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은 정부의 직간접적인 내정간섭을 받으면서 어떻게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막대한 재정적자를 줄이는 것과 금리를 정상화하는 것은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Federal Reserve)과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모두 매우 존경받는 통화정책 운용 기관이지만, 사실 이들은 법률적, 기술적 그리고 정책적인 면에서 다양한 쟁점들을 노정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이들 쟁점은 정책운용의 명목 준거지점들에 대한 것들이며, 앞으로 계속 논쟁이 전개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로버트 펠드먼(Robert Fedlman)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일본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컨퍼런스에서 이 같은 쟁점에 대한 경제전문가 논의를 소개했다. 아래는 펠드먼의 보고서를 정리한 것이다.
(이 기사는 3일 16시 02분 뉴스핌 유료기사로 송고되었습니다.)
◆ 법률적 쟁점
연준의 경우 두 가지 법률 상의 쟁점이 존재한다. 연방준비법(Federal Reserve Act)에 따르면 연준의 정책 목표는 물가안정과 최대고용으로 이중 규정되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이론이나 실천적인 면에서 연방준비법의 이중목표 규정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
화폐와 신용을 같은 정책수단으로 본다는 점에서 두 가지를 서로 다른 금리로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면 사실 의회는 연준에게 삼중목표를 달성하라고 말하는 셈이 된다.
더구나 연준은 통화량이나 신용규모를 안정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충분한 통제권한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금리를 연동시킬 경우 통화량이 내생화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나아가 통화량이 명목GDP와 안정적인 상관관계를 지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는 견해가 존재한다.
법률상의 두 번째 쟁점은 물가안정목표제 도입과 관련된다. 즉 이 정책을 도입한다면, 연준은 독자적으로 목표수준을 설정할 수 있는지, 목표수준이 의회의 검토를 거쳐야 하는 것인지, 법률적으로 어떤 물가지표를 사용하도록 강제되어 있는지 확실치 않다.
더구나 물가안정목표를 도입하고 있는데 경기가 더 악화되고 물가압력은 높아진다면, 물가안정목표 자체를 제대로 공식화하기가 어렵다.
한편 일본은행의 경우도 두 가지 법률적인 쟁점이 존재한다. 한 가지는 일본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것이다. 일본은행법은 명확하게 중앙은행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한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목표에 대한 독립성에 대해서는 역시 모호하다.
일본은행법은 "국가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물가안정 같은 것에 대해서는 언급한 바 없다. 결국 물가안정의 기준을 어떻게 수립해야 나는지, 현재 물가안정 목표범위가 "국가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일본은행은 현재 0~2% 수준을 물가안정 범위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 범위가 너무 폭넓기 때문에 정치적절차를 통해 목표수준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많다.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누가 그 목표를 결정하는지에 대해 혼란스러워할 수 있다.
일본은행의 두 번째 법률적 쟁점은 첫 번째 쟁점에서 파생된다. 즉 누가 목표를 정할 것인지 불확실한 상태에서는 일본은행이 항상 내각의 간섭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일본은행을 방어하기 위한 새로운 보호막이 필요한데, 경제 및 재정위원회(CEFP)는 2007년에 이를 주요 의제로 설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 기술적인 쟁점
연준과 일본은행이 모두 직면하고 있는 기술적인 문제는 바로 물가과 임금지수들이 얼마나 신뢰할만한 것인가 하는데 있다.
미국의 경우 최대 쟁점은 소비자물가지수(CPI) 내에 주거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데 있다. 특히 CPI 중 23%를 차지하는 '자기임차료'와 같은 항목이 문제다. 임대주택을 표본으로 삼기 때문에 임대시장의 여건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주택가격이 약해지면 가계들이 주택을 구입하기를 꺼려하게 되며, 이는 임대로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이 항목이 더욱 강화될 조건을 창출하게 된다.
역설적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자기임차료는 급등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 9월 미국 자기임차료는 전년대비 4.0%나 올랐다.
임금의 경우 다수 경제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고용비용지수가 시간당평균임금 등 두 가지 주요지수가 문제가 된다. 이들 두 임금지수는 모두 심각한 샘플링 및 도출공식에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이에 따라 미국의 임금상승률은 상당히 저평가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 또한 임금과 물가 면에서 미국과 유사한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의 문제는 잘 알려진 쟁점이다. 더구나 소비자물가 변화와 GDP디플레이터 그리고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 등 여타 일반물가지표들과의 격차가 워낙 큰 점이 문제시된다.
일본의 임금 측정방식도 문제가 있다. 2006년에 고용시장 여건이 점차 경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당임금 상승률이 둔화된 것은 이 문제를 잘 드러낸다. 이 같은 이상한 결과는 임급집계시에 고용시장의 구성을 좀 더 임시직 시간제 고용의 비중을 높게 잡고 있기 때문에 생긴다.
문제가 어떤 것이든 임금상승률이 둔화된다면 일본이 물가상승 추세에 있다고 말할 근거가 없게 된다.
◆ 정책상의 쟁점
정책적 쟁점에서는 연준의 경우 이른바 '그린스펀 풋(Greenspan Put)'의 소멸, 금융시장의 '군집행동(herd behavior)' 그리고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조화'가 문제적이다.
일본은행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조화가 긴급한 쟁점이지만, 인구노령과에 따른 최적 정책지표와 같은 여타 쟁점들 또한 존재한다.
연준의 경우 이른바 '그린스펀 풋'이 아니라면 금융시장의 붕괴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시장의 규율을 회복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있다. 일부 논자들은 이미 연준이 IT버블의 창출과 붕괴를 용인하는 방식으로 '그린스펀 풋'을 제거했다고 보기도 한다.
이럴 경우 중앙은행의 표준적인 대응방식은 '점진주의'다. 하지만 연준의 점진적인 금리인상 정책은 자본시장에 강력한 규율을 창출하지 못했다. 2년간 425bp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장기금리가 오히려 하향안정화되면서 경기가 부양되는 변태적인 결과가 나타난 것이 현실이다. 금융시장의 군집행태가 강화되면서 문제는 더욱 첨예해졌다.
일본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조화가 가장 긴급한 쟁점이다. 다년간 재정건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기초재정수지는 GDP의 4%에 육박한다.
일본은행 내부 관계자들은 "정상화"라는 정책적 접근방식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즉 재정정책의 정상화와 함게 통화정책 또한 정상화되어야 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대조적으로 내수위주의 성장을 추구하면서 재정적자의 감축을 위해서는 통화정책이 좀 더 오랜 기간 완화적인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좀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인구의 감소추세가 일본경제의 문제를 규정하는 본질적인 요인이 된다. 따라서 일본은 자본 대 노동의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도울 수 있는 길은 아마도 금리를 투자수익률에 연동시키는 방식이 될 수 있다.
즉 투자된 부분 중 비생산적인 부분이 증가할 경우 긴축통화정책을 구사하여 이 부분을 제거하는 방식을 예상할 수 있다.
높은 생산성은 임금상승률이 그 범위 내에 들 경우 물가안정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런데 일본은행은 생산성이 어떤 식으로 향상되어 갈 것인지, 임금압력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뚜렷한 시나리오를 제시하지 않은 채 리스크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다.
만약 단위고용비용이 생각보다 느리게 상승전환하고 그 영향도 크지 않을 경우 일본은행이 너무 이른 시점에, 또 너무 과도하게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금융시장의 우려가 정당성을 얻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