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일자리 오히려 감소… AI 설비 수입은 뚜렷한 증가
통계 왜곡 부른 '비화폐성 금'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강도 관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무역 적자가 지난해 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전체 상품수지 적자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9일(현지시간) 미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은 지난해 12월 무역수지 적자가 전월 대비 32.6% 급증한 703억 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로이터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555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2025년 연간 전체 무역수지 적자는 전년 대비 0.2% 소폭 감소한 9015억 달러로 역대 세 번째 규모였다. 그러나 실물 경제를 보여주는 상품수지 적자는 2.1% 증가한 1조240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마켓워치는 연간 전체 무역 적자폭이 줄어든 것조차 관세 정책에 따른 비화폐성 금 수출의 급증이 낳은 착시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무역 지표를 제대로 해석하기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할 핵심 변수는 '비화폐성 금(Non-monetary gold)'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대적인 관세 부과를 예고하자, 관세 폭탄을 우려한 금 딜러들은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막대한 양의 금을 미국으로 앞다퉈 들여왔다.
이후 금이 관세 대상에서 최종 제외되는 것으로 확정되자 딜러들은 들여왔던 금을 다시 해외로 대거 재수출했다. 결과적으로 관세 회피를 위한 금의 수입과 재수출 러시가 특정 시점마다 통계상에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무역 적자의 실제 흐름을 가리는 엄청난 통계적 착시 현상을 일으킨 것이다.

◆ 무색해진 관세 효과… 제조업 고용 8만3000건 증발
이날 발표된 지표는 트럼프 정부의 일련의 관세 조치가 최소한 당장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 실패했음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애초 기대와 달리 이 같은 철벽 관세가 '제조업 르네상스'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실제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 사이 제조업 일자리가 8만3000건이나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대규모 관세의 부담은 미국인들이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8월 사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로 인한 타격의 94%를 미국인이 감당했으며 9월과 10월에는 이 수치가 92%로 소폭 하락했고 11월에는 86%로 안정됐다고 분석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관세율은 2.6%에서 13%로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전체 수입은 3.6% 증가한 3576억 달러를 기록했다. 상품 수입은 3.8% 급증한 2802억 달러였는데, 여기에는 비화폐성 금과 구리, 원유 수입 확대로 인한 산업·원자재 수입 증가분(70억 달러)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자본재 수입도 56억 달러 증가했다. 특히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따른 컴퓨터 주변 기기 수입의 뚜렷한 증가세가 눈에 띄었다. 반면 소비재 수입은 의약품 제제 수입이 줄면서 감소했다. 지난해 전체 상품 수입은 전년 대비 4.3% 늘어난 3조4400억 달러로 역시 사상 최대치였다.
반면 12월 수출은 1.7% 감소한 2873억 달러에 그쳤다. 상품 수출 역시 비화폐성 금을 중심으로 한 산업·원자재 수출 급감에 발목이 잡혀 2.9% 줄어든 1808억 달러를 기록했다.
국가별 흐름을 보면 미국의 대중국 수입은 지난해 28%나 급감한 반면, 베트남과 대만으로부터의 수입은 증가했다. 다만 마켓워치 등 외신들은 중국산 재화 일부가 관세를 피하기 위해 이들 국가를 거쳐 미국으로 들어왔을 우회 수출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한편 4분기 예상보다 큰 폭의 무역적자는 20일 BEA가 발표할 미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치를 끌어내릴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입 증가는 GDP 산정 시 마이너스 요인이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 미국 경제가 전 분기(4.4%)보다 둔화된 연율 3.0%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mj7228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