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순방 귀국 즉시 '시장 안정' 총력
증시 상황 따라 민심 변동 가능성 촉각
[서울=뉴스핌] 김미경 기자 =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 증시를 흔들며 이재명 정부의 '주식투자 장려 정책'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3박 4일간의 싱가포르·필리핀 순방 중에도 연이어 중동 여파를 최소화하려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지난 4일 밤 늦게 순방에서 돌아온 이 대통령은 바로 다음 날 오전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하고 중동 상황을 점검하며 시장 안정에 힘썼다.
증시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부상한 코스피 5000선이 무너질 경우 이 대통령의 국정 동력이 약화될 수 있고,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개미 민심'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옥과 천당' 오간 공포의 주간…역대급 변동성 기록한 증시
중동발 태풍이 불어닥친 한국 증시는 지난 한 주간 널뛰기를 반복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여파로 지난 4일 코스피는 장중 12% 넘게 폭락하며 한때 5093.54까지 밀려났다. 2001년 9·11 테러 당시보다 더 큰 낙폭을 보이며 시장에는 패닉이 확산됐다. 직전 코스피는 중동 긴장 고조로 452.22포인트 내리며 역대 최대 낙폭을 보였지만 하루 만에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틀간 하락폭은 1150.59포인트에 달했다.
하지만 다행히 이튿날인 5일에는 다시 9.63% 급등하며 사상 최대 상승폭을 갈아치우는 등 극심한 혼조세를 보였다. 6일도 상승 마감을 하긴 했지만, 하루 내내 오르락내리락 불안정했다. 이날 1.66% 내린 5491.02로 출발했던 지수는 잠시 상승 전환해 5600선을 회복했다가 다시 5381.27까지 하락폭을 키웠다. 막판에야 소폭 상승세로 돌아서 간신히 강보합으로 마감했다.
이처럼 증시가 춤을 춘 것은 외국인과 기관은 매도했지만 개인 투자자가 매수에 나선 영향이다.

◆귀국 즉시 '비상경제 사령탑' 가동한 李대통령…시장 안정 총력
이 대통령은 싱가포르·필리핀 순방 중에도 수시로 중동 상황을 확인하면서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활용해 "국제 정세가 불안하지만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파했다.
귀국 직후인 5일에는 휴식도 없이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하고, 이를 생중계하며 시장의 공포 심리 차단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100조 원 규모의 시장안정 프로그램을 즉각 집행할 것과 함께 '유류 최고가격 지정' 검토, 주가조작 세력에 대한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하루 만에 200원 넘게 오를 때도 있다고 한다"면서 "공동체 위기가 도래했을 때 이를 이용해 많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면서 나만 잘살겠다고 부를 축적하는 것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유가 상승은 산업 전반에 비용 부담을 늘려 경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지시 이후 청와대와 관계 부처는 즉각 현장 점검에 시행하고 원유 수급에 나섰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6일 브리핑을 열고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총 600만 배럴 이상 원유 긴급 도입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정부가 원유 추가 도입을 즉각 발표한 것은 과도하게 가격을 먼저 올린 정유·주유업계에 대한 간접적인 경고였다. 국민과 시장에는 다각적으로 원유 공급처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것을 알려 심리적 안정을 꾀하려는 노력이다.

◆대외 변수 취약성 드러난 韓 증시…'K-밸류업' 시험대
이재명 정부 들어 코스피가 6000선을 돌파해 역대 최고치인 6307까지 치솟으면서 정부 초기부터 부동산 대신 주식 투자를 통한 자산 형성을 독려해 온 이 대통령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개미들의 영웅'으로 불릴 정도로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했다.
다만 이번 중동 사태로 대외 리스크가 드러나면서 코스피 5000선은 정권 신뢰의 척도로 급부상했다. 6월 지선 전까지 시장 안정이 이뤄지지 않거나 5000선이 붕괴될 경우에는 자산 형성을 기대하고 '빚투'(대출 투자)까지 한 3040 세대 등 핵심 지지층이 이탈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증시 랠리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의 급등락은 정책적 신뢰도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게 블룸버그의 판단이다.
미국의 공매도 투자자 전문가인 마이클 버리는 한국의 코스피 지수 급등락 사태와 관련해 "불길한 사태의 전조"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버리는 온라인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에 "한국 증시는 수년간 외면받은 시장인데 최근 동력이 붙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버리는 "지난 한 달여 간 코스피를 움직인 건 기관투자자들이었다"며 "그 변동성이야말로 모멘텀 트레이더(추세 매매자)들이 들어왔다는 결정적인 신호"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국 증시의 변동 리스크가 드러나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이 중동발 유가와 증시 리스크를 어떻게 잘 대처해 나갈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다. 6·3 지방선거를 80여 일 앞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처방에 대한 국민과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the13oo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