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美·印 무역 협상의 핵심 걸림돌
"모디·트럼프 통화한 적 없다" 印 주장에 '경고'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에 대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지속한다면 막대한 관세를 유지하겠다고 경고했다.
20일(현지 시간) 인도 이코노믹 타임스(ET)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이야기했고, 그는 러시아산 원유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인도 측이 러시아산 원유 거래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모디 총리 간 통화가 없었다고 밝힌 뒤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5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인도가 러시아로부터 석유를 사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는데, 오늘 모디 총리가 앞으로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하지 않겠다고 확실히 약속했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하루 뒤인 16일 란디르 자이스왈 인도 외무부 대변인은 "모디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최근 통화는 지난 9일에 있었고, 그날(15일) 두 사람 사이에는 전화 통화가 없었다"고 밝혔다.
인도 측이 대화 사실을 부정한 것에 관한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그렇게 말하고 싶다면 그들은 계속해서 막대한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양국 간 무역 협상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였다.
인도의 유제품 및 농산물에 대한 관세 인하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인도와 미국 간 무역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미국은 결국 인도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에 25%의 제재성 추가 관세를 매겼다.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수입함으로써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을 대고 있다고 비난하면서다.
인도는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에 반발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도 러시아와 무역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미국의 이 같은 조치는 불공정하고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도의 원유 수입은 시장 요인에 기반하며, 인도 14억 인구의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과 인도가 무역 협상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9일 보도했다. 인도 정부 관계자는 지난주 미국에서 있었던 양국 무역 협상단 회담에 대해 "긍정적이었다"며 "무역 문제에 있어 양국 사이에 큰 이견이 없고, 협정 체결에 가까워졌다"고 외신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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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10월 1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에서 워싱턴으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한편, 인도는 세계 3위의 원유 수입국이자 소비국이다. 하루 약 550만 배럴의 원유 소비량 중 8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와 전통적 우호 관계인 인도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 등으로 판로가 막힌 러시아산 원유를 저가에 대거 수입하며 중국에 이어 러시아산 원유의 제2대 수입국이 됐다.
BBC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2021/22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의 400만 톤에서 2024/25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8700만 톤으로 무려 200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의 지난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액은 약 527억 달러(약 74조 8604억원)로, 전체 원유 수입액의 약 37%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산 원유 가격과 물류비, 인도 정유 시스템과의 호환성 등을 고려할 때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전면 중단할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