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동의 관건…첫 단추부터 난항, 공급 차질 우려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정부가 지자체 협의를 이유로 지난해 12월 발표 예정이던 주택 공급대책을 한 달 넘게 미룬 끝에 내놨지만, 발표 직후 서울시가 사전 협의 부족을 이유로 공개 반박에 나서면서 정책 신뢰도가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회동으로 최소한의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서울시가 즉각 반기를 들면서 시장에서는 협의가 명분에 불과했다는 냉소적 반응도 나온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노원 태릉CC 등 상징성과 파급력이 큰 공공부지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서울시와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획대로 추진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급 확대에 대한 정책 의지는 확인됐지만, 실행 단계에서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시장 불안과 정책 효과 반감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공급 확대 신호에도 남은 건 '불협화음'…연기 명분 무색
3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골자로 한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시와의 엇박자가 이어지면서 실제 공급이 계획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1·29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통해 규제 강화 대신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춘 두 번째 공급 대책을 내놓으며 긍적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도심 접근성이 좋은 공공부지와 유휴부지를 활용해 수도권, 특히 서울 도심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방향성을 담고 있어 공급 부족 우려 해소가 어느정도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다.
다만 내용이 공개된 이후 관심이 쏠리는 것은 발표 과정이다. 정부는 당초 지난해 12월 공급대책 발표를 예고했다가 '지자체와의 협의'는 이유로 발표 시점을 미뤄왔다. 이 과정에서 김윤덕 국토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회동하며 기대를 모았다. 당시 정부 안팎에서는 서울시 등 주요 지자체와 일정 수준의 의견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고 발표가 미뤄진 만큼 완성도는 높아질 것이란 기대도 뒤따랐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차는 공급 물량 산정과 핵심 사업지 포함 여부를 두고 끝내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정부의 공급대책 발표 이후 서울시가 공개적으로 반박에 나선 것이다. 특히 서울시는 이번 대책에 대해 정부와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로 비판하며 일부 대상지와 관련해 공식적인 협의 요청과 동의 절차가 충분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정부 설명과 온도차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 협의를 이유로 미뤄온 대책인데 발표 이후에도 서울시와의 입장차가 그대로 확인됐다"며 "형식적인 협의가 아니라 쟁점에 대한 실질적인 대화와 합의 과정을 충분히 거쳤어야 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 서울시 동의 관건…첫 단추부터 난항, 공급 차질 우려
이번 대책의 또 다른 불안 요소는 공급 대상지 대부분이 서울 도심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이미 발표했던 물량을 제외하고 신규로 포함된 물량은 5만2000가구에 달한다. 지난해 첫 공급대책이었던 9·7 주택공급 확대방안과 비교하면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준이지만, 문제는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사업이 추진되는지 여부다.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 간 입장 차가 대책 발표 초기부터 노출되면서 향후 공급 일정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 도심 내 공공부지와 유휴부지는 토지 활용 방식 결정과 도시계획 변경, 주민 수용성 확보 등 복합적인 절차를 거쳐야 해 서울시의 협조 없이는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이번에 제시된 물량 상당수가 확정 물량이 아닌 구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운다. 정부는 내달부터 도심 내 유휴부지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발표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 과정에서 지자체 협의를 거쳐야되는 만큼 실제 공급까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공급 규모 자체보다 실행 가능성과 정책 신뢰도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첫 단추부터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엇박자를 내는 상황에서는 사업 속도는 물론 정책 일관성에 대한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물량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 가운데 얼마나 실제 공급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가 핵심인 만큼 양측이 이견을 얼마나 신속하게 좁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min7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