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전격적인 공습 작전을 감행하며 중동 정세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미군 사상자가 늘고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는 이번 결정을 두고 '정치적 생명을 건 위험한 도박'이라는 비판과 '세계 질서를 바꿀 역사적 결단'이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 NYT "지지율 하락 속 국면전환용 도박"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걸고 중동 분쟁에 뛰어들었지만, 이번 작전에서 이미 미군 6명이 전사하고 전투기 격추 피해가 발생하는 등 비용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당시 "끝나지 않는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약했음에도 취임 1년여 만에 7개국에서 군사 행동을 승인한 점을 문제 삼았다. 지지율 하락과 중간선거 패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국면전환용 전쟁'이라는 해석이다.
NYT는 또 "이란과의 전쟁을 승인한 결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중 가장 큰 도박에 나섰다"며 "미군의 생명과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한 지역의 추가적인 불안정, 그리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모두 걸었다"고 평가했다. 역사학자 바바라 페리는 신문에 "통상 전쟁 시에는 국기 아래 결집(rally around the flag) 효과가 나타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며 트럼프의 정치적 계산이 빗나갈 가능성을 경고했다.
◆ WP "레이건에 비견될 트럼프 독트린의 서막"
반면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 마크 티센은 3일 전혀 다른 평가를 내놓았다. 그는 이번 '장대한 분노(Operation Epic Fury)' 작전을 "21세기 미국 리더십을 재정립하는 트럼프 독트린의 신호탄"으로 규정했다.
보수적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인 티센은 이번 작전이 새로운 전쟁의 시작이 아니라, 이란 정권의 47년간에 걸친 테러와 도발이라는 '끝나지 않는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결단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대규모 지상군 투입 없이 소련 공산주의 체제를 붕괴시켰듯, 트럼프 역시 공습과 제재를 통해 이란 정권을 고사시키고 이란 국민이 스스로 정권 교체를 이루게 하는 모델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란의 이슬람 극단주의를 패배시킨다면 트럼프는 루스벨트, 레이건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브루킹스 "계획 없는 이란 정권 붕괴는 모두의 패배"
브루킹스연구소는 이번 작전을 "성공 가능성이 낮고 통제 불가능한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한 선택"이라고 혹평했다. 미·이스라엘 연합군이 공습 초기 이틀간 1000곳 이상을 타격한 군사작전 자체는 "정교한 군사력과 전략이 결합된 역사적 성과"이지만, 이후 대체체제 구축이 전무한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브루킹스는 "위기에 몰린 이란 정권이 주변국의 에너지 인프라와 경제 기반 시설을 공격할 경우, 전 세계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결국 누구도 승자가 되지 못하는 '모두가 패배하는(lose-lose)' 결과를 경고했다.
◆ CSIS "전쟁 수개월 이상 장기화될 수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보다 군사적 관점에서 이번 작전의 한계를 짚었다. 지상군 투입 없이 전쟁을 종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번 분쟁이 트럼프 대통령의 장담과 달리 수개월 이상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CSIS는 미사일 등 정밀 유도무기의 대량 소모에 따른 전략 공백을 우려했다. 연구소는 "이란 공습이 장기화될수록 대만 해협의 중국, 한반도의 북한, 러시아를 겨냥한 작전계획(OPLAN)상 무기 보유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이란의 관료 조직과 두터운 인재 풀을 고려할 때, 수뇌부 몇 명을 제거한다고 해서 체제가 쉽게 붕괴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란 국민에게 정권 전복을 선동하는 전략에 대해서도 "국민들을 사지로 내모는 무책임한 처사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 기로에 선 '트럼프의 정치적 미래'
이란 전쟁을 둘러싼 현재 미국 내 여론은 여전히 냉랭하다. CNN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9%가 이번 이란 공습에 반대하고 있으며,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진영에서도 "우리가 원한 것은 전쟁이 아니라 평화였다"는 반발이 거세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포함한 자신의 모든 정치적 자산과 '미국 우선주의'의 향방을 이란이라는 거대한 판 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다. 향후 전쟁 양상의 장기화 여부와 국제 에너지·금융 시장에 미치는 충격 정도, 이란 내부 권력구도 재편 방향, 그리고 이라크·레바논·예멘 등으로의 확전 여부를 포함한 중동 정세 변화가 어떻게 맞물리느냐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미래도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