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화웨이가 엔비디아와 꽤 비슷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
"H200 대중수출이 美 생태계 기반에서 개발 지속하게 할 것" 판단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엔비디아의 H200 인공지능(AI) 칩 수출을 허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중국의 최대 경쟁사인 화웨이가 이미 엔비디아와 성능이 맞먹는 AI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9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해당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H200 수출 허용 여부를 검토하면서 워싱턴 내 강경파 의견까지 포함해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했다.
옵션은 '중국에 AI 칩을 전혀 수출하지 않는 방안'부터 '중국 시장에 제품을 대량 공급해 화웨이를 압도하는 전략'까지 다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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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사진=블룸버그] |
일련의 옵션들을 검토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H200은 중국에 허용하되, 최신 고급 칩은 미국 시장에만 공급하는 방안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게 되면 양국 고객이 받을 수 있는 AI 칩 수준에서 미국은 중국보다 18개월의 기술 우위를 유지할 수 있으며, 미국 고객은 최신 제품에 독점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된다. 해당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H200 대중 수출 허용을 알리며 강조했던 부분이다.
통신은 백악관이 여러 검토 끝에 H200 수출이 중국의 AI 개발사들이 화웨이 등 자국 제품 대신 미국 기술 생태계 기반에서 개발을 계속하도록 유도할 것이란 결론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은 수주간의 논의 끝에 내려졌으며, 결정 며칠 전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비공개로 만난 뒤 최종 확정됐다. 황 CEO는 미국의 수출 규제 완화를 강하게 요청해온 인물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서 H200 출하가 "승인된 고객"에게만 이뤄질 것이며, 인텔(Intel)과 AMD도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 "화웨이, 엔비디아 턱밑 추격" 판단
이번 결정의 밑바탕에는 화웨이가 엔비디아와 훨씬 가까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미국 정부의 분석이 있었다.
백악관은 화웨이가 최신 어센드(Ascend) 칩을 활용해 만든 '클라우드매트릭스 384(CloudMatrix 384)'라는 AI 플랫폼을 집중적으로 검토했는데, 이는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Blackwell) 기반 시스템인 NVL72와 성능이 동등한 수준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미국 관리들은 화웨이가 2026년에 Ascend 910C 가속기 칩을 수백만 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는데, 이는 올해 20만 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6월 미국 정부 추정치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상무부와 엔비디아는 논평을 거부했고, 쿠쉬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기술 스택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전념하고 있으며, 국가안보는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H200 대중 수출이 결국 중국 AI 기업에 이익이 되고 미국 전체 AI 생태계에는 악재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 외교협회(CFR)의 크리스 맥과이어 연구원은 H200과 동급 칩의 규제 완화가 딥시크(DeepSeek) 같은 중국 AI 경쟁 기업에 이익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글로벌 'AI 풀스택' 지배력 자체를 약화시킨다"며, "중국이 모든 사안에서 미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왜 우리가 양보하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포함한 의원들 역시 이번 결정에 즉각 반발하며, 중국에 차세대 AI 개발 도구를 넘기는 것은 "경제·안보 측면에서 엄청난 실패"라고 비판했다.
한편 H200 수출 허용은 엔비디아가 트럼프 행정부와 미 의회를 상대로 수출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청해온 노력의 중대한 승리로 평가된다. 젠슨 황은 2024년 대선 이후 트럼프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했으며, 규제가 오히려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을 키운다고 강조해왔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