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성과 중심 인사로 전환
글로벌 C레벨 영입·청년 인재 육성, 투트랙 전략 가속
주식보상·소통 강화로 '다시 일하고 싶은 삼성' 만든다
삼성그룹이 변화의 분기점에 서 있다. 고(故) 이건희 회장 서거 5주기와 이재용 회장 취임 3주년을 삼성의 지난 궤적과 향후 방향을 짚어본다. 초격차 기술, 조직 문화 혁신, 리더십까지 삼성이 다시 그리는 미래의 좌표를 들여다본다.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글로벌 기업과의 인재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기술 중심 인재 영입'과 '성과 중심 보상 제도' 강화에 나섰다. 국적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특급 인재를 확보하고, 공정한 평가체계를 통해 삼성을 '다시 일하고 싶은 회사'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단순한 처우 개선을 넘어 조직 문화 자체를 혁신하려는 이 회장의 결단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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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15일(현지시간) 프랑스 리옹 소재 그루파마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국가대표 선수단과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삼성] |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성과로 평가받는 인재 중심 체계
이 회장의 경영철학은 명확하다. 지난 2022년 부회장 시절 했던"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이라는 말처럼, 기술 경쟁력이 곧 생존의 핵심이라는 판단 아래 역량 중심의 인사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다. 국적과 성별이 아닌 '성과와 실력'이 기준인 인재 영입 기조다.
삼성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를 미래 성장축으로 삼고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AI 분야에서는 해외 스타트업 인수를 통해 핵심 기술을 확보했고, 로봇 등 신사업 영역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 부문은 올해를 '근원적 경쟁력 회복의 해'로 삼겠다고 선언했으며, 바이오 계열사는 글로벌 1위 바이오시밀러 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한다.
이 회장은 지난 6월 열린 경제인 간담회에서도 "당장의 경제 위기보다 20~30년 후 미래 세대의 먹거리를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AI·반도체·바이오 투자를 지속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한편, 그는 지난 3월 그룹 임원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에서 "지금은 국가 간 총력전 양상의 글로벌 경쟁 시대"라며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를 주문했다. 성과 중심의 조직 문화를 확립하기 위해 신상필벌 원칙을 강화하고, 필요시 수시 인사를 단행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이 같은 기조 아래 삼성전자는 올해 글로벌 핵심 인재 영입에 속도를 냈다. 디자인 혁신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마우로 포르치니 전 펩시코 최고디자인책임자(CDO)를 삼성전자 사장 겸 CDO로, TSMC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 마거릿 한을 부사장으로 각각 영입하며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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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20일 이재명 대통령(오른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서울 강남구 멀티캠퍼스 역삼 SSAFY 서울캠퍼스에서 교육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이와 함께 이 회장은 삼성의 미래 세대 인재 양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청년소프트웨어·AI아카데미(싸피·SSAFY)는 전국 5개 캠퍼스에서 무상 교육을 운영하며, 2019년 이후 7000명 이상이 수료해 국내외 1700여 개 기업에 취업했다. 또 삼성은 국내 대기업 중 유일하게 신입공채를 유지하면서 청년들에게 공정한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성과 연동 보상·수평적 소통…'다시 일하고 싶은 삼성'으로
삼성은 성과 중심 경영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새로운 보상체계 '성과연동 주식보상제(PSU)'를 도입했다. PSU는 향후 3년간의 주가 상승률에 따라 자사주를 차등 지급하는 장기 인센티브 제도다. 주가 상승률이 20% 미만이면 0배, 100% 이상이면 2배로 보상이 결정된다. CL(직급 레벨) 1~2급 직원은 200주, 3~4급 직원은 300주를 기준으로 약정해 2028년부터 3년에 걸쳐 분할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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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지난 2일 일본으로 출국하며 글로벌 경영 행보를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9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2025.04.08 yym58@newspim.com |
내년부터는 초과이익성과급 일부를 현금 대신 주식으로 받을 수 있는 제도도 시행된다. 임직원이 1년간 주식을 보유하면 15%의 추가 금액이 지급되는 방식이다. 이는 메타, 구글,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인재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장기적 유인책으로 평가된다.
이 회장은 기술 경쟁을 넘어 조직 문화 혁신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수평적 소통 문화를 확산하고, 공정한 보상 제도를 정착시켜 임직원의 참여 의식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인재 경영을 단순한 복지나 처우 개선이 아닌 '조직 경쟁력의 재정의'로 평가한다. 기술 리더십 확보와 함께 직원들의 주인의식을 높이고, 글로벌 수준의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종합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인재 경영은 단기 실적보다 장기 비전을 중시하는 방향 전환"이라며 "성과와 책임, 공정한 보상이라는 세 축을 통해 삼성은 기술 중심을 넘어 사람 중심의 초격차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