사한다"고 언급하며 이전과는 다른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 이후 콜롬비아를 다음 '타깃'으로 거론하며 페트로 대통령을 "코카인을 만들어 미국에 파는 역겨운(disgusting) 사람"이라고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콜롬비아에 대한 군사 작전 가능성을 두고도 "좋은 생각처럼 들린다(Sounds good to me)"고 말하는 등 군사적 옵션을 시사해 파장이 일었다.
이에 대해 페트로 대통령은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현실적인 위협"이라고 규정하며 자국을 방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한편, 긴장 완화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를 모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좌익 게릴라 조직 출신인 페트로 대통령은 2022년 취임 이후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는 회담을 가졌지만, 지난해 복귀한 트럼프 대통령과는 이번이 첫 대면이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핵심 우방국이었던 콜롬비아는 페트로 정권 출범 이후 마약 정책·베네수엘라 문제 등을 둘러싸고 워싱턴과 마찰을 빚어 왔다. 미국은 마약 밀매와 카르텔 연루 의혹을 이유로 콜롬비아 인사들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며 페트로 정부를 압박하고 있어 갈등은 한층 고조된 상태다.
그럼에도 미국의 군사·안보 지원은 여전히 콜롬비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워싱턴은 지난 20여 년간 좌익 반군과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을 명분으로 콜롬비아에 약 140억 달러를 지원해 왔다. 미국에게 콜롬비아는 카리브해 일대 마약 단속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핵심 거점이자, 해외 마약 퇴치 전략의 초석으로 남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백악관 회담을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 이후 남미 지역 질서 재편을 겨냥한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행보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마약 근절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압박하는 동시에, 콜롬비아를 다시 미국의 영향권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라는 해석이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