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정치 국회·정당

속보

더보기

[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 ⑬스웨덴 의회의 담론수준과 민주주의 설득의 질 ⑵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AI 핵심 요약

beta
분석 중...
  • 1957년 스웨덴 의회는 전국민 추가연금 제도 도입을 놓고 보수와 진보가 국가 개입과 개인 자유라는 본질적 가치를 격돌시켰다.
  • 사민당은 연금을 자유 개혁으로 재정의하고 복지를 시혜에서 시민의 정당한 권리로 격상시키며 문법적 설득력을 발휘했다.
  • 야당은 국가 권력의 자유 질식 위험을 논리적으로 제기했으나 단 1표 차이로 패배하면서 민주주의의 소수 경청 미덕을 보여줬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2차 대전 이후 역사적 격동을 이겨낸 의회 언어의 힘

4월 마지막 주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아데나워 탄생 150주년 기념 '민주주의 진단 국제학술대회'의 열기는 뜨거웠다. 미국, 영국, 캐나다, 스웨덴, 덴마크, 포르투갈 등 각국 학자들이 모인 학술회의에 참가했던 나는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과 일본 제국주의 시대의 속기록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독재가 뿌리를 내리기 전, 의회의 언어가 어떻게 논리적 설득력을 잃고 타락하며 민주주의의 방벽을 스스로 허물었는지 보여주는 내용으로 관심을 받았다.

지난 연재에서 1920년대부터 1945년까지 스웨덴 의회가 감정의 폭주를 제어하며 민주주의의 방벽을 세운 과정을 살펴보았다.

독일과 일본과는 달리 전쟁의 위기 속에서도 의회의 언어를 지켜 온 스웨덴이 1950년대 들어 복지 확대를 놓고 보수와 좌익 계열의 정당들이 벌인 연금 개혁 논쟁, 1979년 미국 해리스버그(Harrisburg) 인근에 위치한 스리마일섬(Three Mile Island)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촉발된 세계적 반전 운동과 원자력 발전소 폐기 문제를 놓고 벌인 환경 논쟁, 1980년대 중반 자본 자유화와 주택 가격 버블로 촉발된 1991년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복지 축소 논쟁 등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로 도약하던 황금기 시대와 그 모델이 실존적 위기에 직면했던 격동의 1990년대까지를 트리비움(Trivium) 분석 기법으로 조명한다.

트리비움이란 문법(Grammar)과 논리(Logic)와 수사학(Rhetoric)의 틀을 사용해 어떻게 갈등을 합의로 이끌어내는지 설명할 수 있는 설득 도구다. 이번 2편에서는 20세기 스웨덴 사회를 뒤흔들었던 연금 제도 개혁, 핵발전 폐기, 그리고 국가재정위기 속의 복지 축소 논쟁을 통해 그들이 어떻게 격론 속에서도 언어의 품격을 지켰는지 분석한다.

스웨덴 의회(Sveriges Riksdag, 릭스다그) [사진=위키미디어 공용]

1957년 연금 개혁(ATP) 논쟁: 국가 개입의 필연적 확대인가, 개인의 강요된 선택인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스웨덴은 유례없는 경제적 호황을 누렸다. 1950년대 스웨덴의 연간 경제 성장률은 평균 4%를 상회했고, 실업률은 1~2%대의 완전 고용 상태를 유지했다. 물가 역시 비교적 안정적이었으나,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는 전통적인 가족 공동체의 부양 능력을 약화시켰다.

풍요 속에서 노후 빈곤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위험이 고개를 들자, 이 풍요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를 두고 1950년대 후반 스웨덴 의회는 보편적 복지 모델의 운명을 가를 전 국민 추가 연금(ATP, Allmänna Tilläggspension) 논쟁에 돌입했다. 이는 단순한 경제 정책이 아니라 시민의 삶에 국가가 어디까지 개입할 것인가에 대한 2차 대전 이후 치러진 사상적 대결이었다.

1957년 5월 14일 사민당 타게 에를란데르 총리는 단상에 올라 우파 야당을 향해 다음과 같이 직격탄을 날렸다.

"Den allmänna pensionen är inte bara en siffra i en budget, utan en frihetsreform. Vi bygger en bro av trygghet som gör att ingen människa behöver frukta morgondagen. Det är en bro som den starke bygger för den svage, men som till slut bär oss alla (일반 연금은 예산안의 숫자일 뿐만 아니라, 하나의 자유 개혁입니다. 우리는 그 누구도 내일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안전의 다리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위해 세우는 다리이지만, 결국 우리 모두를 지탱하게 될 것입니다)."

에를란데르는 연금을 국가의 시혜가 아닌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다리(bro)'로 형상화함으로써 가난으로 격리되고 고립된 지역을 연결하는 다리를 건설한다는 개념으로 복지의 도덕적 우위를 점하고자 시도했다. 그는 이어 "당신들은 자유를 말하지만, 돈 없는 노인에게 자유란 굶어 죽을 자유일 뿐이다"라며 자유라는 단어의 문법적 정의를 복지와 결합시켜 설득하고자 했다.

스웨덴 타게 에를란데르 총리 [사진=Wikimedia Commons / Public Domain]

그러자 자유당의 베르틸 올린(Bertil Ohlin) 대표는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국가가 모든 국민의 지갑을 관리하겠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탈을 쓴 독재다."라고 몰아세우며, "Statlig makt får inte kväva individens frihet. (국가 권력이 개인의 자유를 질식시켜서는 안 된다)"라고 국가의 적극적 개입과 통제 가능성을 제시하며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며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를 옹호했다.

그는 국가가 모든 시민을 획일적인 틀에 가두는 것은 보호가 아니라 선택의 박탈이라며, 국민이 스스로의 삶을 설계할 권리를 국가에 저당잡혀서는 안 된다고 논리를 전개했다.

1950년대 후반 스웨덴 의회를 뒤흔든 전 국민 부가 연금(ATP) 논쟁은 단순한 정책 대결을 넘어 국가의 역할과 개인의 자유라는 본질적 가치가 트리비움(Trivium)의 체계 안에서 격돌한 상징적 사건이다. 이 논쟁의 기초가 되는 문법(Grammar)의 차원에서 사민당의 재무장관 구스타브 묄러(Gustav Möller)는 복지는 자선이 아니라 권리라는 강력한 아포리즘(Aphorism, 깊은 진리를 담은 간결한 문장)을 던지며 복지의 지위를 시혜에서 '시민의 정당한 권리'로 격상시켰다.

여기서 문법은 단순히 단어를 배열하는 규칙을 넘어, 문장의 핵심 틀(Syntax)을 재구축하고 그 안에 담길 근본적인 의미(Semantics)를 규정하는 결정적 역할을 수행했다. 즉, 복지를 '부차적 시혜'라는 목적어에서 '시민의 당연한 권리'라는 주어적 가치로 문장의 구조 자체를 바꿈으로써 정치적 담론의 토대를 새롭게 설계한 것이다.

이어 사민당의 잉아 토르손(Inga Thorsson)은 이 논쟁을 재프레이밍하여 연금을 '여성이 남편의 소득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된 존엄을 지키게 하는 가정의 평화'로 정의했다. 그녀는 연금이라는 단어가 가질 수 있는 의미의 범주를 '경제적 분배'에서 '성별적 독립과 인권'으로 확장하는 문법적 정의로 구축했으며, 이를 통해 논의의 핵심 틀 내에 여성의 주체성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이는 트리비움의 문법이 어떻게 사회적 가치의 정의를 변혁하고 논의의 지평을 넓히는 민주주의의 설계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명징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생각의 질서를 세우는 논리(Logic)의 단계에서 야당은 국가 개입이 초래할 인과적 위험성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자유당의 베르틸 올린 대표는 국가 권력이 개인의 자유를 질식시켜서는 안 된다고 단언하며, "국가의 보호가 곧 개인 선택권의 박탈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적 방어벽을 쳤다.

우파당의 얄 얄마르손(Jarl Hjalmarson) 대표 역시 연기금이 거대한 국가 자본이 되어 시장을 억압할 것이라는 우려를 사회주의적 통제라는 환유(Metonymy, 사물의 속성이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 다른 사물을 빌려 그 전체를 나타내는 기법)적 표현으로 뒷받침하며 국가 주도 모델의 논리적 허점을 공격했다. 이에 대응하여 농민당의 군나르 헤드룬드(Gunnar Hedlund) 대표는 도시 노동자 중심의 설계가 농민에게는 빈 봉투만 쥐여줄 뿐이라는 수사적 의문문을 던져 형평성의 논리적 모순을 날카롭게 제기했다.

스웨덴 베르틸 올린(Bertil Ohlin) 자유당 대표 [사진=Wikimedia Commons / Public Domain]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수사학(Rhetoric)적 공방은 이 논쟁을 단순한 정책 대결이 아닌 철학이 부딪히는 품격 있는 전장으로 만들었다. 특히 스웨덴 의회는 키케로 수사학의 5단계 중에서도 적절한 표현과 양식을 선택하는 표현인 엘로쿠시오(Elocutio)의 미학을 고도로 발휘하여 담론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우파당의 엘리 헤크셔(Eli Heckscher)는 당시 복지 모델을 모래 위에 세운 사상 누각(Ett luftslott)에 비유하며, 인위적인 분배가 초래할 미래의 불확실성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이는 복잡한 경제 구조의 취약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강력한 은유이자, 감정적 공포가 아닌 논리적 경고를 담은 로고스(Logos)의 실천이었다.

이에 대해 사민당의 시구르드 린드홀름(Sigurd Lindholm)은 "우리는 예산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숫자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의 운명을 숫자로만 다룰 수는 없습니다 (Vi kan tala om budget. Vi kan justera siffor. Men vi kan aldrig behandla mänskliga öden som bara siffror.)"는 명징한 대조법(Antithesis)을 통해 반격했다.

그는 이 문장에서 아나포라(Anaphora, 문장 첫머리의 반복)적 리듬을 활용하여 경제적 수치에 매몰되어 있던 의회의 시선을 인간 존엄(Mänsklig värdighet)이라는 고결한 가치로 격상시켰다. 이는 수사학적 데코럼(Decorum, 상황에 맞는 격조)을 지키면서도 청중의 심장을 관통하는 파토스(Pathos)를 성공적으로 끌어낸 사례다.

논쟁이 정점으로 치달을 때, 의원들은 단순히 말을 내뱉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철학을 담은 에토스(Ethos, 화자의 도덕적 신뢰감)를 증명해야 했다. 1958년 단 한 표 차이로 가결된 이 치열한 언어의 전장에서 베르틸 올린(Bertil Ohlin)은 패배를 예감한 듯 "민주주의는 소수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예술 (Demokratin är konsten att lyssna på minoritetens röst)"이라는 멋진 은유적 표현을 남겼다. 이는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전쟁의 언어를 상생과 배려의 언어로 전환하는 에피데이틱(Epideictic, 찬사나 비난을 담은 시의적 연설)적 성격을 띠며 승복의 미덕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수사학적 논쟁은 키케로(Cicero)가 강조한 수사학의 원칙들이 현장에서 어떻게 생동감 있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준다. 이 전장은 스웨덴이 국민의 집이라는 설계도를 실제적인 사회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으며, 눈앞에 상황을 그려내듯 묘사하는 에나게이아(Enargeia)적 나레이션을 통해 국민들이 복지 국가라는 미래의 집을 시각화하도록 돕는다. 결국 품격 있는 의회 언어가 어떻게 한 국가의 민주주의적 토대를 닦고 공동체의 품격을 높이는지 증명한 역사적 사례로 남았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사진=뉴스핌 DB]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수시접수 먹통' 250명 이상 구제 가능할까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2027학년도 대학 수시모집 원서접수 시스템 장애와 관련해 실제 구제 대상 수험생이 250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최 장관은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구제 대상 수험생 규모를 묻자 "현재 저희가 파악한 것으로는 한 250명 정도 이상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뉴스핌DB] 당초 교육부는 장애가 발생한 시간대에 접속하거나 원서 작성을 진행한 기록 등을 토대로 구제 가능성이 있는 수험생을 최대 1200여 명으로 추산했다. 이후 별도로 구제 신청을 접수한 뒤 수험생별 접속 기록과 원서 작성 이력 등을 확인해 실제 장애로 원서접수를 완료하지 못했는지 심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구제 요건에 해당하는 수험생 규모가 당초 추산치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날부터 특별조사반을 가동해 장애 발생 원인뿐 아니라 원서접수 대행업체의 사전 대비와 사후 대응이 적절했는지까지 점검하기로 했다. 시스템 장애의 원인과 대응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기 위한 특별조사에도 들어갔다. 조사 대상에는 장애 발생 경위와 업체의 사전 점검 체계, 장애 발생 이후 조치뿐 아니라 원서접수 시스템의 운영 구조 전반이 포함될 예정이다. 최 장관은 특별조사반 구성에 대해 "전문성이 있는 분들을 전체적으로, 회계 담당까지 포함해서 구성해 철저하게 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jane94@newspim.com 2026-09-16 15:04
사진
대미 투자 시작되면 한·미 관계 좋아질까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한·미 간 최대 갈등 요소인 한국의 대미 투자 첫 사업이 조만간 발표될 전망이다. 정부 출범 이후 최악의 상태에 빠진 한·미 관계가 대미 투자 발표로 진전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미는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1호 사업은 텍사스주 엔시날 LNG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이 유력하다. 미국이 당초 198억 달러였던 사업비를 250억 달러로 증액할 것을 요구해 이 부분에 대한 막판 협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종도=뉴스핌] 김예원 기자 = 미국을 방문했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08.20 yeawon2@newspim.com ◆대미 투자, 한·미 갈등의 시발점 대미 투자 지연은 한·미 관계의 발목을 잡은 가장 직접적인 요인이다. 미국은 올해 초부터 대미 투자를 독촉했지만 한국은 '상업적 합리성'을 내세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국의 대미 투자 지연은 일본의 발빠른 투자 이행과 비교되면서 미국의 강한 불만을 초래했다. 미국과 5500억 달러 투자 합의를 한 일본은 올해 2월에 360억 달러 규모의 1차 프로젝트와 3월 730억 달러 규모의 2차 프로젝트를 확정한 데 이어 현재 3차 프로젝트를 논의 중이다. 더욱이 11월 중간선거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권자들에게 경제적 성과로 내세울 수 있는 투자 유치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어서 투자를 지연시키고 있는 한국에 대한 분노와 불만이 매우 크다. 미국은 한국이 투자를 회피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한·미 정상합의의 일부분인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 및 우라늄 농축,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위한 협상이 중단됐고 쿠팡 문제,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따른 미국 기업 차별 주장이 이어졌다. 최근 미국이 한국에 추가 투자와 함께 호르무즈 파병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대미 투자 지연에 따른 압박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를 지시하고 북한과 조건없는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고 발표한 것도 한국에 대한 보복의 성격이 강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한·미 정상이 합의한 관세 협상은 한국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와 관세 인하만을 교환한 것이 아니라, 한·미 동맹의 안정성과 안전 보장 등이 포함된 패키지 형식의 합의여서 대미 투자가 안되면 외교 안보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구조"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통신] ◆시간에 쫓기는 한국 한·미 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대미 투자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하면 한·미는 산적한 현안에 대한 논의를 재개할 수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8일로 예상되는 대미 투자 발표 전후로 곧장 미국을 방문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만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조 장관은 대미 투자가 시작된 것을 계기로 그동안 중단됐던 핵잠수함, 농축·재처리 협상 재개를 비롯해 전시작전권 전환, 호르무즈 파병에 대한 정부의 입장 등을 미국 측에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장관이 대미 투자 발표와 동시에 미국을 방문하려는 이유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한 소식통은 "한·미 관계를 조속히 정상으로 되돌려 놓지 않으면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의 불편한 한·미 관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 북한과의 대화를 본격 추진한다면 한국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가장 큰 우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에서 한국의 동의 없이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합의를 하는 이른바 '한국 패싱'이다. 북·미 대화에서 한국의 입장을 반영시키기 위해서는 한·미 간 치밀한 사전 조율이 필수적이다. 만약 지금과 같은 한·미 관계가 이어진다면 한국이 북·미 대화에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차단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말대로 '연내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면 한국으로서는 시간이 별로 없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5.10.29 ◆한·미 관계 완전 회복엔 역부족 대미 투자가 시작되면 한·미 관계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나아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투자를 환영하고 중요한 성과로 포장하는 정치적 레토릭을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 중단됐던 핵잠수함, 농축·재처리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일정 논의도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한·미 갈등이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이 기대했던 것에 비해 너무 늦은데다 규모도 미국을 만족시키기 어려운 탓이다. 미국은 대외적으로 한국의 투자를 환영면서도 내심으로는 불만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한국에 대한 압박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대미 투자가 신속히 진행됐더라면 한·미 관계 냉각이나 미국의 각종 압박을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겠지만 지금은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미 투자 시작으로 한국을 향한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의 강도가 다소 누그러질 수는 있겠지만 호르무즈 파병이나 추가 투자 요구를 거둬들일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트럼프 시대'가 이어지는 동안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경제와 안보를 한데 묶어 상대국을 압박하는 협상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여전히 경제·산업 부처와 안보 관련 부처가 따로따로 영역을 나눠 미국을 상대하고 있기 때문에 유기적인 전략 조율이 불가능하다.  정부가 대미 관계에서 관세와 투자, 첨단 기술, 공급망, 안보를 총체적으로 다룰 수 있는 통합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opento@newspim.com 2026-09-16 06:1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