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이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배정을 위한 조 추첨식에 불참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과의 외교 갈등이 축구 무대까지 번졌다. 이란축구협회(FFIRI)는 28일(현지시간) 미국이 대표단 일부에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며 오는 12월 5일 미국 워싱턴DC 케네디센터에서 열리는 조 추첨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란 측은 메흐디 타지 FFIRI 회장을 포함한 대표단 인사들이 비자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타지 회장은 "이번 조치는 정치적 판단일 뿐"이라며 "FIFA는 미국이 정치적 개입을 중단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지 스포츠 매체 바르제쉬3는 아미르 갈레노에이 감독 등 4명은 비자를 발급받았다고 전했다.

이란축구대표팀. [사진=이란축구협회]

FFIRI는 이번 사안을 스포츠 외적 문제로 규정했다. 협회는 "비자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사안이 순수한 스포츠의 영역을 벗어났다"며 "1978년 첫 월드컵 본선 진출 이후 이런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본선 불참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으며 "참가 자격 유지가 목표이며, FIFA가 남은 비자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란은 아시아 최종예선 3차 라운드에서 7승 2무 1패(승점 23)로 A조 1위를 차지하며 본선 직행권을 확보했다. 그러나 올해 1월 재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개발을 겨냥한 제재 정책을 강화하면서 양국 관계는 급격히 경색됐다. 6월에는 미국이 이스파한·포르도·나탄즈 등 이란 핵시설을 폭격했고, 이때까지 이어지던 양측의 핵 협상도 중단됐다.

이란의 조 추첨식 불참 선언은 이러한 외교 갈등이 스포츠 이벤트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FIFA가 비자 문제 해결에 나설 경우 상황이 달라질 여지는 남아 있지만, 당장 조 추첨식은 이란 없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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