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 전역 규제지역 묶이며 거래절벽 우려
일각 "공급 지연·금리 안정으로 재상승 불가피"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10·15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지 열흘이 지난 시점에서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시장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규제지역 확대와 대출 규제 강화를 통해 과열된 시장을 선제적으로 진정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단기 매수심리 위축과 거래 절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물량 감소와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일시적 조정 후 재반등할 것이란 반론도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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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10·15 부동산 대책 평가 설문조사 결과 (아래)10·15 부동산 대책 효과 전망 여론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 대출·세제 총망라한 초강수에… 실수요 위축·시장 양극화 우려 확산
2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도 시장 방향성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가 감지된다. 다만 집값이 재차 상승 탄력을 받기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우선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이 규제지역에 새로 포함됐다. 부동산 금융과 세제, 단속까지 총망라한 고강도 조치로 현재 시장을 강타한 매수세가 인접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금융 규제도 대폭 강화됐다. 시가 15억원 이하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6억원으로 유지되지만, 15억~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으로 줄었다.
정비사업의 경우 투기수요 차단에 방점을 찍었다. 재건축 조합원당 주택 공급 수를 1주택으로 제한하고,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규정을 강화했다. 조합원 지위가 투기 수단으로 변질되는 사례를 근절하기 위해서다.
시장 참여자들 반응도 엇갈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에게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의 적절성을 물었더니, 44%가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적절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이보다 7%포인트(p) 낮은 37%였다. 지역별로는 서울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을 선택한 이들이 49%로 경기·인천(43%)보다 높았다.
유주택자는 정부의 해당 정책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다. '적절하다'는 응답이 41%,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이 44%로 나타났다. 무주택자의 반응은 더 부정적이었다. '적절하다'고 답한 비율은 31%,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44%였다. 특히 신혼부부나 생애 첫 주택 구매자가 많은 30대의 절반 이상(57%)이 정책에 반대했다. 반면 40대에서는 '적절하다'는 응답이 53%로 과반수를 넘겼다.
이번 정책이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물론 시장 분위기를 가라앉힐 것이란 우려가 상당하다. 서울권에 집을 구하려다 포기한 30대 A씨는 "대출 금리도 팍팍한데 살 수 있는 집이 대폭 줄어서 실수요자 입장에선 무서운 상황"이라며 "사고 싶어도 매물을 내놓는 사람이 없으니 단기 조정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고 토로했다.
아무리 강력한 대책이 나와도 상급지 중심으로의 상승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상당하다. 송파구에서 사무소를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A씨는 "정부가 규제 강화해도 이미 가진 사람들은 버틴다"며 "금리도 안정되고 공급도 한참 걸릴 테니, 결국엔 다시 오를 거라는 생각에 투자할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전문가 "시장 심리가 정책 지속성 좌우할 것"… 실효성 '글쎄'
전문가 또한 이번 대책이 시장 과열에 대한 정부의 전면 관리 체제 돌입이라는 점은 공감하나 향후 지속성에 대해선 각기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은 "현금 유동성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심리만으로 매입하기 어려워졌다"며 "전방위적 금융 규제로 인해 과열 진정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6·27 대책에 이은 2차 충격요법으로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전환하며 단기 급등 지역을 중심으로 일부 매물이 출회될 것"이라며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된 지역은 허위계약에 의한 시세조종이 어려워지면서 투기적 거래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대책 효과가 얼마 가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만만치 않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대출·거래를 동시에 차단하는 구조라 자금 순환이 이뤄지지 않아 초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며 "강남권 외에도 현금 여력이 높은 수요자 중심으로 일부 지역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제는 다주택으로 분산 투자하던 시절은 지났다"며 "세금이든 대출이든 부담이 커지니 대부분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는 분위기라 규제를 더 세게 해도 서울 핵심 입지는 수요가 워낙 탄탄해서 가격이 크게 떨어지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서서히 회복세를 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수요자들이 금방 규제에 적응하면서 정책 효과가 반감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 소장은 "5년 동안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여 있었던 강남이나 용산구 아파트 가격이 떨어졌나 하면 그건 아니다"라며 "처음에는 규제가 불편하지만 적응을 하고 나면 당연하게 생각하기에 풀면 폭등하고 풀지 않아도 신고가 행진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나온 대책이 모두 수요 억제를 목표로 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아예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금처럼 부동산뿐 아니라 주식, 가상화폐, 원자재 등 모든 것의 가격이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 시기에 특정 유형의 실물 자산만 가격을 잡는다고 해서 실제로 하락장이 펼쳐진다고 장담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를 통해 거래를 억제해서 인위적으로 시장을 억누른다면 단기적으로 그만큼의 효과는 볼 수 있겠지만, '그럼 언제까지 억누를 건데?'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따라붙기 마련"이라며 "예컨대 부동산정책이 두리뭉실한 내용으로만 일관되면 세간의 관심이 급격히 수그러드는 것처럼, 특단의 대책보다는 오히려 구체적이지 않은 정책기조가 바람직한 대응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