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엔 "조속한 회복" 촉구하는 공동 목소
[서울=뉴스핌] 김미경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내년 아세안 의장국인 싱가포르와 필리핀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다.
중동 불안 속에서 아세안과의 우호 교류를 확대하고, 방산과 원전, 인공지능(AI) 등 주요 첨단산업 협력을 강화하는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필리핀 일정을 마지막으로 순방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현지시간) 마닐라 영웅 묘지 내 한국전 참전 기념비를 찾아 헌화하고, 생존 참전용사와 후손들을 만난다. 오후에는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양국 기업인들을 격려하고, 현지 동포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는다.
◆방산·원전·AI 등 미래 산업 실질 협력 강화
이 대통령의 이번 아세안 2개국 순방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방산, 원전을 비롯한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 분야 협력을 한층 강화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먼저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해 지난 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외교부에서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 개시에 합의하는 공동선언문을 교환했다. 공동선언문에는 공급망, 그린 경제, 무역 원활화, 항공 MRO(정비·수리·분해 조립) 등 4개 분야 개선으로 통상 협력 선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우리 두 정상은 올해 발효 20주년을 맞는 양국 FTA를 통상과 경제안보 환경 변화와 기술 발전을 충분히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기로 했다"며 "양국 간의 긴밀한 투자 협력도 더욱 전략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는 한국의 아세안 첫 FTA 체결국으로 양국 간 FTA는 지난 2006년 발효돼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이 대통령은 또 ▲과학기술 ▲공공안전분야 AI ▲지식재산 ▲환경위성 공동활용 ▲SMR(소형 모듈 원자로)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양해각서(MOU) 5건도 체결했다.
과학기술 분야 협력을 통한 양국 관계 강화 및 국가 역량을 높이는 과학기술 협력에 관한 MOU는 양자(퀀텀), SMR, 우주·위성 기술 등 과학기술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정책 공유와 인력 교류 등의 내용이 핵심이다.
특히 SMR 협력에 관한 MOU는 별도로 체결했다. 양국은 앞으로 소형 원전(i-SMR) 사업 모델 공동 개발, 인력 양성, 정보 공유 등 협력 기반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양국은 또 공공안전 분야 AI 및 디지털 기술 협력에 관한 MOU를 맺고, 공공 안전 분야 AI 정책 등 정보 및 지식을 공유하고 공공 안전 및 보안 산업 포함 유망 기업(한국, 싱가포르) 지원에 협력한다. 디지털 분야에서 협력해 양국 관계 강화와 국가 역량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양국의 (AI 분야) 협력은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 전략적 산업 파트너십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AI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청년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는 '아시아 대표 혁신허브'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 AI 분야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양강 구도이고, 그 외 지역은 많이 뒤처진 게 사실"이라면서도 "한국과 싱가포르는 대략 3위 정도에 위치해 있지만, 제조 분야 등 실용적 영역에서는 얼마든 세계 1위를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지식재산 분야 강화 협력 MOU는 지식재산 분야 AI 전환 협력을 강화해 상호 보완적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려는 목적이다. 환경 위성 공동 활용 MOU는 새로 갱신했다. 양국은 환경 위성 공동 활용 연구를 진행하고, 환경 위성 자료 공유, 환경 위성 자료의 검증과 대기질 연구, 정책 활용을 위한 협력 등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이어 3일 필리핀으로 이동해 페르디난드 로무알데스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마닐라 말라카냐궁 본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국과 필리핀 정부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디지털 협력 ▲기술·디지털·혁신 개발 협력 ▲특정 방산물자 조달 시행약정 ▲지식재산 심화 협력 등 총 10건의 MOU를 체결했다.
또 순방 마지막 날 예정된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조선·원전·핵심 광물 등 분야의 민간 MOU 7건을 추가로 체결한다.

이 대통령은 필리핀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언론발표에서 양국 간 특정 방산물자 조달 시행약정 MOU를 언급하면서 "우리 방산기업이 필리핀군 현대화 사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민간 분야에서 체결된 '신규 원전 사업 도입 협력 MOU'와 '필리핀 바탄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는 한국과 필리핀이 최적의 원전 협력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필리핀 바탄 원전은 1976년 착공했으나 이후 건설이 중단됐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 2022년 고질적 전력난을 해결하고자 바탄 원전 건설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은 바탄 원전 건설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동남아 원전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불안한 중동 정세 속 아세안 의장국과의 교류 강화
이 대통령의 이번 아세안 순방은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 내년 아세안 의장국인 싱가포르와 방산과 원전, 핵심광물 등 전략적 협력을 강화했다는 의의가 있다.
중동의 긴장 고조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에너지 수급 불안이 커진 터라 아세안 핵심국과의 협력은 '에너지 우회로'를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운 것이다. 필리핀과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MOU'는 중동발 공급망 충격에 대비한 자원 협력 기반을 강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 첨단기술을, 필리핀은 풍부한 광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파트너"라며 "이번 '핵심광물 협력 MOU'에 기반해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싱가포르-필리핀 정상들과 함께 중동 상황을 논의하고 중동이 조속히 안정되기를 바란다는 평화 메시지를 냈다.
이 대통령은 필리핀 공동언론발표에서 "저와 마르코스 대통령은 역내 정세와 함께 최근 중동의 상황에 대해서 논의했고, 중동의 안정과 평화가 조속히 회복되기를 희망했다"며 "무엇보다 마르코스 대통령님께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우리 정부의 대화 재개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신 데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우정과 협력이 더욱 깊어지고, 양국이 '미래 핵심 파트너'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앞선 싱가포르 공동언론발표에서는 "한-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웡 총리님과 저는 최근 중동 상황에 대해서 논의했다"며 "우리는 중동 정세가 글로벌 안보와 에너지 공급망 등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중동의 안정과 평화가 회복되기를 바란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저의 방문이 양국의 우정과 신뢰를 단단하게 만들 것이며, 이를 통해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더욱 깊이 발전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이와 같은 공동의 목소리가 한국이 지역 문제를 넘어 글로벌 현안에도 책임을 다하는 주체임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은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중동 정세는 예측 가능한 사안은 아니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대한민국 외교 일정과 경제 일정에 맞춰 아세안 순방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AI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싱가포르 등과 국가적 AI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은 매우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AI 얼라이언스 출범은 경제적으로도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평했다.
the13oo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