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구체적으로 "냉연산업도 시장점유율만을 기준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규정해 제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의 한마디는 다음 날 아침 거의 모든 일간신문 사설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등장했다.
이구택 회장은 "봐 달라"고 했지만 사설들의 논조는 하나같이 업계 대표로서 감히 할 수 없는 '용기있는 일갈'이라는 논조였다.
◆이 회장의 말,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면
이구택 회장의 말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면 이런 얘기일 듯싶다.
어떤 나라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잘 커가는 철강회사가 있었다. 이 철강회사는 그 나라에 독점적으로 공급하면서 안정적인 영업마진을 확보할 수 있었고 순이익을 몇 조원씩 내게 됐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 외국 철강회사들의 공세가 시작됐다.
여기에 FTA(자유무역협정)가 되면 외국계 회사들의 공격에 맞서 1대1로 승부를 벌여야 할 상황을 맞고 있다.
결국 요약하면 회사가 점차 커갈수록 글로벌 경쟁에 직면하게 되고 아직 체력을 보강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강력한 업계 경쟁자들의 도전을 당하게 된 경우라 할 수 있다.
사실 지금까지 포스코는 달라는 대로 물건을 대주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필요하면 알아서 사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다르다.
대부분 생산자이자 기업인 포스코의 고객들도 먼저 중국산을 비롯, 가격대비 품질이 메리트가 있는 제품을 고를 수 있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로인해 포스코는 영업이익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생기자 그동안 수십년간 유지해온 포스코 지역별 대리점들의 영업 마진을 탐내고 있는 실정이다.
철강업계 안팎에서는 내년쯤이면 흔히 '중소형 철강주'로 불리는 이들 포스코 지역별 대리점들의 업황이 큰 변동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언제든 또 어떻게든 포스코가 유통망을 축소해 영업마진을 추가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의 경영합리화 차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가능한 논리이자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바꿔말하면 포스코가 그만큼 시장 경쟁력면에서 위기를 맞고 벼랑끝에 몰려있을 수도 있다는 인식을 드러내는 것이다.
◆포스코, 아직은 내수기업이다
최근 포스코의 매출액을 살펴보면 그동안 많은 성장을 했지만 수출은 내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포스코는 내수를 바탕으로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이라는 의미다.
그 이익 규모는 엄청나다. 독점의 혜택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수출의 이익보다 내수의 이익은 더 엄청날 것임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2005년에는 27.25%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3개년과 올해 예상치까지 영업이익률은 대략 20~25%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 분기당 1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는 단일회사. 세계적으로 이런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포스코, M&A하고싶다면 떳떳이 해라
이구택 회장도 속내를 밝혔듯이 만약 시장에서 돈되는 기업을 인수하고 싶다면 자신있게 하면 된다.
스스로 떳떳하다면 인수를 하면 된다. 그리고 제대로 된 독점행위에 대한 공정위 조사를 신청해 받으면 된다.
하지만 이구택 회장의 일갈과 같이 현행법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이나 국민의 인식이나 여론을 호도하는 처사는 납득하기 어렵다.
과거 현대차는 기아차의 부실을 계기로 기아차를 집어삼킬 수 있었다.
현재 현대기아차 그룹의 시장 점유율은 70%를 넘어, 차종별로는 거의 80%에 육박하고 있다. 올 7월 업체별 시장점유율은 현대차가 52.0%, 기아차가 19.7%, 기타 28.3% 수준이다.
이렇다보니 국내 소비자들은 사실상 현대차나 기아차의 가격 정책대로 차를 구입할 수 밖에 없다.
예컨대 기아차가 "제 값을 받겠다"며 판매인센티브를 없애거나 동결하면 현대차가 더 잘 팔리는 형국이 되고 있다.
겉으로는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지만 사실상 소비자에게는 선택의 권한을 박탈당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회장님, 자신없다면 물러나는 것도 방법"
독과점 앞에서 국민들은 피같은 돈을 빨린다. 따라서 그것이 사실상 현실이라 하더라도 독과점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
이구택 회장의 말이나 일부 신문의 주장처럼 "철강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봐줘야 한다"거나 "세계적인 경쟁심화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익을 보장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식의 저급한 언론플레이는 석 자로 줄이면 '넌센스'나 '농땡이'일 것이다.
또 포스코가 쓸어담는 돈은 국민의 피와 땀이 서려있는 돈이라는 것을 포스코 이구택 회장은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리고 지금도 국민들이 자동차를 사거나 하다못해 국냄비 하나를 사더라도 국민들이 독점적 마진을 인정하고 비싼 값으로 사줬기 때문에 오늘날의 포스코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포스코가 국민의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만들어진 기업이라는 사실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법정싸움에서 이긴 만큼 배상은 없다해도 포스코는 민족의 목숨과 원한을 담보로 만들어 진 기업이라는 점을 스스로 무겁게 받아야 한다.
스스로 경쟁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없다면 CEO 자리에서 물러나면 그만이다.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기업의 경영진은 얼마든지 대체 가능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