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 판단→2심 유죄 판단
법원 "선원 생활 특성상 선원들 서로가 보호의무 져"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어선 선장이 선원을 지속적으로 폭행·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에서 선원을 보호하지 않은 조리장의 살인방조 혐의가 인정됐다. 선원 생활의 특수성이나 조리장의 지위 등을 고려할 때 피해자를 보호할 작위 의무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살인방조, 시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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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어선 선장인 B씨는 지난해 3월 초부터 4월 말까지 선원 C씨를 반복적으로 때리고 학대한 뒤, 쇠약해진 그를 방치해 사망하게 하고 시체를 바다에 던져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의 구타로 C씨가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C씨의 휴대전화를 돌려주지 않는 등 신고하지 못하도록 막아 살인을 방조하고, B씨의 시체유기를 도운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B씨에게 징역 28년,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지만, A씨의 상습폭행, 살인방조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B씨의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식했거나 B의 살인을 용이하게 한다는 방조의 고의를 가졌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피고인의 부작위가 살인방조의 실행행위에 해당한다거나 B씨의 살인 범행의 실현에 현실적인 기여를 하는 행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2심은 B씨에 대한 1심 판단은 유지했다. 하지만 A씨의 상습폭행, 살인방조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그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는 B씨의 폭행 및 가혹행위로 인해 스스로 생명을 지탱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른 피해자의 생명·신체를 보호할 작위의무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사건 당일 식당 앞에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목격했음에도 피해자를 구호하기 위한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피고인의 구호조치 불이행 및 방치 행위는 작위에 의한 살인방조의 실행행위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소규모 선박에서의 선원 생활이 갖는 특수성, 조리장의 지위 등을 고려하면, 사건 당일 식당 앞에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발견한 피고인에게는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사회상규 혹은 조리에 따라 적어도 피해자에게 옷을 입힌 후 난방기구 등으로 몸을 따뜻하게 녹여 주고 식사를 제공하는 등의 구호조치를 함으로써 피해자를 보호할 작위의무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소규모 선박 내에선 선원들 서로만이 선내 괴롭힘으로부터 서로의 생명·신체를 보호할 수 있으므로, 선원들 사이에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사회상규 또는 조리에 따라 서로의 생명·신체에 대한 보호의무를 진다는 것이다.
또 재판부는 "더구나 피고인은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보관함으로써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없게 만든 상황을 초래한 당사자이기도 하므로, 피고인은 보호의무에서 더더욱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식당 앞에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발견하고도 여전히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소지한 채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 행위를 이어나갔다"며 "이는 B씨의 피해자에 대한 살인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방조 행위라고 봄이 타당하고, 방조 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A씨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방조의 미필적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건강 상태가 극도로 악화돼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최소한 불확정적으로나마 인식했음에도, B씨로부터의 질타 또는 신상에의 불이익을 받을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피해자의 사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가지고 피해자를 구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hyun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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