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지명에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 위축… 차익 실현·투매 겹쳐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30일(현지시간) 국제 은 가격이 하루 만에 30% 넘게 폭락하며 1980년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최근 급등세를 이어가던 귀금속 시장에 대규모 차익 실현 매물과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부 요구) 사태가 겹치며 패닉 셀링(공포 투매)이 연출됐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2월 인도분 은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온스당 31.4% 폭락한 78.5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헌트 형제'의 은 투기 사태가 있었던 1980년 3월 이후 46년 만의 최대 낙폭이다. 헌트 형제 은 투기 사건은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 초, 미국 텍사스의 부호 헌트 형제가 은을 대량 매집해 가격을 폭등시켰다가 규제와 마진콜로 폭락·파산한 사건이다.
현물 가격 역시 28% 급락한 83.45달러를 기록했다. 은과 함께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가격도 동반 추락했다. 이날 금 선물은 11.4% 내린 온스당 4745.10달러, 금 현물은 약 9.0% 하락한 4895.22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번 폭락의 1차적인 원인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지명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제롬 파월 의장의 후임으로 지명하면서, 시장 내 연준의 독립성 훼손 우려가 일부 해소됐다. 이에 따라 미 달러화 가치 하락을 예상하고 귀금속을 매수하는 소위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단순한 심리 변화를 넘어 수급적인 요인이 낙폭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최근 은 가격이 수직 상승에 가까운 '포물선형(Parabolic)' 급등세를 보이면서 시장에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과도하게 쌓였고, 가격 하락이 시작되자마자 마진콜을 피하려는 강제 투매 물량이 쏟아지며 하락폭을 키웠다는 것이다.
불과 전날까지만 해도 은값은 온스당 121.64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금값 역시 5600달러 선을 위협하며 과열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금과 은은 각각 66%, 135% 폭등하며 역사적인 강세장을 연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이 예고된 조정이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워시 전 이사의 지명은 조정의 '방아쇠(Trigger)'였을 뿐, 시장 과열에 따른 조정은 시간 문제였다는 설명이다.
OCBC 은행의 크리스토퍼 웡 전략가는 "이번 금과 은의 움직임은 '급하게 오르면 급하게 떨어진다'는 시장의 격언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며 "워시 지명 보도가 하락의 빌미가 된 것은 맞지만, 조정은 진작에 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mj7228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