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관행 개선·협력사 지원 병행
"해당 자료로 부품 생산한 정황 없어"
[세종=뉴스핌] 신수용 기자 = 효성 측이 협력업체에 부당하게 기술자료를 유용한 의혹과 관련해 34억원 규모의 자진 시정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 동의의결은 2022년 7월 하도급법에 동의의결 제도가 도입된 이후 기술유용 행위에 적용된 첫 사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효성과 효성중공업의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와 관련한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 협력업체 기술자료 폐기…자체 감사·교육 강화
이번 사건은 효성과 효성중공업이 발전 및 동력기기인 전동기 제조를 수급사업자인 협력업체에 위탁하는 과정에서 기술자료를 요구하고 사용한 행위가 문제로 제기되면서 공정위 조사가 진행된 사안이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피해 구제와 거래 질서 개선을 위한 자진 시정방안을 제시하고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이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추가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했다. 공정위는 이번 동의의결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주요 협력업체 12곳의 의견을 반영했다.

이번 동의의결안에는 기술자료 요구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거래 질서 회복 방안과 협력업체 지원을 위한 상생협력 방안이 함께 포함됐다.
효성과 효성중공업은 협력업체 기술자료를 사전 승인 및 사후 검수 목적에 한해 활용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기술자료를 요구하거나 제출받은 부품 도면과 동일한 도면을 작성·등록·관리하는 행위를 중단하기로 했다. 정기 점검을 실시해 보유 목적이 끝났거나 보유 기간이 만료된 기술자료는 폐기하도록 했다.
기술자료 요구와 비밀유지계약 체결 절차를 관리하는 시스템도 개선한다. 기술자료 요구 여부를 자체 점검하는 기능을 도입하고 표준 서식을 사용하도록 해 절차의 투명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에 대한 정기적인 자체 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정위에 보고하도록 했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기술자료 관리와 하도급 거래 관련 교육과 평가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구성림 공정위 기술유용조사과장은 "이해관계자들 및 관련 수급사업자들(협력업체)의 의견들을 폭넓게 수렴하고 신청인들과의 추가 협의를 거쳐 최종 동의의결안을 확정했다"며 "34억원 규모의 지원 자금은 수급사업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지원 방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 상향된 것"이라고 말했다.
◆ 획일적 제재보다 실질적 지원 초점…공정위 "지원 금액 상향"
효성과 효성중공업은 협력업체 생산성 향상과 근로환경 개선 등을 위해 34억2960만원 규모의 지원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11억2960만원은 기술자료 요구 및 활용 대상이 된 협력업체의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제품 금형 개발과 슬리브 베어링 개발 등 다양한 제품 개발과 설계 프로그램 개선 사업도 지원한다.

협력업체 생산성과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도 추진된다. 효성 측은 용접로봇 등 생산설비 구입에 16억4000만원을 지원한다. 이동식 에어컨과 휴게시설 설치와 같은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2억4000만원을 지원한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설비 구입에도 4억2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과 함께 효성과 효성중공업이 동의의결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점검할 계획이다.
구 과장은 "기술자료를 요구하고 보유하는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있었지만 해당 자료가 실제 부품 생산 등에 활용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아 위법성이 중대하거나 명백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획일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보다 관련 수급사업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동의의결로 처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재를 하더라도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수년의 시간이 소요되고 과징금 역시 국고로 귀속돼 수급사업자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한계가 있다"며 "큰 기업이라고 해서 모든 상황을 인지한 상태에서 고의적으로 행위를 했다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aaa2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