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바름 기자 =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 제도 도입을 두고 연일 충돌하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에서 위헌 소지를 제기하며 반대 입장을 밝히자, 헌재가 이를 반박했고 대법원이 다시 재반박에 나서면서 법조계도 둘로 갈라진 모습이다.
◆ 헌법해석 최종 권한 놓고 '동상이몽'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과 헌재는 '헌법해석의 최종 권한'을 두고 근본적인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헌재는 "기본권의 의미와 효력에 관한 헌법해석의 최고·최종 기관"이라고 규정하며, 법원 재판으로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 이를 다시 심사하는 재판소원 도입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헌재 논리에 따르면 대법원 역시 '법원'의 일부인 만큼, 대법원 확정판결이라도 헌법에 반하는 경우라면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대법원은 "대법원과 헌재는 각자 다른 단계에서 헌법의 최종 해석기관"이라며 "법원은 구체적 사건에서 심판할 때도 헌법을 해석·적용한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헌법 제107조는 헌법 위반 여부의 최종 심판권을 법률은 헌법재판소, 명령·규칙·처분은 대법원에 각각 부여했다"며 "대법원 판결의 당부를 헌재가 일반적으로 다시 심판하는 재판소원은 위 규정에 정면으로 반함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 해석 권한 이견은 4심·초상고심 논란과도 맞닿아있다. 헌재는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한 사실 확정이나 법률의 해석·적용을 4심이나 초상고심으로서 다시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며 "제도의 본질을 흐리고 정확한 의미 전달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헌재가 대법원 판결의 당부를 판단해 '대법원 판결을 취소'하므로, 실질적으로 상고심 위에 재판 단계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라며 "일각에서 4심이 아닌 '헌법심'이라고 주장하나, 현실을 도외시한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 독일 사례 두고도 대립…"헌법재판관은 법관 아냐"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해석을 두고도 양 기관은 대립하고 있다. 연장선상에서 '법관'의 자격 여부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대법원은 "독일은 헌법상 연방헌법재판소가 법원과 함께 사법부에 속하고, 최고의 사법부 기관으로서 '법관'으로 구성된다"며 "헌법재판소 구성원인 재판관은 헌법상 '법관'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헌법 101조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대법원은 헌재를 향해 사법권이 없는 정치적 기관이라고 직격했다. 대법원은 "헌법재판소는 태생적으로 또한 제도적으로 정치적인 재판기관"이라며 "임명권자를 비롯한 정치적 다수세력의 정치적 성향이 간접적으로 반영된다"고 부연했다.
헌법재판관 9인 가운데 3인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3인은 국회가 선출하기 때문에 정권 또는 국회 다수당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이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 이후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3개 헌법기관의 상호 견제'를 통한다는 게 대법원의 시각이다.

헌재는 법원을 에둘러 비판했다. 헌재는 "독일 등 재판소원제도를 둔 입법례는 전체주의 또는 권위주의 독재체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헌법재판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원을 중심으로 한 종래의 사법권이 이를 방어하기는커녕 이에 협력하는 과거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재판소원을 도입했던 비교법적 교훈도 우리나라의 헌정사와 유사한 경우로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꼬집었다.
◆ 공론화 과정 없었다 vs 헌법재판제도 도입 때부터 논쟁
재판소원제도 도입 추진 대해서도 양 기관은 의견을 달리했다. 헌재는 "1987년 헌법개정 및 1988년 헌법재판소법 제정을 통해 헌법재판제도를 도입할 때부터 이 부분은 논쟁의 대상"이라며 "헌재는 설립 초기부터 재판소원의 금지로 인한 헌법이론 및 헌법재판실무상 문제점을 지적해왔다"고 밝혔다.
헌재는 "국회에도 2013년 6월 '헌법재판소법 개정의견'과 2017년 2월 '헌법상 헌법재판제도에 관한 개선의견'을 통해 재판소원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며 "학계에서도 오랫동안 재판소원의 금지를 비판해 왔고, 비교법적 연구도 활발하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22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법률안이 국회에서 심사된 적이 없다"며 "국민적 관심을 받지도 못했다"고 반론을 폈다. 특히 대법원은 이번 재판소원 도입과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상관관계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22대 국회에서도 재판소원 도입 법안이 한 건도 발의되지 않았다가, 대법원의 2025년 5월1일 공직선거법 위반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에 대한 즉각적 반향으로 발의되기 시작했다"며 "이번 법안은 2026년 2월 11일 갑자기 법사위 1소위 의안으로 상정돼 약 1시간 여 논의 후 의결됐고, 같은 날 곧바로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고 짚었다.
right@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