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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29 부동산 공급대책의 한계…공급은 숫자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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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환기 전 거제시부시장

도시는 빈 땅이 있다고 해서 즉각 주택을 건설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도시계획은 목표연도 인구를 전제로 주거, 상업, 업무, 산업, 녹지와 공공시설, 교통 체계를 종합적으로 배치하는 설계 행위다. 주택은 이러한 종합 설계의 결과물이지, 계획을 대신하는 수단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대책은 서울 도심의 가용 부지를 중심으로 공급 숫자를 제시하는 방식에 머물렀다. 이는 상위 도시계획에 따라 구조를 조정하는 정책이라기보다, 계획을 사후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접근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박환기 전 거제시부시장

도시계획의 측면에서 보면 서울은 이미 물리적·기능적 포화 단계에 진입한 도시다. 인구 밀도, 교통 수용 능력, 기반시설 용량, 생활 환경 부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서울은 추가적인 주거 기능 확장보다 구조 관리와 기능 조정이 요구되는 단계에 있다.

서울시 도시계획 역시 이러한 현실을 전제로 목표연도 인구와 기능 배치를 설정해 왔다. 특정 시점에 공공부지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주거 기능을 추가하는 접근은 상위 계획의 기본 전제를 훼손하는 방식에 가깝다.

특히 공공부지를 주택 공급의 핵심 수단으로 설정한 점은 도시계획적으로 가장 취약한 선택이다. 공공부지는 공원, 행정, 연구, 문화, 안전 등 도시의 공공 기능을 담당하도록 확보된 공간이다.

이를 주거로 전환하는 결정은 신규 공급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도시 기능을 주거 기능으로 대체하는 기능 재배치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는 교통, 교육, 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재설계와 추가 재정 부담이 필연적으로 뒤따르지만, 이번 대책에서는 이러한 종합 조정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

이와 같은 방식은 과거에도 반복돼 왔다. 도심 공공부지를 활용한 공급 대책은 발표 단계에서는 강한 메시지를 냈지만, 실행 단계에서는 주민 반발과 지자체 갈등, 교통·환경 문제로 지연되거나 축소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는 행정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부담을 의식한 나머지 계획의 완결성이 뒷전으로 밀려난 결과였다. 준비되지 않은 공급은 언제나 실행 단계에서 병목을 드러낸다.

이번 대책에서도 유사한 징후가 확인된다. 주요 후보지에 대한 분양과 임대 비율은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고, 지역별 기반시설 확충 계획 역시 원론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핵심 쟁점을 뒤로 미루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논란을 줄일 수 있으나, 실행 단계에서는 더 큰 갈등과 정책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 근본적인 한계는 주택 정책이 일자리 정책과 충분히 결합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도시계획의 관점에서 주거는 독립된 목표가 아니라 일자리 배치의 결과다. 일자리 이동과 산업 기능 재편 없이 서울 도심과 인접 지역에 주택만 추가될 경우, 통근 부담과 교통 혼잡은 누적되고 수도권 일극체제는 더욱 강화된다. 이는 주거 안정보다 지역 간 격차 확대와 지역소멸을 동시에 심화시키는 구조다.

서울 중심의 공급 확대는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신호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주거 수요를 다시 수도권으로 끌어당기는 효과를 낳는다. 지방 도시는 인구 유출과 기능 약화를 겪고, 국토 구조의 불균형은 더욱 심화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복되는 땜질식 부동산 정책은 지역소멸을 막지 못하며, 선거를 앞둔 단기 대응으로 소비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정책은 정치적 논리로 표를 의식해서는 안 된다. 주택은 선거 주기가 아니라 도시의 시간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정치 일정에 맞춘 공급은 일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르나, 결국 다음 정부와 다음 세대에 더 큰 부담을 남긴다. 부동산 정책이 반복해서 좌초해 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책은 방향을 바꾸는 선택이어야 한다. 그러나 1.29 부동산 공급대책은 기존 도시 구조를 유지한 채 부담만 덧붙이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 공공부지는 최후의 보완 수단이어야 하며, 주택 정책은 도시계획과 일자리 재편, 국토 균형 발전 전략과 함께 설계돼야 한다. 이러한 전제들이 충족될 때, 주택 공급은 단기 처방을 넘어 지속가능한 정책으로 완성될 수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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