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미국에서 연방정부 폐쇄(셧다운: 비필수 업무 일시 중지)는 더 이상 놀랍지도 이례적이지도 않은 범사(凡事)가 됐다. 타임(TIME)지에 따르면 1980년 이후 연방정부 셧다운은 14번에 달했는데, 워싱턴 정가의 극적 타협이 없다면 그 기록은 곧 15번으로 바뀔 참이다.
흥미로운 점은 셧다운에 돌입하는 빈도는 잦아지고 멈춰 선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 정치의 양극화 심화와 맞물린다. 타협보다 극한 대립이 워싱턴 정가를 지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공화당과 민주당은 의료 예산 삭감, 즉 오바마케어(ACA) 보조금 지급 연장을 둘러싸고 좀처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시한이 다가올수록 양당 수뇌부의 발언은 타협점 모색에 무게를 두기보다 "네 탓" 공방으로 흐르고 있어 우리시간 10월1일 오후1시를 기해 셧다운에 돌입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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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 주요 사례 [참고 = 위키피디아, 도움 = 퍼플렉시티] |
셧다운에 임하는 시장의 자세는 차분하다. 새삼스럽지 않아서다.
워싱턴 조야가 한동안 머리를 쥐어뜯고 싸울 테지만 결국엔 합의에 이른다는 경험칙이 시장을 지배한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3대 지수는 셧다운을 목전에 두고 모두 상승했다. 한달 성적표를 보면 '9월 징크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지난 15년 중 가장 강한 9월을 보냈다.
셧다운 발생이 중간선거에 미쳤던 영향은 제한적이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중간선거는 거의 항상 집권당의 무덤이었을 뿐이다. 1862년 이후 41번의 중간선거에서 집권당 승리는 단 3번(1934년, 1998년, 2002년)에 불과했다. 승률은 7.3%에 그친다.
이 확률이 그대로 적용되면 내년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2.0' 후반부는 정치 동력을 상실할 위험이 커진다.
내년 가을 선거까지 의식해 마가(MAGA :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과 민주당 모두 이번 대치국면에서 강경일변도로 나아간다면 트럼프 1기때 수립한 최장기 셧다운 기록(35일)을 깰 수도 있다. 물론 내년 가을 선거까지는 아직 1년이라는 시간이 남았고, 하루 아침에도 표정을 달리하는 게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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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 의회 의사당 건물. [사진=로이터 뉴스핌] |
결은 다르지만 2011년 부채한도 상향을 둘러싼 공화당 티파티 진영(극한적 재정 보수주의 진영)의 벼랑끝 전술은 거센 역풍을 맞아 2012년 버락 오바마의 재선에 큰 도움이 됐다. '재정절벽', '국가부도의 날' 등의 단어를 만들어낸 이 사건은 티파티 진영의 사실상 몰락으로 이어졌다. 2010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승리를 이끌었던 티파티의 극적 퇴장이다.
이는 여야를 불문하고 무한 '몽니 전술'이 항상 먹히는 게 아님을 각인시켰다.
셧다운은 미국 의회가 연방정부 예산안 합의에 실패한 상태에서 '임시 예산안 마련을 통한 협의 지속 결의안(CR)' 합의에도 실패했을 때 발생한다. 지난 1980년 이뤄진 정부결손방지법(적자방지법: Antideficiency Act)에 대한 엄격한 유권해석에 따라 이 경우 연방정부 내 비필수적 기능이 멈추고, 관련 공무원들의 임시해고가 이뤄진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백악관 관리들 사이에선 이번 셧다운을 불요불급한 공무원 일자리를 솎아내는 방편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osy7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