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위원들 '경관' 관련 의견 엇갈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서울시는 전날 통합심의위원회를 통해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재개발사업을 조건부 의결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국가유산청이 통합심의 전면 중단을 요청했지만, 사업 지연을 막기 위해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으로 서울시가 추진하던 최고 141m 규모의 재개발이 사실상 강행되는 셈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서울시는 통합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세운4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세운4구역 재개발사업)'을 상정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통합심의위원들이 사업 내용을 두고 논의한 결과, 몇 가지 조건을 붙여서 수정·보완을 전제로 심의를 통과시키는 '조건부 의결'로 결정됐다.

통합심의란 정비사업 사업시행계획 인가 단계에 필요한 각종 개별심의를 한 번에 처리하는 제도다. 건축물의 역사·문화·자연 환경 훼손 여부를 검토하는 경관을 비롯해 건축, 교통, 환경, 소방 등 분야에 대해 심의위원들이 논의한다. 사업시행자의 사업계획을 행정적으로 확정짓기 전,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내용을 검토하는 절차다.
이번 통합심의위원회에서는 경관과 건물의 높이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재개발사업으로 고층 건물이 들어서도 종묘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주장이 나온 반면, 종묘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구상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심의위원들 간 시각이 엇갈리면서 장시간 논의가 이어졌다.
심의에 참석한 서울시 관련 부서에서는 "세운4구역은 현행법상 세계유산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하면서, 고층 건물이 종묘 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수그러든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건물 높이에 대한 내용은 기존 안(종로변 98.7m, 청계천변 141.9m)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였다.
다만 심의위원들은 건물 높이 외 교통, 건물 디자인 등에 대한 보완을 의결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교통량을 반영해 차량 진출입로 관련 계획을 보완하고 건물 디자인이 문화재 요소에만 치우치지 않도록 주변과의 조화를 고려할 것 등 다수 조건을 제시했다. 서울시는 해당 조건을 그대로 수용할지, 소위원회 개최를 통해 추가 논의를 진행할지 등 후속 절차에 대해 검토 중이다.
후속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통합심의가 완료되면 이후에는 사업시행계획 인가 절차를 밟게 된다. 사업시행계획 인가란 사업시행자가 제출한 사업계획을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것이다. 인가를 획득한 후에는 사업 내용 변경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앞서 서울시는 4월 중으로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완료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 16일 국가유산청은 서울시가 통합심의를 전면 중단할 것을 전제로 '3자 협의체'를 구성해 세운4구역 재개발 문제에 대해 논하자고 제의했다. 당시 허민 국가유산청 청장은 "만약 사업시행 인가가 완료되면 되돌리는 데 더 큰 희생이 따른다"며 "새로운 논의를 통해 서로 간의 갈등과 오해를 풀고 더 나은 서울시의 미래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에 17일 서울시에서도 입장문을 통해 "서울시가 지속적으로 제안해 온 '4자 협의체'의 취지를 국가유산청이 수용해 서울시·종로구·국가유산청이 참여하는 '3자 논의'를 제안한 것에 대해서는 의미 있는 진전으로 보고 있다"며 "이번 논의를 통해 세계유산 보존과 도심 정비사업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균형 있는 해법과 합리적인 대안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통합심의 예정일인 19일까지 심의 보류에 대한 구체적 조건과 협의체의 구성·운영 방식 등에 대한 실질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협의체 마련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허가 절차가 지연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고 안건 상정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가유산청이 제시한 '3자 협의체'는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시에 향후 계획을 묻고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blue9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