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지 개혁당 대표 "집권하면 모든 협정 파기" 공언
EU "패러지가 승리해도 안 바뀔 '장기적 협정' 원해"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연합(EU)과 영국이 군사·무역·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로 망가진 양측 관계의 재설정(reset)을 추진하는 가운데 EU가 향후 타결될 협정에서 또 다시 영국이 이탈할 경우 상당한 규모의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조항을 요구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EU 외교관들은 이 조항을 영국 극우성향 포퓰리즘 정당인 영국개혁당(Reform UK)의 대표 나이절 패라지의 이름을 본 떠 '패라지 조항'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한다.
영국개혁당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 패라지 대표는 자신이 총리가 될 경우 현 집권당인 노동당이 체결한 모든 협정을 파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영국의 다음 총선은 오는 2029년 8월 실시될 예정이다. 노동당은 지난해 총선 승리로 집권한 뒤 EU와 관계를 개선하는 '관계 재설정'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FT가 입수한 EU·영국 간 농·축산물 협정인 '위생·식물위생(SPS) 협정' 초안에 따르면 "어느 한쪽이 협정에서 탈퇴할 경우 국경 통제를 구축하기 위해 도입된 인프라와 장비, 초기 채용 및 교육 비용 등에 대한 모든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한 EU 외교관은 "이 조항은 협정의 안정성을 제공하고 패라지와 그 세력을 억제하기 위한 안전장치"라며 "우리는 2029년에 끝나는 현 영국 의회 임기를 넘어 지속될 합의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영국 총선에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유지될 수 있는 장기적인 합의를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측 관계자도 "종료 시점에 대비한 조항이 합의에 포함되는 것은 표준적인 관행"이라며 "이 조항은 쌍방에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구체적인 조건에 대한 세부 협상은 시작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패러지 개혁당 대표는 "어느 의회도 다음 의회를 구속할 수 없다"며 "우리는 그런 조항을 존중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스타머 총리가 그런 합의에 서명한다면 그건 민주적 폭거"라며 "나는 그걸 깨겠다"고 말했다.
FT는 "스타머 총리는 이번 '위생·식물위생 협정'을 EU와의 무역 관계 개선 계획의 핵심 요소로 삼고 있다"며 "EU와 영국의 탄소 가격 제도를 다시 연계하는 협정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무역 및 산업 단체들은 이번 협정이 농식품 수출업체들이 겪는 거의 모든 브렉시트 관련 규제를 제거할 수 있다며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 2024년 공개된 한 보고서는 이 협정이 영국의 식음료 수출을 22%까지 늘릴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한편 영국은 2027/28학년도에 5억7000만 파운드의 부담금을 내고 EU의 교환 학생 프로그램인 '에라스무스 플러스(+)'에 다시 참여하기로 지난달에 EU와 합의했다.
1987년 시작된 에라스무스는 유럽의 젊은이들이 자국 대학과 동일한 학비를 내고 다른 나라 대학에서 공부하거나 훈련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영국은 지난 2016년 6월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했고, EU 공식 탈퇴 바로 직전인 2020년 12월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에서 탈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