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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 뚫고 '아뜰리에 에르메스' 찾아야할 까닭은? 만그라네의 통찰의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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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작가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
국내 첫 개인전 '산과 친구되기',오는 3월8일까지
전시장을 '몰입의 공간'으로 만든 시적인 작품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여기 대자연과 산이 내는 나즈막한 소리에 귀 기울이는 작가가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Daniel Steegmann Mangrané)이다.

만그라네의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 '산과 친구되기(Befriending the Mountains)'가 서울 강남서 열리고 있다. 도산공원 앞 아뜰리에 에르메스(아티스틱 디렉터 안소연)는 지난해 11월부터 스페인 작가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b.1977)의 작품전을 선보이고 있다. 오는 3월 8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회는 드라마틱하거나 요란한 작업은 없지만 강추위를 뚫고 꼭 찾아야 할만큼 시적이고, 사려 깊은 작품들로 가득하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앞 아뜰리에 에르메스가 개최 중인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의 '산과 친구되기'(2025). 설치 전경. [사진=김상태 ©에르메스 재단 제공]  2025.12.27 art29@newspim.com

만그라네는 드로잉, 사진, 비디오,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지극히 섬세하면서도 직관적인 작업을 펼쳐왔다. 어린 시절부터 생물학과 생태학, 밀림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는 생물학적, 인류학적 담론에 근거해 자연과 문화 사이의 복합적인 관계를 탐구한 작품을 구현해왔다.

동식물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생물학자를 꿈꿨던 만그라네는 미술가로 데뷔한 이후 자연을 사유하고 시각화하는 일에 몰두했다. 그가 2000년대 중반부터 브라질에 장기체류하게 된 것도, 리우데자네이루와 아마존의 특수한 자연환경과 예술적 풍토, 토속사상에 뿌리를 둔 인류학의 기반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는 유럽 출신임에도 '카탈루니아-브라질 작가'로 분류되곤 한다.

작가는 특히 브라질의 대서양 우림인 마타 아틀란티카와 아마존 우림에 깊이 매료돼 끈질기게 숲을 탐구해왔다. 특히 토양 영양분이나 빛, 물부족 등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숲의 생태계가 모든 종들 간의 복합적인 상호의존성에 의해 인류와 지구 전체에 엄청난 파장과 위기를 불러온다는 점에 주목했다. 결국 모든 지구상 존재들은 상호 촘촘히 얽혀있음을 인식했던 것.

그러기에 숲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환경적, 정치적, 문화적으로 세계의 복잡성을 구현하는 '살아있는 존재'로 다가오게 됐다. 만그라네는 브라질의 우림과 아마존에 오랫동안 머물고 숲과 동식물을 관찰하면서 실제로 숲이 살아있고, 인간과 총체적으로 연결돼 있음을 확인했다. 따라서 이번 작품전은 서로 떨어진 요소로 받아들이는 자연과 인간, 숲과 인공이 결국은 하나로 연결돼 있고, 자연이야말로 우리의 삶과 예술에서 분리해내는 것이 불가능할만큼 가깝게 존재하고 있음을 드러내는데 촛점을 맞추고 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 '기하학적 자연'. [사진=김상태 ©에르메스 재단 제공] 2025.12.27 art29@newspim.com

만그라네의 서울 전시는 건축구조에 개입한 사선의 파티션들로 짜여졌다. 아뜰리에 에르메스의 인공적으로 조성된 흰 벽면 하나하나는 평범한 직선들이지만, 서로 간에 어긋난 각도로 배치돼 전체적인 공간 파악을 지연시키며 관람동선의 혼돈을 슬쩍 야기한다.

최소 3개의 방향으로 열려 있는 전시장 초입에서 관람객들은 마치 숲의 미로에 들어선 듯한 동요를 느낀다. 그리곤 작가의 대표작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알루미늄 커튼을 마주하게 된다. 화려한 색감과 찰랑이는 촉감으로 지중해 지역의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이 커튼은 부품의 연결이 용이한 기성품으로 제작됐다. 전시에서는 통로에 겹겹이 배치되어 통행을 허용하는지, 가로막는지 가늠키 어려운 알쏭달쏭한 상황을 조성한다.

마침내 주저하던 관람객이 커튼들 사이를 관통하는 순간, 커튼은 평면으로부터 3차원으로, 물질로부터 비물질로 변화한다. 이 때 금속 커튼과 사람의 몸이 마주 닿는 접촉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소리는 사물과 우리 몸 사이의 경계를 근접시키고 미묘한 뉘앙스를 전한다.

만그라네의 커튼은 토끼 모양인지, 구름 모양인지 알 수 없는 독특한 형태의 입구로 인해 관객을 일상의 차원으로부터 무엇인가 탐색해야 하는 공간으로 이동시켜준다. 장소특정적인 작업으로 작가가 한국에서 마주한 어떤 형상에서 유래했다고 하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관객은 '산과 친구되기'(2025)라는 제목으로 인해 자연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은 자신을 확인하게 된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잎사귀로 만든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의 작품. '우아함과 체념'. [사진= 김상태 ©에르메스 재단 제공] 2025.12.27 art29@newspim.com

알루미늄 커튼은 때로는 녹음 짙은 숲의 색조로, 이번 아뜰리에 에르메스 공간에 설치된 작품의 경우는 금빛 햇살이나 노을로 다가와 우리가 자연과 신체적으로 접촉하는 것같은 생생한 감각을 일깨우고 있다. 지극히 인공적인 것이 곧 자연이 되는 마법같은 순간이다.

관객의 시선을 유도하고 분산시켜 몸은 이쪽에 있으면서도 다른 쪽의 존재가 궁금해지고, 급기야 전시장의 미로 속에서 즐겁게 길을 잃게 만드는 것은 작가가 즐겨 쓰는 공간 활용법이다. 깊은 산 속 누구나 한번쯤 시도해봤음직한 기분 좋은 메아리라고나 할까.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 '번개 치는 돌(용). [사진=김상태 ©에르메스 재단 제공] 2025.12.27 art29@newspim.com

이어 작가는 가느다란 필라멘트에서 발생하는 빛과 그 것이 번개 치며 조우하는 바위들을 전시장 구석구석에 반복적으로 배치했다. 엇비슷해 보이지만 제각각 다른 존재들인 것이 특징이다. 오랜 풍파를 겪은 듯 이끼가 낀 각각의 묵직한 바위는 각기 그 형상을 본뜬 '산', '코끼리', '사자', '용'이란 별칭이 부여됐다. 무덤덤한 바위이지만 자세히 보면 코끼리를 닮은 듯, 사자를 닮은 듯한 바위들은 번개를 맞으며 전시장에서 나즈막히 소리를 내는 듯하다.

우주에 거하는 여러 존재들, 생물과 무생물, 번개나 천둥, 비나 노을 같은 천문학적 현상과 인공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존재들에는 정령이 깃들여 있다는 애니미즘적 사유를 유추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한국을 좋아해 여러 차례 내한했던 작가는 경주에서 영감을 얻은 신작을 이번 전시에 내놓았다. 유리창 너머로 배치된 영상 '물고기가 입맞추는 달(Fish Trying to Kiss the Moon)'(2025)이 그 것이다. 경주 월지에 드리운 보름달을 포착한 흥미로운 비디오 작업이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 '물고기와 입 맞추는 달'. [사진=김상태 ©에르메스 재단 제공] 2025.12.27 art29@newspim.com

경주의 '달을 감상하는 연못'(월지)으로 잘 알려진 곳에서 만그라네는 느리게 일렁이는 연못의 물을 매개로 현실에서는 결단코 서로 맞닿을 수 없는 두 존재(달과 물고기)가 만나는 장면을 시적으로 담아냈다. 작가는 16mm 필름이나 VR, 홀로그램 등 미디어 매체를 통해 자연을 기록하는 작업도 하고 있는데, 이는 끊임없이 생성되고 사라지는 자연의 순간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물의 정경은 건물 외부의 '번개치는 정원'(2025)과 조우하며 '지수화풍'의 조화로운 세계를, 그리고 우주를 구성하고 있다.

실내 공간을 구불구불 오솔길이 이어지는 숲 속처럼 느끼며 다양한 자연 존재들과 마주친 뒤 관객은 마침내 열린 공간에 도달한다. 이곳에서는 전례 없는 소나무 정원이 조성돼 있다. 그것은 순식간에 벌어지는 시공간의 이동과 같은 경험을 가져다준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 '산과 친구되기' 전시 전경. [사진= 김상태 ©에르메스 재단 제공] 2025.12.27 art29@newspim.com

사각의 현대식 건물로 둘러싸여 우물처럼 깊은 중정에 펼쳐진 실제 정원에는 한국 산하에서 오래 자란 잘 생긴 소나무 두 그루가 검은 화산석으로 뒤덮인 구릉 위에 우뚝 솟아 있다. 소나무와 화산석 위로는 하늘로부터 번개가 내려치고 있다. 의외의 조합이 만들어낸 이 비현실적인 풍경은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넘어 현재의 시간과 과거의 시간, 도시의 공간과 우주적 공간이 결합된 자연의 무한함을 드러내고 있다.

자연에 대한 일생동안의 관심과 깊은 애정을 미묘하고 통찰이 담긴 시각언어로 제시해 온 만그라네의 작품세계는 전시 공간을 '몰입의 경지'으로 이끄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것은 단지 미학적인 차원에서의 평가만이 아니라, 세계의 존재를 드러내는 사유의 귀결점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울=뉴스핌]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의 작품전을 위해 내한한 스페인 작가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 어린 시절부터 생물학자를 꿈꿨으나 수학과 물리학을 못해 작가가 됐다고 토로한 그는 "전시를 통해 인간과 자연은 맞닿아 있고, 하나임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인류세 이후 모두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찾아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6.01.19 art29@newspim.com

에르메스 아뜰리에의 안소연 아티스틱 디렉터는 "'자연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자연이란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전환하는 만그라네의 생태철학적인 작업은 예술이 세계에 되돌려줄 수 있는 선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자연의 시적이고 미학적인 측면을 조형적으로 드러내는 일에 몰두할 뿐 아니라 숲이 가르쳐 준 얽힘과 상호 의존성의 교훈을 끊임없이 각성하고 전파하기 때문이다. 그는 인류세라는 이 이기한 순간이, 예술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놀라운 기회라 믿는다."고 평가했다.

아뜰리에 에르메스가 픽한 만그라네의 작업은 자연과 인공, 서로 대척점에 서있는 것들이 공존하고, 몸과 그림자가 하나임을 익히 알고 있듯 우리가 곧 자연과 속속들이 연결돼 있고, 하나임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지구의 마지막 허파인 아마존마저 날로 파괴되는 것에 너무나도 마음 아파하는 작가는 오늘 우리에게 자연을 재인식하게 하고, 생물과 무생물에 깃든 정령을, 그리고 모두가 간직하고자 하는 우주의 아름다움을 숙고하게 한다. 만그라네의 몰입의 전시는 오는 3월 8일까지 이어진다. 무료관람.

◆에르메스 재단(FONDATION D'ENTREPRISE HERMÈS)= 2008년에 설립된 에르메스 재단은 '우리의 행동은 우리를 정의하며 우리가 누구인지를 보여준다'라는 기본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재단의 네가지 핵심 사명은 기술과 전문성의 전수, 새로운 예술창작활동, 환경보호 및 사회적 연대를 장려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기획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미래를 생각하며 행동하는 이들을 후원한다. 에르메스 재단은 올리비에 푸르니에가 2016년부터 재단 이사장을, 2021년부터 로랑 페주가 재단 디렉터를 맡고있으며 2023~2028년 기간동안 6100만유로(한화 약 1045억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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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대학 해킹 지속…보호법은 '국회 계류 중'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금융권과 대학 등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면서 국회의 입법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야가 기업의 정보보안 책임을 강화하고 침해사고 은폐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을 잇따라 발의했지만 상당수가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야가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처벌 강화와 증거 보전 등에서 유사한 법안을 내놓고 있어 향후 법안 심사 과정에서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 금융사 CEO 보안책임·침해사고 증거보전 강화 추진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해킹 등 침해사고가 확인된 금융회사는 모두 16곳으로 개인정보 유출 규모는 약 10만건에 달한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555곳을 긴급 점검한 결과 130곳에서 보안관리 미흡 사항이 확인됐다. 대학가에서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연세대 포털서비스가 해킹 당해 재학생과 졸업생, 교직원 등 1만5000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8월에는 서강대에서도 약 18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면서 국회에서도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상당수 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에 머물러 있어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유동수 의원이 지난해 11월 금융회사의 정보보안 책임을 강화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금융회사 대표이사를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 확보와 이용자 보호를 위한 관리조치의 최종 책임자로 명시하고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침해사고에 따른 전자금융거래정보와 개인신용정보 유출에는 총매출액의 최대 3%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정보보호 공시제도를 마련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박민규 의원도 지난달 14일 개인정보 침해사고 발생 때 관련 증거를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침해사고 관련 접속기록의 보전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사고 자료를 은닉하거나 폐기·위조·변조한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조사 방해행위를 신고하거나 제보한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내용도 담겼다. 손명수 의원도 지난달 21일 해외 기업이 지정한 국내 대리인의 개인정보 유출 대응과 피해구제 업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국내 대리인에게 시정명령과 변경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국민의힘, 증거은폐 제재·유출정보 불법유통 차단 입법 속도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재발 방지와 사후 대응을 위한 입법이 이어지고 있다. 박성훈 의원은 지난달 17일 개인정보 침해사고 발생 이후 증거를 은폐하거나 조작한 기업에 매출액의 최대 3%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조사 개시 이전과 조사 과정에서 자료를 은닉·폐기·위조·변조하는 행위를 제재 대상으로 규정하고 관련 위반행위를 신고하거나 제보한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강명구 의원도 지난 7월 유출된 개인정보의 불법 거래를 처벌하고 다크웹 등에서 유통되는 개인정보의 탐지·삭제·차단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침해사고 관련 자료의 보전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개인정보 보호 실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박형수 의원도 지난달 7일 퇴직자나 부서 이동 직원의 개인정보 접근 권한을 변경·말소하도록 하는 의무를 법률에 명시하고 관련 기록을 3년간 보관하도록 하는 법안을 내놨다. ◆주요 법안 6건 모두 정무위 계류…향후 입법 성과 주목 여야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법안을 잇따라 내놨지만 실제 국회 심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발의한 개인정보 보호 관련 주요 법안 6건은 모두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가운데 유동수 의원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만 지난해 12월 1일 정무위원회에 회부된 뒤 올해 3월 31일 상정됐으며 이후 의결로 이어지지 못했다. 나머지 5건은 정무위원회에 회부된 이후 아직 상정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은 일부 시행되고 있다. 지난 9월 11일부터 시행된 개정 개인정보 보호법에는 반복적이거나 중대한 개인정보 침해행위에 대해 전체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업 대표자의 개인정보 보호 최종책임을 명문화하고 개인정보 보호책임자(CPO)의 권한도 강화했다. 다만 이미 시행된 개인정보 보호법과 별개로 금융권에 특화된 보안관리 체계와 침해사고 조사 과정의 증거 확보, 유출정보의 불법유통 방지를 포함한 추가 입법 과제는 여전히 국회에 남아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금융권을 넘어 대학 등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여야가 유사 법안을 중심으로 협의에 나서고 실질적인 입법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가 핵심 관건이다. oneway@newspim.com 2026-10-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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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전쟁 충격 같은데…韓 증시, 왜 더 흔들렸나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빠르게 상승했던 만큼 하락폭도 빨랐던 코스피, 미국의 고금리와 중동 긴장에 따른 유가 불안, 환율 변화가 국내 기업의 수익성과 투자 여건에 부담을 줬다. 여기에 수출주 비중이 높은 시장 구조와 약해진 매수 기반이 맞물리면서 대외 충격이 코스피의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는 18.83% 하락했다. 코스피는 지난 9월 30일 6838.04에서 10월 23일 5550.30으로 내려왔다. 이달 2일 7003.74까지 올랐던 지수는 15일 5554.22로 하락했으며, 이후에도 5000대에서 등락을 이어갔다. 특히 반도체 등 수출 대형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증시는 글로벌 AI 투자와 금융환경 변화에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원화 강세에도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면서 환율뿐 아니라 반도체 기업의 이익 전망과 국내 매수 기반의 약화가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AI 일러스트= 이나영 기자] ◆ 유가·고금리 부담, AI 고객사의 투자 여력 압박 중동 긴장에 따른 고유가는 기업의 비용 부담과 고금리 장기화 우려를 통해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꼽힌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생산·운송비를 높이는 가운데 물가 불안이 지속되면 국내 기업과 해외 고객사의 투자 여건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01.79달러,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2월물 브렌트유는 108.79달러에 마감했다. 두 유종 모두 전 거래일보다 하락했지만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9월 수입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7.6% 올라 8월(15.9%)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원유와 원재료를 수입하는 기업이 비용 증가분을 판매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 미국의 물가 상승은 높은 금리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경계를 통해 국내 증시에도 부담을 주는 변수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전월 대비 0.6% 상승해 8월(각각 3.4%, 0.4%)보다 상승률이 높아졌다. 휘발유 가격 상승이 전체 월간 물가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동월 대비 6.3% 올랐다. 국내 반도체주에는 높은 금리가 AI 고객사의 투자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데이터센터 투자기업의 차입 비용이 늘어나면 설비투자와 반도체 구매가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AI 수요가 늘더라도 고객사의 투자자금 확보 여부에 따라 국내 기업의 수주와 실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인프라가 부채 기반 투자로 이동하는 가운데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AI 인프라 투자의 지속 성장 가능성에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며 "조달금리가 실제로 계속 높아지면 AI 사업 수익성에 대해 우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 = 뉴스핌DB] AI 인프라 기업의 자금조달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코어위브의 신용위험도 부각됐다. 금융정보업체 S&P글로벌 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코어위브의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15일(현지시간) 1100bp(1bp=0.01%포인트)를 넘어섰다. 채무불이행 위험에 대비한 보장 비용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코어위브 등 AI 인프라 기업의 재무 부담은 국내 증시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미래 이익을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실적이 양호하더라도 고객사의 투자 지연이 향후 주문과 제품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 원화 강세에도 주가 약세…메모리 중심 구조에 충격 집중 한국 증시의 상대적으로 큰 낙폭을 두고는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된 산업 구조가 대외 충격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투자에 대한 경계가 고객사의 구매 물량과 메모리 가격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면서 국내 대표 기업의 이익 지속성에 대한 평가도 보수적으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9월 말 MSCI 한국지수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비중은 62.9%였다. 글로벌 투자자가 메모리 기업의 비중을 줄이면 한국시장 전체에 대한 투자 비중 조정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분석이다. 원화 강세에도 외국인 주식 매도가 이어진 점은 최근 국내 증시 약세를 달러 강세에 따른 환차손 우려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환율이 하락해도 반도체 이익 전망에 대한 경계가 남아 있으면 외국인 매수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21일 기준, 전 거래일보다 2.2원 내린 1328.1원을 기록하며 4거래일 연속 연저점을 경신했다. 2024년 10월 2일(1319.3원) 이후 최저 수준으로,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달러 공급 기대가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원화 강세는 환헤지를 하지 않은 외국인의 달러 환산 수익률을 높이는 요인이다. 다만 수출기업에는 원화 환산 매출과 이익 감소 부담이 될 수 있어 환율 안정이 주가 상승으로 곧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서울=뉴스핌] 김예원 기자 = 코스피가 전장 종가보다 1001.89포인트(17.91%) 상승한 6595.45로 거래가 마감된 가운데 3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을지로 본점 딜링룸에 SK하이닉스와 삼정전자, 달러/원 환율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2026.07.31 yeawon2@newspim.com 중국 메모리 기업의 기술 추격 우려도 국내 반도체 기업의 향후 수익성을 둘러싼 변수로 꼽힌다. AI 고객사의 투자 여력과 함께 중국 업체의 공급 확대가 메모리 가격과 국내 기업의 가격 협상력에 미칠 영향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는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AI·반도체 투자심리 변화에 민감한 데다, 외국인 매도세를 받아낼 국내 매수 여력도 약해지면서 다른 주요국보다 낙폭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 금리·환율 안정만으로 회복 한계…이익 지속성 확인 필요 다만 금리와 환율이 일부 안정됐던 10월 중순에도 국내 증시는 약세를 보였다. 높은 자금조달 비용이 유지되면서 대외 변수의 단기 개선만으로는 AI 투자와 반도체 이익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지난 20일 기준,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5.109%로 일주일 전보다 약 10bp 낮아졌지만 여전히 5%대를 유지했다. 10월 13~20일 원·달러 환율도 하락했으나 코스피는 종가 기준 8.0% 내렸다. 시장에서는 금리·환율의 단기 움직임보다 고객사의 투자와 국내 기업의 이익 증가세가 지속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실적 전망이 양호해도 높은 조달비용이 향후 투자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에 부담을 줬다는 설명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23일부터 10월 19일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하락률은 각각 23.6%, 31.4%였다. 같은 기간 두 기업의 향후 12개월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각각 1.8%, 3.3%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종형 센터장은 "주가는 현재 실적뿐 아니라 미래 이익에 대한 기대와 이를 실현할 가능성까지 선반영한다는 점에서 실적과 주가가 단기적으로 괴리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시 회복을 위해서는 물가·금리 부담 완화와 함께 AI 투자가 실제 매출과 현금흐름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이 센터장은 "미국 금리와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반도체 업황과 AI 투자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회복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nylee54@newspim.com 2026-10-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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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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