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국제 금융시장의 ‘뜨거운 감자’, 환율전쟁
외환시장이 국제 금융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고 있다. 6년 만에 이뤄진 일본의 시장개입을 필두로 위안화 절상을 둘러싼 G2 간의 공방, 그리고 신흥 경제국의 시장개입 확대 등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국제 환율전쟁이 쟁점화 되고 있는 것이다.
위기 이후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재정이나 통화 측면에서 정책 여력이 위축된 상황에서 새로운 경기부양 수단으로서 환율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위기 이후 글로벌 시스템의 응집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각종 보호주의 위험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환율이라는 것은 본래 상대적인 것, 즉 두 통화 간의 ‘상대가격’이다. 따라서 통화 약세를 통해 자국 경기부양을 도모하는 것은 상대국의 통화 강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는 전략인 셈이다. 이를 “근린궁핍화 정책”이라고 한다. 이 게임의 결론은 분명하다. 모두가 자국의 통화 약세를 선호하는 “경쟁적 평가절하”라는 악순환이 그것이다. 실은 과거 대공황이 세계 최악의 경제적 참사로 기록되게 된 배경에도 이와 같은 보호주의의 확산이 자리 잡고 있다.
다른 한편, G20과 같은 식으로 글로벌 차원의 공조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각국의 환율 정책을 글로벌 차원에서 일종의 준(準)공조적 통화확대 정책이 이뤄지는 것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외환시장에서는 미국 등 주요국의 “경쟁적인 양적완화”가 환율 움직임의 또 다른 결정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나머지 국가들도 이런 추세에 대응해, 금리인상이나 출구전략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진 국제 외환시장
좌우간 이처럼 국제 환율전쟁이 부각되는 가운데 주요 환율들이 다양한 이산 현상을 보이면서 국제 외환시장이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져든 모습이다.
사실 일본 정부의 전격적인 시장개입 소식에 엔/달러 환율은 15년래 최저치인 82엔대에서 85엔대로 올라서기도 했지만, 이후 개입 약발이 떨어지면서 다시 83엔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어 10월 초에는 일본은행이 0.1%의 기준금리를 0~0.1%로 추가 인하했는데,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에 대응한 엔고 저지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되지만 환율에 미친 효과는 아직 제한적이다.
이런 가운데 오히려 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일본의 개입을 전후해 중국의 위안화 절상이 가속화 되고 있다는 점이다. 10월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명,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등 굵직굵직한 이벤트를 앞둔 중국의 ‘눈치보기’로 간주되지만, 한 때 6월 이후 절상폭을 거의 원점으로 되돌리던 모습을 생각하면 그 배경에 사뭇 관심이 커진다. 
이와 맞물려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움직임이 가시화 되면서 달러화가 급락하는 한편, ‘위기의 통화’ 유로화가 이제 다시 강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원화 역시 최근 가속적인 절상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 초반까지 내려섰다. 사실 주요국의 경쟁적인 양적완화나 금리인하로 인해 신흥국으로 자금유입이 확산되면서 신흥통화가 대폭 절상되고, 이에 대응한 각국의 시장개입도 보다 전면화 되는 양상이다.
환율변동은 통화 간의 상대가격 조정
이미 지적했다시피, 환율은 본래 상대가격이다. 따라서 모든 환율이나 통화가치가 같이 오르거나 떨어지는 일은 불가능하다. 어느 환율이나 통화건 그와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불가피하다.
물론 일각에서는 현대의 화폐인 ‘법화(fiat money)’가 과거 금과 같은 상품통화와는 달리 실물적인 기반을 지니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총체적인 화폐가치의 붕괴로 인해 실물자산이나 상품통화의 가치가 오르는 시나리오를 그리기도 한다. 최근 금 가격의 급등은 이런 배경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금이 대안통화로서 누리는 지위 때문이다. 어찌 됐건 통화 간에는 상대가격의 조정이 불가피하다. 모든 통화가 한꺼번에 오르거나 떨어지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율의 변동을 단순히 특정 통화 가치의 변화로만 보기보다는 상대 통화 가치와의 상대가격 조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달러화가 떨어진다는 것도 다른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미고, 따라서 다른 통화의 가치는 달러화 대비로 오른다는 것이 된다. 즉, 달러화와 다른 통화 간의 상대가격이 변한다.
이러한 상대가격 조정은 결국 자원배분이나 부의 재조정을 수반한다. 달러화 약세는 달러화에 치우친 자원이나 부가 다른 통화로 빠져나간다는 의미를 지닌다. 실은 상대가격 조정에 따른 자원배분 혹은 부의 재조정은 다른 경우에도 많다. 가령 주가가 떨어진다는 것은 주식시장에 집중된 자원이나 부가 이탈한다는 뜻이 된다.

글로벌 불균형의 재조정과 환율 조정
지금 환율 조정의 필요성은 무엇보다 글로벌 불균형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사실 이번 위기의 배후에 글로벌 차원의 각종 경제적 불균형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 핵심은 이른바 글로벌 불균형이다. 한편으로 미국 등과 같은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국과, 다른 한편으로 중국 등의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국 간의 불균형 말이다.
이제는 이러한 불균형이 비록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직간접적으로 위기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는 데 많은 공감이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위기 이전에만 해도 이러한 불균형은 미국, 중국, 일본 등 개별 국가의 문제로 치부되고 기껏해야 달러화 급락 리스크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위기를 거치면서 이제는 불균형이 각국의 거시경제정책 운용방식과 구조적 왜곡 등과 관련된 시스템 문제로 간주된다.
따라서 위기를 진정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불균형의 재조정, 즉 ‘글로벌 재조정(global rebalancing)’이 요구된다. 그리고 불균형의 재조정 수단으로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손쉽고 즉각적인 것이 바로 환율 조정이다.
위기 직후 미국 등의 경기 급락으로 인해 사실상 강제적으로 불균형이 어느 정도 축소되었지만, 최근 경기회복 과정에서 이러한 불균형이 다시 늘어나는 조짐이다. 게다가 얼마 전까지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유로화가 급락하면서, 새로운 형태로 불균형이 확대될 가능성이 부각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여전히 위기의 상흔에 허덕이는 글로벌 경제를 보강하고, 불균형을 시정할 수단으로서 환율 조정이 다시 각광 받고 있다.
(2편에 이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