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양섭 산업부장 =인공지능(AI)발 글로벌 빅테크들의 감원 소식은 이제 낯설지 않다. 구글, 메타, 아마존등이 수만 명의 인력을 줄였다는 뉴스들이다. 노동 유연성이 큰 미국에서는 AI가 촉발한 변화가 곧바로 '레이오프(Layoff)'로 나타난다. 규모도 크고 속도도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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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노동 규제가 강해 대규모 구조조정이 쉽지 않다 보니 겉으로는 변화가 없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기업들이 해고 대신 '신규 채용 동결'을 택하고 있다. 기존 인력은 유지하되 새로 들어올 문은 닫아버린 셈이다. 기성세대의 고용을 지키는 대신 다음 세대의 진입로를 조용히 차단하는 것이다. 눈에 잘 띄지 않기에 오히려 더 불안하다.
현장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중소·중견기업들은 신입을 뽑아 교육할 여력도, 필요성도 줄었다고 말한다. AI가 리서치, 자료 정리, 초안 작성 등 주니어 업무를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나 회계사 같은 전문직도 예외가 아니다. 판례 분석과 세무 자동화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공부로 취득한 면허'의 희소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진행 중인 현실이다.
현대차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생산라인에 투입하겠다고 하자 노조가 즉각 반발했다.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노동계의 우려에 공감하면서도 "거대한 흐름은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진단이다. 로보택시 논의도 마찬가지다. 과거 '타다' 논란은 지금 돌아보면 예고편에 불과했다. 수만 명의 운전 기사가 알고리즘에 일자리를 잃는다면 그 충격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다. 로봇이 생산 현장에 투입되고, 자율주행과 이를 기반으로 로보택시가 일상으로 다가오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버티는 전략만으로는 답이 되지 않는다. 노동시장 경직성에 기대 신규 채용만 줄이는 방식은 결국 세대 갈등을 키운다. 그렇다고 무작정 유연화를 외칠 수도 없다.
정부가 내세우는 '국가창업 시대'가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먼저 실패의 부담부터 줄여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한 번의 실패가 재기의 기회를 가로막는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1조 원 규모의 '재도전 펀드'처럼 실패를 경력의 일부로 인정하는 제도가 실제로 작동해야 한다. 그래야 청년들이 대기업 공채만 바라보지 않고 다양한 길을 선택할 수 있다.
동시에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AI·로봇 기반의 새로운 산업 생태계로 옮겨갈 수 있도록 재교육 시스템도 과감히 개편해야 한다. 실직이 곧 삶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합의 역시 더는 미룰 수 없다.
ssup82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