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 강조했지만…시간차 실효성은 숙제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정부가 규제 강화 대신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춘 수도권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놓았다.
세제 조정이나 거래 규제는 배제하고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책 방향을 시장에 분명히 전달함으로써, 집값 불안 심리를 우선적으로 진정시키겠다는 취지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고 매수 대기 수요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가격 억제보다는 구조적인 공급 확대에 정책의 무게를 실은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발표된 9·7 대책과 비교하면 이번 대책은 서울 도심과 수도권 핵심 입지의 국·공유지를 전면에 내세워 수요가 집중된 지역에 직접 공급하겠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공급 물량은 이전 대책보다 확대됐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검토 등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도 강조됐다. 다만 실제 입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구조인 만큼, 단기적인 가격 안정 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규제 대신 공급…도심 핵심지 국·공유지 총동원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의 두 번째 주택 공급 대책에 대해 공급 의지는 분명하지만 시간차에 따른 실효성 확보 여부가 향후 부동산시장 안정의 관건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대책의 가장 큰 특징은 규제책을 배제하고 공급에 정책 역량을 집중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서울 도심과 수도권 핵심 입지에 위치한 국·공유지와 노후청사, 공공기관 이전 부지 등을 활용해 대규모 주택 공급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비롯해 캠프킴, 태릉CC, 서울의료원, 과천 경마장과 방첩사 부지 등 그동안 개발 논의가 있었지만 속도를 내지 못했던 부지들이 이번 공급 대책에 대거 포함됐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대상지는 외곽 택지 위주보다 서울 도심,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지역이다. 특히 교통 접근성과 생활 인프라가 우수한 도심 요지에 주택을 공급해 상급지 선호 현상과 구조적인 공급 부족 문제를 동시에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정책의 주요 수혜 계층으로 설정하고 역세권·상업용지 등 선호도가 높은 입지에는 이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제도를 최대한 적용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지난해 9·7 대책에 이은 이번 공급 대책은 서울 도심 핵심지 공급을 확대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도심 내 공공부지 활용만으로도 상당한 규모의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정책 의도는 명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급 부족 우려에 기댄 투기적 가수요를 억제하고 구조적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해 집값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정부의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용산 기계획 물량을 제외하면 이번 대책에만 5만2000가구가 신규로 포함됐다. 서울이 3만2000가구로 전체 물량의 53.3%가 배정됐고 경기 2만8000가구(46.5%), 인천 100가구(0.2%) 등이다. 서울의 경우 정비사업 이주 수요와 입주 물량 감소가 맞물리며 구조적 수급 불균형 문제도 어느정도 해소가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함 랩장은 "연내 서울은 정비사업 이주 수요만 3만1000가구에 달하는 반면, 입주 물량 감소와 주택 멸실이라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서울 도심 공급 확대'라는 메시지는 중장기적으로 시장 안정의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속도전 강조했지만…'시간차' 실효성은 숙제
다만 시장에서는 공급 효과가 가시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가장 큰 한계로 꼽는다. 정비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다고는 하지만 국·공유지 개발 역시 토지 정비와 인허가, 이해관계 조정, 재원 마련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단기 시장 안정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이번 대책의 성패가 결국 실행력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핵심지 공급이 계획대로 추진되고 일정 수준 이상의 물량이 실제 시장에 나오면 가격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공급 속도가 지연될 경우 거래는 위축된 채 가격만 버티는 국면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부가 제시한 공급 중심 기조가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정책 발표 이후의 실행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번 공급 대책은 수도권 핵심 입지의 국·공유지를 활용해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지만, 시장의 즉각적인 안정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실질적인 수급 불균형 해소보다는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한 심리적 안정 시도의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특히 수요와 공급 시점 사이의 시차가 가장 큰 문제다. 송 대표는 "현재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당장 입주 가능한 물량이지만, 이번 대책의 핵심 부지들은 인허가와 착공, 실제 입주까지 최소 수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누적된 매수 대기 수요를 해소하기에는 공급 속도가 시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양도세 중과 폐지 가능성과 맞물린 매물 잠김 우려도 제기된다. 송 대표는 "신규 공급 계획이 미래 가치에 대한 신호로 작용할 경우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매도 시점을 늦추면서 유통 물량이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매물이 제한된 상태에서는 아무리 방대한 장기 공급 계획이라도 당장의 가격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함 랩장 역시 "해당 부지들은 대부분 토지 정비와 인허가, 이해관계 조정 등 넘어야 할 절차가 많다"며 "발표 이후 착공과 실제 입주 시점 사이에는 통상 3~4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시간차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어떻게 상쇄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는 공급 기대가 가격을 억누를 수 있지만 가시적인 착공과 분양이 빠르게 뒤따르는 속도전이 정책 효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in7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