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일본은행(BOJ)이 글로벌 자산시장을 다시 흔들고 있다.
11월 한때 흐릿해졌던 '금리 내리는' 연방준비제도(연준)와 '금리 올리는' BOJ 구도가 우에다 가즈오 총재의 금리인상 시사 발언으로 빠르게 복원됐다.
덩달아 자산시장 내 포지션도 뒤틀렸다. 직격탄을 맞은 곳은 레버리지 투자(빚투) 비중이 높은 코인시장이다. 비트코인 폭락과 함께 시장 전반의 위험선호 심리도 위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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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다 총재의 발언으로 뜀박질을 한 일본 국채 금리는 전일 도쿄 증시를 끌어내린 데 이어 간밤(12월1일) 글로벌 시장 금리를 함께 밀어올렸다. 뉴욕증시의 기술주도 이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 흐름이 심화할지 가늠하는 데 있어 2일 예정된 일본 재무성의 10년물 국채(JGB) 입찰이 중요해졌다. 니혼게이자이는 재무성의 10년물 입찰이 자산시장의 단기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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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일본의 정책금리 추이 [사진=한국은행 스냅샷] |
1. "안전띠 매라"는 신호
우에다 BOJ 총재는 전일(1일) "경제·물가·금융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금리 인상의 장단점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특히 우에다 총재가 "총리 및 경제 장관들과의 대면 협의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 부분에 주시했다.
이를 두고 금리인상에 부정적이던 다카이치 총리도 BOJ의 금리인상에 사실상 동의한 것이라는 해석도 더해졌다. 도쿄 자금시장과 채권시장은 오는 18~19일 열리는 BOJ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가 인상될 확률을 급히 높여 잡았다.
벤치마크인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일 하루 동안 7bp(=0.07%포인트) 솟구치며 1.875%로 뛰었다. 2008년 6월에 기록했던 전고점(1.895%)이 성큼 가시권에 들어왔다. 통화정책 변화에 민감한 2년물 금리도 1% 선을 넘어섰다. 지난주 말보다 3bp 올라 1.02%에 마감했다. 역시 17년만에 최고치였다.
2년물 금리가 1%선을 상회했다는 것은 향후 2년간 초단기(BOJ 정책금리) 금리의 평균이 1%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한다. 현재 0.5%인 BOJ의 정책금리가 최소 2회~3회 인상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국채를 더 찍어 경기부양에 나서겠다는 다카이치 내각의 의지에 지난달부터 고도를 높이던 국채 금리가 BOJ발 충격에 한 레벨 더 뛰어오르자, 전일 도쿄 증시는 2% 가까이 하락했고 간밤 미국 국채 금리도 치솟았다.
TD증권의 외환 전략가 자야티 바라드와지는 "BOJ는 금리인상에 큰 불편함이 없다는 점을 시사한 것 같다"며 "우리는 실제 BOJ의 12월 금리인상을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엔의 반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화를 빌려 여러 자산에 투자한 트레이더들 입장에선 금리 상승과 환차손이라는 이중 부담에 노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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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10년물과 2년물 국채금리 추이 [사진=koyfin] |
2. "단기 시금석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 시장의 관심은 2일 예정된 재무성의 10년물 국채 입찰로 향하고 있다.
높아진 금리 매력에 이끌린 자금들로 입찰이 양호하게 마무리되면 다행이나, 장기물 기피 심리가 지속돼 응찰배율이 최근 6개월 평균치를 밑돌고 낙찰금리가 예상을 크게 웃돌 경우, 나아가 최고 입찰가와 최저 입찰가의 간격이 크게 벌어질 경우 시장의 불안심리는 한층 깊어질 수 있다.
일본 채권시장 내 수요 기반이 지난 10월부터 약해진 점도 부담이다. 일본증권업협회에 따르면 국내외 투자자들은 10월 한달 동안 장기물 국채를 5503억엔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 5월 이래 가장 큰 매도 규모다.
BNP 파리바 증권은 "금리 상승에 따른 투자자의 수요 환기(금리 매력에 이끌린 투자자들의 적극적 응찰)를 기대하고 싶은 지점이지만, (향후 금리가 더 오를 수 있으니, 즉 국채가격이 더 하락할 수 있으니) 경계를 강화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SBI 증권은 10년물 국채금리의 2% 진입이 시야에 들어오고 있다"며 "최근 국채 가격 급락(금리 상승)으로 금융기관들 사이에 손절매가 나오기 쉬운 상황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날(2일) 개장초 일본 10년물 금리는 전일 종가 대비 고도를 살짝(1bp) 낮췄고, 닛케이225지수도 0.35%(174포인트) 오르며 전일 낙폭을 일부 되돌렸지만 아직은 기술적 반등에 가깝다.
작년 7월말 BOJ의 깜짝 금리 인상으로 며칠 뒤(8월 5일) 하루 동안 닛케이225 지수가 4400포인트 급락했던 기억도 선명하다. 니혼게이자이는 그 때 만큼의 충격은 아니라 해도 연말 거래가 얕아지는 시점이라 방심은 금물이라고 했다. 이날 재무성의 10년물 입찰 부진으로 장기물 금리의 오름세가 계속될 경우 증시의 조정 역시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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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7월말 BOJ의 깜짝 금리인상 이후 그 해 8월초 도쿄 증시는 투매의 악순환에 빠진 바 있다 [사진=koyfin] |
osy7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