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오라클(NYSE: ORCL)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친 클라우드 매출과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부담 우려로 실적 발표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급락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오라클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0.67% 오른 223.01달러에 마감했다. 그러나 장 마감 후 실적 발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는 한때 11.71% 급락한 196.91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낙폭을 일부 만회해 198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AI 데이터센터와 관련 장비 투자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지출이 클라우드 매출로 전환되는 속도가 투자자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 주가 하락의 배경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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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라클 사무실의 방문객 접수처 [사진=블룸버그통신] |
오라클의 2025회계연도 2분기(11월 30일 종료) 클라우드 매출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79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핵심 사업으로 꼽히는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은 68% 늘어난 40억8000만 달러였다. 두 지표 모두 시장 예상치를 소폭 하회했다.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출발한 오라클은 최근 경쟁이 치열한 클라우드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오픈AI의 AI 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섰으며, 바이트댄스의 틱톡과 메타플랫폼스 등도 주요 클라우드 고객으로 두고 있다.
향후 수주 잔고를 나타내는 잔여이행의무(RPO)는 5230억 달러로 전년 대비 5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평균 전망치(5190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월가에서는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비용과 투자 회수 시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라클은 상당한 규모의 부채를 조달했으며, 다수의 데이터센터 부지를 임차하기로 약정한 상태다.
이마케터(eMarketer)의 제이컵 본 애널리스트는 "오라클은 부채에 기반한 데이터센터 확장과 고객 집중 리스크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이번 매출 부진은 오픈AI 계약과 공격적인 AI 투자에 대해 이미 신중해진 투자자들의 우려를 더욱 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은 오라클이 약속한 대로 인프라 투자를 얼마나 빠르게 매출로 전환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분기 설비투자(capex)는 약 120억 달러로, 직전 분기(85억 달러)에서 크게 늘었으며 시장 예상치(82억5000만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오라클은 2026회계연도(2026년 11월 종료) 설비투자가 약 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9월 제시한 전망치보다 150억 달러 늘어난 수치다.
더그 케링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설비투자의 대부분은 토지나 건물이 아닌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수익 창출용 장비"라며 "데이터센터와 관련 유틸리티가 완공되기 전까지 임대료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투자등급 신용등급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투자심리 악화에는 오픈AI의 사업 전망에 대한 회의론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버코어 ISI의 커크 마터네 애널리스트는 실적 발표 전 보고서에서 "오픈AI가 구글 등 경쟁사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오라클이 수요 변화 시 지출 계획을 어떻게 조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설명을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2분기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14% 증가한 161억 달러를 기록했다.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 매출은 11% 늘어난 39억 달러였다. 이번 분기는 오라클의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이 애플리케이션 매출을 처음으로 앞선 분기이기도 하다.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주당순이익(EPS)은 2.26달러였다. 이는 반도체 업체 암페어 컴퓨팅 지분 매각에 따른 세전 27억 달러의 이익이 반영된 결과다. 암페어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지난달 인수했다.
오라클은 현재 분기(2월 종료)에 전체 매출이 19~22%, 클라우드 매출이 40~4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와 대체로 부합하는 수준이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