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사태 악몽 재현 조짐…가전업계 공급망 예의주시
가전 적자 늪인데 비용부담 가중…판매가격 전가 우려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선언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제품 물류비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해상 물류의 핵심 요충지가 막히면서 과거 '홍해 사태' 당시 발생했던 수조 원대 물류비 부담이 재현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TV 등 대형 가전은 항공 운송이 불가능해 해상 운임 상승과 육로 우회 비용 발생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4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선언 이후 물류 공급망에 미칠 파급 효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20%가 통과하는 이 해협은 중동 주요 산유국이 위치한 페르시아만을 오만만과 아라비아해로 잇는 필수 수송로다.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선박들이 내륙에 갇히거나 항로를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상 운임은 지정학적 리스크 발생 시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만큼, 가전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류비 폭등은 이미 과거 사례로 입증된 바 있다. 지난 2023년 말 홍해 사태 당시 선사들이 희망봉으로 우회하며 운임이 급등하자 2024년 삼성전자의 연간 물류비는 전년 대비 약 72% 증가한 2조9602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LG전자 역시 물류비가 약 17% 늘어난 3조893억 원에 달했다. 이번 호르무즈 해협 사태 역시 장기화될 경우 수조 원 단위의 추가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
다만, 우회 대책 마련도 쉽지 않다. 수에즈 운하와 달리 호르무즈 해협은 안쪽 페르시아만이 최종 목적지인 경우가 많아 단순 해상항로 우회가 불가능해서다. 이에 물류업계에서는 오만 등 인근 항구에 하역한 뒤 육로로 이동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수천 개의 컨테이너를 수송할 만한 내륙 인프라가 여의치 않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하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물류 차질이 발생하고 있진 않으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라 물류 대체 경로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육로 우회 이동도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긴 하지만 이 경우 내륙 이동 방안을 새로 고민해야 하고 해상·육상 연계 비용 상승분이 모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는 가전 사업 부문의 실적 반등에도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생활가전과 TV 사업에서 나란히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사업부는 6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LG전자의 HS사업본부와 MS사업본부는 각각 1711억원, 2615억 원의 손실을 봤다.
이런 상황에서 프리미엄 가전 수요가 높은 핵심 시장인 중동의 물류비 상승과 소비 심리 위축이 겹칠 경우 수익성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동 10개국에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28여 개의 법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LG전자 또한 14여 개의 법인을 두고 있어 현지 공급망 차질에 따른 사업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파악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비용 상승 폭이 기업이 감수할 수 있는 임계치를 넘어서면 수익성 방어를 위해 소비자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가전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물류 비용이 증가하면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제품 가격에 일부 반영될 여지가 있다"며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글로벌 생산·공급망 체계를 활용해 피해 최소화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