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에 묶인 韓 선박·선원… 2020년식 '한시적 독자 파병' 가능성
군 관계자 "다양한 시나리오 검토…결국 변수는 美 '지원 청구서' 내용"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9일째 이어지면서, 한국 해군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해협 투입 가능성에 대한 군 안팎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방부는 현재 청해부대의 작전 지역과 관련해 "당분간 아덴만 해적퇴치·선박호송 임무를 중심으로 운용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이동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중동 정세 악화에 대비해 청해부대 전력은 평시보다 한 단계 높은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파견 확대나 작전 구역 변경 같은 조정은 정부 차원의 정책 결정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 미국으로부터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투입을 포함한 어떠한 군사·비군사 지원 요청도 접수된 바 없다"며 "우리 선박·국민 보호가 최우선이라는 원칙하에 여러 시나리오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해상 교통 요충지인 호르무즈 일대 운항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한국 선박과 선원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과 인근 해역에는 한국 선박과 외국 선박에 승선한 한국인 선원 등 상당수가 체류 중이며, 일부 국내 유조선도 통항 지연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양수산부는 선사·선박과 실시간 통신망을 유지하며 선박 위치, 선원 안전, 식량·연료 비축 상황을 점검하고 있고, 고위험 해역에서 선원이 하선을 요청할 경우 선사가 송환 비용을 부담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민간 해운업계는 "호르무즈 통항 중단이 수 주 이상 지속될 경우, 유가·보험료 급등과 함께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에도 연쇄 충격이 불가피하다"며 정부의 군사·외교적 대응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한국은 1991년 걸프전 의료·수송단, 2003년 이라크 자이툰부대, 2010년 아프간 오쉬노부대 등 주로 비전투 지원 형태로 미국 주도의 연합작전에 기여해 왔다. 특히 2020년에는 청해부대의 작전 구역을 아덴만에서 오만만·호르무즈 해협 일대로 '한시적 확대'해, 명목상 독자 파병을 유지하면서도 미 주도의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연락장교를 보내 정보 공유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국방부는 "우리 국민과 선박의 안전, 항행의 자유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의 작전 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한다"며 "작전은 독자적으로 수행하되 필요시 미측과 정보 공유·협조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미국이 직접적인 전투병 파병보다는 '호르무즈 인근에서의 선박 호송·해상로 안정화' 같은 제한된 임무를 우선 제시할 것이란 관측이, 군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 청해부대를 호르무즈로 재투입한다는 식의 결정이나 검토 사실을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미국의 구체적 지원 요청 여부, 이란의 한국에 대한 외교적 입장, 우리 에너지·해운 피해 규모가 종합적으로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0년과 달리 이번에는 미국·이스라엘의 직접 공습, 이란의 보복이 동시 다발적으로 전개되는 전쟁 양상"이라며 "우리의 독자 파병이 곧바로 이란과의 관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냉정하게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군 소식통은 "만약 미국이 호르무즈 해역에서의 '선박 호송 작전' 수준의 기여를 요청할 경우, 청해부대의 임무 범위를 조정하는 방식이 가장 기술적으로 용이하다"면서도 "그러나 그 경우에도 국익·동맹·이란과의 관계를 따지는 고도의 정치·외교적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결론이 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소식통은 "현재로서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책상 위에서 검토하는 수준"이라며 "정작 미국이 어떤 '지원 청구서'를 들고 오는지가 가장 큰 변수"라고 말했다.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