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부모보험·보육·차별금지법으로 구조 재설계
시민단체 "성평등 인권 문제로...돌봄 국가 책임 강화"
[서울=뉴스핌] 황혜영 기자 = 우리나라의 고용평등 법제는 이미 선진국 수준이지만 성별 임금격차와 유리천장, 노동시장 성별 분리 등 실제 현실에서의 차별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해법으로 고용평등 임금공시제를 꼽는 한편 전 부처 차원의 고용노동정책 성 주류화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4일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국제회의장에서 '2026 한국여성정책연구원-스웨덴 안보개발정책연구소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고용연구본부장은 "한국은 1988년 남녀고용평등법 시행, 1989년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조항 도입, 2012년 성별영향평가법 시행 등 고용평등 법제를 상당히 선진적으로 갖춘 나라"라면서도 "OECD 최하위 수준의 성별 임금격차, 유리천장, 노동시장 성별 분리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 본부장은 남녀고용평등법이 채용·승진·배치·정년·해고 등 전 과정에서 성차별을 금지하지만 "고용노동청 성차별 진정은 연 40여 건, 노동위가 최근 3년간 처리한 사건도 170건에 그친다"며 "법은 앞서가지만 구조화된 차별을 문제로 인식하고 증거를 모아 제도를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초기업 단위 교섭이 아직 작동하지 못하고 있고 노조운동이 직무 중심 임금체계에 부정적·소극적"이라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조항은 지난 수십 년간 소송이 5건도 안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법·현실 간 괴리를 해소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구 본부장이 제시한 대팩은 '고용평등 임금공시제'와 '고용노동정책 성 주류화'다. 구 본부장은 "한국의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가 2006년 도입돼 2700여 개 민간·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행 중이지만 고용·승진·임금 현황이 대외적으로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노조나 구성원의 이의 제기·협의 구조도 미비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고용평등 임금공시제는 단순히 임금 수치를 공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기업이 성별 임금격차 원인을 분석해 자발적·의무적 개선계획을 세우고 이를 정부와 구성원이 점검할 수 있는 체계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나 콜린스-팔크 스웨덴 성평등청 선임정책자문관은 스웨덴의 사례를 공유하며 "성평등은 선택적 가치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 복지국가 지속가능성의 핵심 과제"라고 짚었다.
그는 "스웨덴은 1970년대 이후 성 중립적 부모보험, 보편적 공공보육·노인돌봄, 개인별 소득과세, 여성의 높은 경제활동 참가율과 정치 대표성 등 구조적 조건을 쌓아 왔다"며 "이러한 토대 위에서 노동시장·복지·교육·건강·세제 전 분야에 성평등을 통합해 왔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의 차별금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은 사후 구제뿐 아니라 사전 예방을 중시한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등 여러 사유에 따른 차별과 보복을 금지하는 한편, 근무조건·임금·채용·교육·일·가정 양립 등에서 고용주가 '적극적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한다.
콜린스-팔크 자문관은 "성별 임금격차가 숫자로 드러나야 논의와 책임 추궁이 가능하다"면서도 "동일한 일인지(same job), 동등한 가치의 일인지(work of equal value)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여성 다수 직종의 구조적 저평가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는 북유럽에서도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라고 언급했다.
2018년 설립된 성평등청은 부처가 아닌 '에이전시' 형태로 각 부처·기관의 성 주류화 이행을 지원·조정하는 허브다. 그는 "성평등을 특정 부처의 전담 업무가 아니라 모든 부처의 핵심 책임으로 만들기 위한 이중 구조"라며 "각 부처 연간 계획과 성과평가에 성평등 목표를 명시하고 이를 예산·과제와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종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은 "직장 내 성평등은 노동시장 구조와 조직문화를 바꾸는 중요한 과제"라며 "이번 컨퍼런스가 스웨덴 사례를 참고해 성별 임금·고용 격차 해소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 설계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hyeng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