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AI 전주기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 주도
대웅제약 등 전통제약사도 AI 플랫폼 운영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로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 정부 주도의 AI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전임상부터 임상까지 이어지는 AI 전주기 생태계 조성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K-AI 신약개발 전임상·임상 모델개발사업(R&D)'의 총괄기관이자 주관기관으로 최종 선정됐다. 해당 사업은 AI 기반 신약개발 임상시험 설계·지원 플랫폼을 개발하고 전임상부터 임상까지의 단계를 연계해 국내 AI 전주기 신약개발 생태계를 조성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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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웅제약 연구원이 AI 신약개발 시스템을 통해 신약 후보 화합물질을 탐색하고 있다 [사진=대웅제약] |
사업 기간은 총 4년 3개월로 약 371억원이 투입되며 협회를 포함해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총 4개 주관기관이 참여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산하 AI신약연구원은 전체 과제를 총괄 및 운영하며 데이터 구축 및 표준화, 플랫폼 구축, 실증 지원을 담당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구축될 K-AI 플랫폼은 향후 제약사, 병원,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등이 실제 임상시험 설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실증을 추진한다. 2단계(2028~2029년) 사업에서는 AI 기반 임상시험 설계 지원을 통해 임상시험계획(IND) 승인 등 6건의 실증 사례를 달성해 실효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신약개발에는 타깃 발굴부터 후보물질 탐색, 전임상, 임상시험, 허가에 이르기까지 평균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반면 성공 확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AI는 이 과정을 단축시킬 혁신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후보물질을 예측하고, 실험 과정을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초기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이 같은 흐름 속에 국내에서는 정부와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중심으로 AI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 추진하고 협회 주관으로 지난해 출범한 'K-멜로디(K-MELLODDY) 프로젝트'가 그 출발점이다.
K-AI 신약개발 전임상·임상 모델개발사업은 임상을 설계하고 지원하는 플랫폼이라면, K-멜로디 프로젝트는 연합학습 기반의 플랫폼 구축이 핵심이다. 연합학습은 데이터를 중앙에 모으지 않고도 AI 모델을 학습시켜 성능을 높이는 기술로, 제약사와 병원 등 각 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공공 플랫폼으로 구축해 신약개발에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AI가 내부 데이터를 학습하는 형태인 만큼 개인정보 유출 우지려 없이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두 사업이 데이터 공유부터 임상 설계까지 전 과정을 포괄하는 AI 신약개발 인프라로 자리 잡는다면, 국내 업계는 글로벌 신약개발 경쟁에서 속도와 효율성 측면의 격차를 빠르게 좁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국내AI 신약개발 기업, 임상 성과·차별화 된 기술로 경쟁력 강화
국내 AI 신약개발 기업들 또한 정책 지원과 인프라 혁신을 기반으로 상업화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발돋움하고 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자체 개발한 AI 신약개발 플랫폼 '캐미버스'를 통해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까지 통합 수행하며 총 4건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임상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만큼 AI 신약개발 상용화 1호 후보로 거론된다.
회사의 대표 파이프라인 'PHI-101'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치료제로 글로벌 임상 1상 임상시험결과보고서(CSR)를 성공적으로 확보하고 글로벌 2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PHI-101은 표적항암제 치료제가 부족한 재발성 난소암으로도 적응증을 확장하고 있다.
온코크로스는 AI를 활용한 신약 후보물질 탐색과 적응증 확장을 주요 사업으로 삼고 있다. 근감소증 치료제 'OC514'(글로벌 임상 1상 완료)와 동화약품과 공동개발 중인 항암제 'ODP2301'(국내 임상 1상 준비 중), 췌장암 치료제 'OC212e'(연구자 주도 임상 진행 중) 등의 파이프라인이 있다. 최근 유니스트, 순천향대 천안병원 암센터와 공동연구를 통해 간암 조기 진단 기술도 개발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신테카바이오는 최근 자체 AI 슈퍼컴퓨팅(ABS) 센터를 구글 GPU 및 쿠버네티스 엔진과 연동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해 국내 AI 신약개발 시장의 주목도를 높였다.
전통 제약사들도 AI 신약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자체 AI 플랫폼 '제이웨이브(J-Wave)'를 구축해 데이터 기반 신약 후보물질 탐색을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은 8억 종 이상의 화합물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AI 플랫폼 '데이지(DAISY)'를 운영하며, 후보물질 도출을 위한 내재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외에 내부 화합물 라이브러리인 '다비드(DAVID)', 유효 화합물을 가상 탐색하는 '데이브스(DAIVS)', 저분자 화합물 구조를 최적화하는 '데이프래그(DAIFrag)' 등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국내에서도 신약개발의 패러다임이 데이터와 AI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정부의 인프라 투자와 산업계의 기술 축적이 맞물리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