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자원 화재 여파로 배터리 불안감 고조
"배터리 포비아, 실체보다 공포가 앞서"
LG·삼성·SK, 첨단 기술로 화재 전이 차단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과도한 '배터리 포비아(과도한 배터리 불안)'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고 원인으로 노후 장비, 교체 작업 과정의 인적 오류, 관리 부실 등이 지목되고 있지만, 배터리 자체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게 부풀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불필요한 불안 확산보다는 안전 기술 확보와 관리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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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 화재로 전산망 마비 사태가 나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29일 오전 서울 중구 주민센터의 '무인민원 발급창구'가 가동이 안되고 있다. 2025.09.29 yym58@newspim.com |
30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잇따른 화재 논란에 대응해 첨단 안전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UPS 등 배터리 활용 범위가 넓어지는 상황에서 안전성은 곧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핵심 안전 장치로 운영한다. BMS는 전압·전류·온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과충전, 과방전, 과열을 막고,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셀 단위 미세 이상 징후까지 잡아낸다.
ESS 전력망 제품 'JF2 AC/DC LINK'에는 안전성이 높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화재·가스 감지 센서, 환기팬 등을 적용했다. 미국 UL9540A와 NFPA855 등 엄격한 규정을 충족했고, 모듈 단위 화재 전이 방지 설계로 대형 화재 모의 시험도 통과했다. 열 폭주 현상이 없어 복잡한 소화 설비 없이도 외부 냉각수나 자연 환기만으로 안정적 대응이 가능하다.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를 중심으로 안전성을 강화하고 있다. 알루미늄 케이스 구조로 내구성을 확보하고 벤트와 퓨즈 등 보호 설계를 적용했으며, 셀 간 열 확산을 막는 'No TP(No Thermal Propagation)' 기술을 도입했다.
ESS에는 'EDI(Enhanced Direct Injection, 모듈 내장형 직분사)' 기술을 적용, 열 발생 시 소화 약재를 모듈 내부에 분사해 인접 셀로의 전파를 차단한다. 무정전전원장치(UPS) 신제품 'U8A1'은 기존 대비 출력이 40% 이상 향상돼 공간 효율성을 높였고, 단열 시트와 소화 캡슐을 더해 초기 화재 대응 능력을 높였다. 이 제품은 유럽 최대 에너지 전시회 '더 스마터 E 유럽(The Smarter E Europe) 2025'에서 국내 배터리사 중 유일하게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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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Enhanced Direct Injection, 모듈 내장형 직분사)'가 적용된 삼성SDI 배터리 박스 [사진=삼성SDI] |
SK온은 진단과 물리적 차단 기술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배터리에 미세 전기 신호를 보내 내부 상태를 분석하는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 기반 진단 시스템을 도입해 이상 징후를 조기 포착한다. 또 열 차단막과 냉각 플레이트를 적용한 열확산 방지 솔루션, 이중 안전 매커니즘이 접목된 폭발 방지 기술도 확보했다. 이를 통해 ESS와 UPS 등 대형 시스템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국정자원 화재 사례는 배터리 자체 결함보다 노후 장비나 관리 소홀 등 왜 배터리에 불이 붙었는지에 초점이 맞춰야 한다"며 "배터리 3사가 확보한 안전 기술은 글로벌 수준의 검증을 거쳐왔으며, 시장 확대를 위해서도 안전성 고도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ESS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안정화를 위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라며 "지나친 배터리 불안이 확산되면 사업 추진과 산업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기술 신뢰 확보와 관리 체계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어설명
BMS (Battery Management System): 배터리의 전압·전류·온도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과충전, 과방전, 과열을 방지하는 시스템. 배터리의 안전성과 수명을 좌우하는 핵심 장치.
ESS (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저장장치): 전력을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장치.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와 전력망을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
UPS (Uninterruptible Power Supply, 무정전전원장치): 정전 등 전력 공급이 중단됐을 때 일정 시간 동안 전력을 계속 공급해주는 장치. 데이터센터, 병원, 공장 등에서 사용됨.
리튬인산철(LFP, Lithium Iron Phosphate): 안정성이 높은 2차전지 양극재 소재. 폭발 위험이 낮고 수명이 길어 ESS와 전기버스 등에 주로 사용됨.
UL9540A: 미국에서 ESS 화재 안전성을 평가하는 표준 시험 규격. 화재 전이(Propagation) 여부 등을 검증함.
NFPA855: 미국 화재방지협회(NFPA)가 제정한 대형 배터리 시스템 설치·운영 안전 규정.
No TP (No Thermal Propagation): 셀 내부에서 발생한 열이 인접 셀로 확산되지 않도록 막는 기술. 대형 화재로 번지는 것을 방지함.
EDI (Enhanced Direct Injection, 모듈 내장형 직분사): 배터리 모듈 내부에 소화 약제를 직접 분사해 화재 발생 시 인접 셀로 불이 번지지 않도록 차단하는 기술.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 Electrochemical Impedance Spectroscopy): 배터리에 미세 전기 신호를 주고 그 반응을 측정해 내부 상태를 진단하는 방식. 배터리 열화나 이상을 조기 발견할 수 있음.
syu@newspim.com